누구나 어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저릴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 같다.
'하던 일을 멈추게'할 만큼...
성결하고 아름다운, 숨이 멎을 것 같은 그런 음악...
내게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그런 음악이었다.
순수한 우수가 서려있는, 서글픈 아름다움의 비애...
어떻게 이러한 선율을 만들 수 있는지.. 예나 지금이나 들을 때마다 구슬픈 감정에 젖게 만든다.
라흐마니노프는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로서, 그리고 피아니스트로서 명망높은 인물이지만 실상 자주 애청되는 것은
피아노 협주곡 2ㆍ3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교향곡 2번과 언급한 보칼리제 정도이다.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향수병에 걸려 15년이나 작곡활동을 중단했고, 피아니스트나 지휘자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그를 창작의 기로에서 멀게했나 보다.
보칼리제(Vocalise)는 보칼리즈라고도 불리며, 가사가 없이 모음으로만 이루어진 곡 연습을 위한 음악을 말한다.
즉, 성악 연습곡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현재는 예술성이 가미된 가곡의 한 분야라고 해도 무방하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도 본곡은 가곡이다. Op. 34의 14번째 곡인데, 작곡가 스스로도 이 작품을 매우 사랑하여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파헬벨의 캐논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보칼리제는 다양한 편곡 작품이 존재한다.
플루트, 오보에, 바이올린, 피아노 독주, 첼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것은 첼로와 피아노 버전인데, 악기 특성상
저음을 내는 첼로의 음색이 이 곡과 매우 잘 맞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음악에는 음반 추천도 필요없을 것 같다. 소곡이라서 다양한 컴필레이션에 실려있을 뿐 아니라, 곡 자체가
워낙 뛰어나 누가 연주해도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매운 드문 경우에 속한다.
첼로나 바이올린에 비해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는 플루트와 피아노의 버전을 올려본다.
Rachmaninov (1873~1943) - Vocalise, Op. 34 No. 14 (Flute &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