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사람이나 그렇겠지만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이든 음악(음반)이든 여러 번 읽고 듣는 편이다. 책으로 따지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8번 정도 읽은 것 같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전해지고 뭔가 새로운 걸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지금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보고 있다(이러다 마크 채프먼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_=;).
음반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여러 번 듣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주 듣게 되는 것, 잘 안 듣게 되는 것이
나뉘는데 정말이지 손이 안 가면 계속 안 가게 되버려서 몇 년 동안 방치되는 것들도 많다(;;).
CD개수가 점점 모이다보니 너무나 방대해져서 따로 시간을 내서 감상하지 않는 이상 내 기호에 별로인 것은 점점 듣는
횟수가 줄어들어 버린다.. 그렇다고 중고로 팔기도 뭐하고.. 그냥 컬렉션으로 가지고 있기만 하는데... 흠..
그래도 생각이나서 이렇게 감상해보면 뭔가 새로운 기분에 젖게 되는 것 같다. '아.. 이 음악...' 뭐 대충 이런 기분..
사진의 4개 음반 외에도 잘 안 듣게 된 음반들은 꽤 되지만 오늘은 이 4개만 오랜만에 감상해보기로 했다.
루칸스키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 피아니스트들의 필수 레퍼토리(?)인 라흐마니노프이다.
이 음반은 싼 맛에 샀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은 음반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이 2장짜리 전집을 예전에 9,700원인가에
구매했었다. 다량의 해석이 존재하는 가운데 루간스키만의 개성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무난한 해석을 보여주는 음반이다.
자의식 과잉이 되기 쉬운 작품들이지만 지나치게 감정에 휩쓸리지도, 기계적인 연주도 하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탁월한 편이고.. 특히 3번은 나름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게 처음 감동을 준 음악이 라흐마니노프 2번이지만 요즘 잘 안 듣게 되다보니 이 음반도 멀어져 버린 듯..
루치아노 베리오(1925~2003)의 세쿠엔차 전곡 음반. 다양한 악기와 목소리를 위해서 작곡한 음악들이지만 난해한 현대
음악의 벽에 부딪혀(?) 진열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ㅜㅜ
베리오 씨.. 세상을 뜨신지 10년이 됐지만 당신의 음악들은 내게 너무 난해해요..ㅠㅠ
이 3장짜리 음악을 다 감상하려면 3시간도 넘게 걸리고..흐음..
샤론 베잘리의 플루트 협주곡들.. 비스(BIS)에서 여러 음반들을 내고 있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플루티스트이다.
아호(b.1949), 토마손(b.1960), 린드베르크(b.1958)의 작품들을 싣고 있는데 별다른 주의력을 끌지는 못 하는 것 같다.
그냥 이런 음악들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으로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모차르트 교향곡 25/29번과 드보르자크의 세레나데.. 1994년 음악동아 사은음반이라고
적혀 있는데, 직접 받은 것은 아니고 중고 음반매장에서 돌아다니다가 있길래 싼 가격에 샀던 걸로 기억한다.
젊은 시절 마에스트로의 해석이라지만 탁월하다. 동곡들의 명연주라고 해도 손색은 없을 듯.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그냥 나의 변덕인 건가..? 내가 즐겨듣는 곡들이 아니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폄하한 감이 없지 않지만 연주들은 모두 좋은 편이다. 내게 깊이 파고 드는 뭔가가 없어서 그렇지..
음반이 많다보면 들을 것이 많다는 것과 반대로 잘 안 듣게 되는 것도 많아진다는 점도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감상을 해보니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이 음반들을 다시 듣게 되는 건 시간이 얼마나 지난 후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