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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타카 1
마야마 진 지음, 이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포털에서 한참 인기가 있었던 미네르바의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얼굴 없는 경제대통령 '미네르바'의 강력 추천과 NHK에서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드라마 '하게타카'의 원작 소설. 이것만으로 이미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감은 증폭되었다. 하게타카는 '콘도르(주로 죽거나 병든 동물을 잡아 먹는다)를 뜻하는 일본어로, 벌처펀드(Vulture fund) 즉 기업 사냥꾼을 상징하는 말이다. 휘청거리는 기업을 삼켜 회생시킨 후 더 많은 수익을 내고 팔아먹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벌처펀드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많은 경제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얼마전 읽었던 경제관련 서적에서 몇번 들어봤던 단어들이 다시 나와 이번에는 확실히 개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친절하게 마지막에 각 용어에 대한 설명들이 나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외국계 펀드회사 사장 와시즈, 대형 도시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담당자 시바노, 몰락해가는 가업(호텔 경영)을 이어받아 재건에 나선 다카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재즈피아니스트의 꿈을 갖고 있던 주인공 와시즈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벌처펀드에 뛰어들면서 자신의 조국인 일본에 호라이즌 캐피털이란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부실 기업들을 매수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일본의 대형 은행인 미쓰바은행과 기업 또는 정치인사들 사이의 불법적인 거래들이 속속들이 밝혀진다. 중요한 것은 돈이고 돈에는 색깔이 없다고 말하는 외국계 회사들과 자신들의 전통만을(사실은 온갖 비리들)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일본의 기업들. 기업 회생을 택할 것인가 그대로 도산하고 말 것인가. 책속 누군가의 말처럼 일본의 기업도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해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해 거품 경제가 붕괴되면서 전세계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거품 경제의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란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기간을 일컫는다. 1990년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고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0%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작가는 요미우리 신문의 기자였다고 하는데 해박한 경제 지식을 배경으로 벌처펀드와 기업간의 세계를 긴장감있게 그리고 있다. 아쉬웠던 점은 간간히 뒤바뀐 날짜들이 등장했는데 개정판에서는 고쳐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말했다.
인생의 비극은 두가지밖에 없다고.
하나는 돈이 없는 비극
또 다른 하나는 돈이 많은 비극
세상은 돈이다.
돈이 비극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