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티(Antonio Cesti, 1623~1669)의 오페라 '황금사과(Il pomo d'oro)'가 1668년 빈에서 상영됐을 때의 장면.

 

 

 영화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였던 파리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카스트라토를 꼽으라면

바로 파리넬리가 떠오른다. 카스트라토가 되기 위해 희생을 했던 수십 만 명의 인물들을 생각하면 오늘날 손꼽히는 인물들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러한 카스트라토는 17c중반 ~ 18c중후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비인간적인 거세로 소년시절의 보이 소프라노

음성을 유지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한 것이다.

 옛날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너무나 심했기 때문에 오페라 등에서는 여자들은 노래를 부를 수조차 없었고, 이를 대체하여

남성들로 꾸며진 성가대나 오페라 가수들이 활약을 했는데, 여성 음역의 고음을 내기 위해서는 알토(콘트랄토)보다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가수들이 필요하게 되면서 카스트라토가 출현한 것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카스트라토인 파리넬리(Farinelli, 1705~1782)와 카파렐리(Caffarelli, 1710~1783)

 

소프라니스트 (소프라노 음역을 내는 카스트라토를 말한다)

카운터테너 (테너를 넘어선 남성의 음역이다. 신체적 변화가 아닌 발성기법(가성)을 통해 소리를 내므로

카스트라토와는 구별 된다)

콘트랄토 (여성의 최저음역인 알토를 내는 남성가수를 가리킨다)

테너

테너바리톤

바리톤

바리톤베이스

베이스

 

 남성의 음역은 대략 이렇게 나뉘는데, 메조소프라노도 아닌 여성의 최고 음역인 소프라노를 내기위해 그들이 겪었을 고통은

정말 상상하기가 힘들다. 물론 파리넬리나 카파렐리같은 당대의 일류 카스트라토들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대부분

의 인물들은(99%이상) 거세당한 채 별다른 성공을 얻지도 못하고 불우하게 살거나 자살로 비극적인 생애를 살았다.

 절대왕정 시기의 오페라는 부의 상징이며 왕권의 과시이자 귀족들의 축제 한마당이었던 만큼 카스트라토의 역할은 매우

큰 것이었다. '가수들의 목소리'에만 치중하는 당대의 관습은 오페라의 내용이 앞뒤가 안 맞든, 줄거리가 허술하든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저 유명한 카스트라토가 나와서 아리아를 부르면 황홀해하며 공연후기로 자기들끼리 재잘대고 목소리

품평이나 했을 뿐이다. 그 당시의 바로크 음악을 단편적으로 말해주는 글 한토막이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소비와 작용의 불균형을 철저하게 음미하는 낭비의 취향이 있었다. 몇 개월, 경우에 따라서 1년이 넘는

긴 시간을 소비했다. 왕은 소원을 말하고 예술가들은 구상을 제출하며, 궁전의 사람들은 계산을 하고, 위원회에서는 협의

가 이루어졌다. 수공업자, 목수, 화가, 재봉사, 정원사, 요리사가 동원되었다. (중략) 수천 명의 노동자가 10만 시간 동안

일했다. 그것은 하룻밤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 리하르트 알빈 <대세계 극장>

-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 음악사 P.96 - 

 

 

 그러나 이러한 카스트라토 문화도 19c가 되면서 반인륜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적으로 금지되고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물론 암암리에 유지되는 카스트라토는 그 수가 꽤 됐다). 더이상 가수의 목소리에만 치중하는 오페라가 아닌, 극과

음악이 결합된 오페라들이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글루크의 오페라 개혁이나 바그너의 '악극'양식이 의의가 크다).

 따라서 카스트라토 주역인 옛 오페라들은 대부분 잊혀지게 되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원전연주'바람이 불면서

바로크 시대 오페라들의 남성 가수들을 대체할 수 있는 카운터테너가 크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거세가 아닌 철저한 연습의 가성으로 테너를 넘어서는 목소리.. 처음 이러한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경악스러움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요즘은 점차 이러한 카운터테너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는 인물들도

그 숫자가 꽤 된다. 안드레아스 숄, 필립 자루스키, 제임스 보우먼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이동규(David DQ Lee)가 있다.

 허나 카운터테너는 진성이 아닌 가성으로 부르기 때문에 수명이 있어서 대략 50세 정도면 고음을 낼 수가 없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가 없지만..

 

 개인적인 소견을 말해보자면 나도 처음에는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를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냥 들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가서 음악가를 확인해보니 남성이었던 거다.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니, 이럴수가...?'이런 심경이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바로크 오페라도 많이 듣고 있고 이들의 활동도 왕성하다보니(이동규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현한 바 있다)

감상하는데에 크게 거부감은 없다. 외려 혹독한 연습으로 이러한 가성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허나 흔히 '최후의 카스트라토'로 통용되는 모레스키(Alessandro Moreschi, 1858~1922)의 음성을 들었을 때는 뭔가

닭살이 돋는 느낌이었다. 실존했던 카스트라토의 음성이라니.. 흑역사가 낳은 안타까운 일이다.

혹시 모른다. 모레스키 이후에 카스트라토는 더 있을지도..

 

 음반은 필립 자루스키나 프랑코 파지올리, 이동규 외에도 다양한 이들이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다. 꼭 솔로앨범이 아니더라도

오페라나 종교음악 등에 참여하여 발매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끝으로 이들의 노래를 감상해보자.

 

 

David DQ Lee (이동규)

Vivaldi (1678~1741) - 'Orland Furioso' (1714) Aria : 'Non muore il fiore'

 

 

 

 

Franco Fagioli (프랑코 파지올리)

Hasse (1699~1783) - 'Siroe' Aria : 'Fra l'orror della tempesta'

 

 

 

 

Philippe Jaroussky (필립 자루스키)

Händel (1685~1759) - 'Rinaldo' Aria : 'Lascia ch'io Piang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