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틀러 (Hugo Distler, 1908~1942)
Distler, H: Die Weihnachtsgeschichte, Op. 10
Regina Werner (Elizabeth), Volker Arndt (Angel), Heidi Rieb (Mary),
Hans-Joachim Rotzsch (narrator), Gothart Stier (Simeon),
Hermann Christian Polster (Herod)
Thomanerchor Leipzig, Hans-Joachim Rotzsch
요절한 독일의 천재 작곡가 후고 디스틀러의 대표작인 '크리스마스 이야기(Die Weihnachtsgeschichte)'가 브릴리언트
레이블에서 출시되었다(출시된지는 한 달 정도 됐다;;). 일반적으로 요절한 인물들과는 다르게 디스틀러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여 더욱더 안타깝다. 군에 종사하던 친구의 죽음과 하루가 다르게 터지는 타국의 공중폭격 등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긴 했지만, 나치에 의해 그의 음악이 퇴폐적으로 낙인 찍혀 반강요적 자살쪽으로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
디스틀러가 세상에 머물다 간 시간은 고작 34년이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20C 독일 음악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있다.
바로크 양식에 입각한 작품들과 교회음악의 성격을 갖는 수난곡과 합창곡들이 그것이다. 당대의 번지던 쇤베르크를 위시한
신빈악파의 12음기법을 지양하고, 선율미를 추구하며 순수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그만의 독창적 작곡법은 동시대의 다른
인물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당대에 반나치라는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연주는 일찍이 나왔던 베를린 클래식스(Berlin Classics) 1979년 녹음의 재판으로, 라이프치히 성토마스 합창단과
얼마전에 사망한 로쉬(Hans-Joachim Rotzsch, 1929~2013)가 지휘한 명연이라 더욱더 반갑다.
연주시간이 한 장의 음반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짧은 것이 흠이지만(40분이 채 안 된다), 다가오는 성탄절과 관련하여(?)
디스틀러의 아름다운 합창곡을 감상해보는 것도 특별한 운치가 있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