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현악 4중주로 시작하여 현악 4중주로 끝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조금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허언은
아니다. 소나타나 교향곡 등과 더불어 가장 빛나는 음악형식 중 하나인 현악 4중주는 친밀감과 난해함, 조화와 균형, 끊임
없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복합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첼리비다케(Celibidache, 1912~1996)는 '교향곡은 확대된 현악 4중주
이며, 현악 4중주는 교향곡의 축소판'이라고 누차 강조했다고 한다. 다분히 자신의 파트만 연주한다는 것이 아니다.
타연주자와의 깊은 교감과 상호유대,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최상의 조화가 이루어진 아름다운 울림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실내악들은 바로크 시대의 트리오 소나타 등이 그 시초라 볼 수 있고, 점점 발전하여 세레나데, 카사치오네,
디베르티멘토같은 형식을 낳기도 하였다. 허나 하이든이 발전시킨 현악 4중주와 더불어 귀족들의 오락적인 성격을 갖는
음악형식들이 축소되고,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음악을 즐기기 위한' 소규모 그룹활동을 하다보니 이 분야에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하이든, 보케리니,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슈만,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보로딘, 쇼스타코비치 등이
실내악에 많은 공헌을 하였고 지금도 주로 이들의 작품이 연주되고 있다(20C는 쇼스타코비치의 실내악을 제외하면 다른
작곡가의 작품이 연주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호프슈테터 (Hoffstetter, 1742~1815)
- String Quartet in F major, Op. 3, No. 5 II : Andante Cantabile
(오랫동안 하이든의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지금은 호프슈테터의 작품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핸드폰 통화연결음
으로 누구에게나 친숙하다)
실내악은 몇 대의 악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괄해보면 다음과 같다.
Solo - 솔로 - 독주
- 독주는 실내악에 포함되지 않지만 피아노 소나타나 '독주 xx(악기) xx(음악 형식)'라고 칭하지 않는 한 (ex. 무반주 바이
올린 소나타) 대부분이 피아노의 반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중주로 분류하기도 한다. 애매한 경우이다.
Duo / Duet - 듀오 / 듀엣 - 2중주
- 두 개의 악기로 듀엣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간혹 특이한 경우로 첼로/기타 같은 2중주도 있다.
Trio - 트리오 - 3중주
- 우리나라에서는 '트리오'와 '3중주'란 말의 혼용사용 빈도가 높다. '피아노 트리오'만이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로 정형화 되어 있고 '클라리넷 트리오'같이 다른 악기를 사용하면 악기 명칭들을 적는 것이 관습이다.
현악 3중주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다.
Quartet - 콰르텟 - 4중주
- 바이올린/바이올린/비올라/첼로가 현악 4중주의 정석이다. 가끔 2대의 비올라나 첼로를 사용하기도 한다.
피아노 4중주같은 경우도 있는데, 보통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이다. 이것 역시 다른 악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악기 명칭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Quintet - 퀸텟 - 5중주
- 현악 5중주, 목관 5중주, 금관 5중주, 피아노 5중주 등이 대표적이다. 보케리니가 다량의 5중주 작품을 남겼다.
Sextet - 섹스텟 - 6중주
- 6중주부터는 작품 수도 현저히 적어진다. 전부 현악기나 관악기를 사용하면 '현악 6중주', '관악 6중주'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해진 편성이 없어 악기 명시를 다 해야한다.
Septet - 셉텟 - 7중주
- 피아노, 플루트, 호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가 동원되는 형식이다.
정해진 편성은 없다. 같은 악기를 2대 이상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Octet - 옥텟 - 8중주
- 7중주보다 악기가 하나 더 더해졌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슈베르트나 멘델스존의 작품이 유명하다.
Nonet - 노넷 - 9중주
- 9중주는 작품수가 현저하게 적다. 슈포어, 온슬로, 파랑, 마르티누 등의 작곡가에게서 만날 수 있다.
악기 편성은 역시 정해진 것이 없으며, 오보에, 바순, 클라리넷, 더블베이스 등 타악기를 제외하면 오케스트라에 동원
되는 거의 모든 악기를 만날 수 있다.
Tentet - 텐텟 - 10중주
- Decet(데셋)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용어자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악기의 대수가 커졌기 때문에 실내악보다
는 앙상블(Ensemble), 실내 관현악(Chamber Orchestra)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10개 이상의 악기를 사용하면 대부분은 앙상블이라 한다.
6중주부터는 작품수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명작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별로 없다.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현악 6중주)'
정도일까.. 그리고 악기가 몇대몇대라고 해서 무조건 '몇몇 중주'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다면 베를린 필하모닉의
12첼리스트는 '12중주', 한국의 이화첼리는 '25중주'라고 해야 할 판이다. 그냥 '첼로 앙상블'이 보편적인 말일 테다.
개인적으로는 실내악처럼 쉽고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다. 소규모의 구성으로 다양한 화음을 만들어내는 멋진 형식이지만
계속 들어볼수록 역시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곡들이나 쇼스타코비치의 것들은 아직도 내게
넘사벽(?)의 수준이다. 본 윌리엄스나 쇤베르크, 힌데미트 등의 작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전히 감상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들었다'는 것 외에 뭔가를 더 발견할 수 있을는지..
알듯 모를듯, 쉬운 듯 어려운 게 실내악인 것 같다.
몇 가지 곡을 링크해 본다.
Giuliani (1781~1829) - Serenade, Op. 127 (Duet for Flute and Guitar) II. Minuetto
http://www.youtube.com/watch?v=HiV5MjZIANk&feature=youtu.be
Danzi (1763~1826) - Wind Quintet in B flat major, Op. 56, No. 1 II. Andante con moto
http://www.youtube.com/watch?v=M_2Q1QuSxjo
Farrenc (1804~1875) - Nonet in E flat major, Op. 38
for Flute, Oboe, Clarinet, Horn, Bassoon, Violin, Viola, Cello, Double Bass
http://www.youtube.com/watch?v=v4p1q0mN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