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들은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제목처럼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못하다. 나는 같은 곡을 연주자별로 모은다기보다는 '세계 최초 레코딩' 혹은 유명 작곡가의

비주류 레퍼토리, 조금은 덜 알려진 작곡가들 위주로 음반을 사 모으는 편이다.

 

 이런다면 '곡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것 아니냐'란 말을 할 수도 있겠다.

 맞다. 같은 곡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들을 들어보지 못 했으니 그 깊이는 떨어진다.

 그러나 하나를 들어보면 굳이 다른 해석을 찾아서 들어보아야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못 하겠다. 곡마다 어느정도의 비중

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해석이 많아야 하는 곡'과 '굳이 많지 않아도 되는 곡'을 구별짓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남들이 '이 해석이 괜찮더라'라고 하니 자기도 덩달아 좋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도 많이 접해봐서 신빙성이 와 닿지가

않고, '유명 지휘자 혹은 연주자의 소문난 명반'이란 것들도 내 막귀 입장에서는 별로 와닿지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호로비츠의 1978년 라흐마니노프 3번 실황, 짐머만의 DG 라흐마니노프 1, 2번 등.. 이 외에도 추천이라고

해서 들었더니 그다지 와 닿지 않는 것들이었다. 차라리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명연주자가 더 나았다)

 내 취향이 지나치게 이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기적인 연주들이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이런 일이 되고부터는 남들이 추천하는 명연이니 호연이니 하는 것도 별로 신경 안 쓰고 내 마음가는대로 잡식을

하다보니 이런 스타일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잡다한 설명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듣다보니 클래식이 레퍼토리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딜가도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브람스, 말러,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만 연주되고

있다(물론 메이저 레퍼토리급에 속하는 작곡가는 언급한 것 외에도 더 있다).

 

 동시대 다른 작곡가들의 곡들을 듣다보면 상당히 괜찮은 작품들도 많고, 왜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상당수이다. 이들이 유명 작곡가들에 비해서 질적으로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들을 작곡한 것도 아닌데, 왜 대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물론 상업주의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유명한 작품만을 연주ㆍ녹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주류 레퍼토리로만

곡목을 꾸민다면 돈이 벌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등만 주구창창 우려먹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례로, 몇 년 전의 수드빈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리뷰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까지 나온 녹음의

개수가 무려 150종에 달한다고 했다. 꽤 기간이 됐으니 지금은 한 170종 정도 될까?

 딱히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 곡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미 나올대로 나온 녹음 목록에 하나를 더 하는 해석과 연주를 하느니 차라리 그 시대의 다른 피아노 협주

곡을 녹음하여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전파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연주자라면 라흐마니노프 2번이나 베토벤 5번, 차이코프스키 1번은 필히 거쳐야하는 레퍼토리'란 식의 인식도 고쳐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요즘은 유명 작곡가들의 동일 곡목으로는 한계라고 생각했는지 동시대 작곡가들의 비주류 레퍼토리가 나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연주회에서는 전혀 연주되지 않긴 하지만). 그러나 아직까지도 엄청난 곡들이 잠을 자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클래식 음악이란 길에서 누군가 정해놓고 만들어놓은 아스팔트 길로만 갈 것이 아니라,

비포장 도로나 아예 길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것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제를 정해놓고 썼지만 두서없이 이말저말을 썼는데, 동의하지 않는 분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내 경험상 클래식 음악에

관해서는 개개인의 경험이나 사고방식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 적이 많았기 때문일까.

 

 여튼 클래식의 레퍼토리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모두 쌍수들고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음악이 나오면서 작곡가들의 평가가 격상되고 연주회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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