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만들었지만 현재는 없어진 악기도 있고, 존재만 할 뿐 그다지 연주되지 않는 악기도 있기 마련이다.
건반악기도 버지널,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피아노, 오르간, 첼레스타 등 많은 종류가 있(었)지만 피아노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중성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프시코드는 쳄발로, 클라브생 등으로도 불리며 16C~18C까지 근 200년 동안 유럽 음악사에서 확고히 주름을 잡았지만,
크리스토포리가 발명한 피아노에 의해 건반악기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한 세기 넘게 잊혀졌다가(19C 작품 중 하프시코드 작품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 20C에 란도프스카, 레온하르트 등 뛰어난
하프시코디스트들이 부활에 힘써서 현재는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악기 부활운동과 맞물려 파야, 글래스 등 대작곡가들
이 하프시코드를 위한 독주곡이나 협주곡 들을 남겼지만.. 음.. 솔직히 그다지 두각을 나타낸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하프시코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은 이 악기가 빛을 발한 바로크 시대의 음악들이 아닐까.
F.쿠프랭, 라모, J.S.바흐, D.스카를라티로 대변되는 소나타나 모음곡 등은 세공사가 다듬은 듯한 우아함이 느껴지는
하프시코드 음악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프시코드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이 악기의 소리를 못 들어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크 음악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음악에서 하프시코드가 사용된다. 바로 통주저음(바소 콘티누오) 때문이다.
바로크 기악에서 반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는 건박악기가 바로 하프시코드이다. 주선율이 아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쳤을, 그러나 명징한 건반악기 소리..
부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연주회에서 하프시코드를 만나기란 쉽지 않고, 악기의 가격도 적게는 수 천 만원, 많게는
수 억을 호가하기 때문에 구매하기는 커녕 배우기도 쉽지가 않다(주변에 하프시코드 학원 보신 분?=_=;).
결국 하프시코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은 인터넷, 혹은 음반구매 밖에 없다.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악기의
소리나 음색이 매우 신기하여 한 동안 매달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그런 열정이 많이 식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악기라는 건 틀림없다. 현대에도 대중성 있는 하프시코드 음악들이 많이 작곡되고, 분야를 넓혀가다보면 다시 피아노와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퍼셀과 솔레르의 곡들..^^
Purcell (1659~1695) - Harpsichord Suite No. 1 in G major, Z 660
Soler (1729~1783) - Harpsichord Sonata in C maj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