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980년대 전원일기에나 나올법한 고향사진관의 표지는 촌스럽기도 하지만 정겨움이 느껴진다. 김정현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아버지'를 나는 읽어보지 못했다.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화제인데 질투하듯이 아버지에 관련된 책이 나왔다. 바로 '고향사진관'이다. 엄마와는 다르게 멀게만 느껴지는 아버지라는 존재.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가족 사랑에 대한 표현이 서투르고 늘 소외된 존재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책속 용준의 아버지는 누구보다 호탕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으며 자식에게도 따뜻했던 사람이었다. 용준은 군대에 있을때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의 꿈을 접고 아버지가 오랫동안 해오던 사진관과 예식장을 물려받아 누이들과 동생들을 시집 장가 보낸다. 자신이 세계의 중심인줄 아는 요즘 세대의 청년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자그마치 17년이란 세월을 누워만 있는 아버지를 간호했던 어머니와 용준의 식구들. 정작 그들은 아버지를 버팀목삼아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픈 몸으로 누워서 책을 보고 있던 용준을 큰딸 혜주가 왜 책을 읽으냐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볼 때 용준이 왜, 난 책 읽으면 안돼?하고 말하던 장면이 내겐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젊은 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접어 가슴에 품고 있던 그의 속은 그래서 더욱 깊은 상처가 되었으리라.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하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나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도 몸이 편찮으셔서 요양원에 계신다. 부끄러운 얘기인데 자식이 여럿있지만 아무도 그들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 나는 손녀인데도 그런 이모와 삼촌들이 너무 밉고 원망스럽다. 엄마와 함께 한달에 한두번 찾아가 뵙는것도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이 책은 커다란 감동과 함께 살아계신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던 용준을 향해 장인어른이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자식 또한 다르지 않네.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경건함을 잃지 않으면 결코 비뚤어지지는 않는다네. 난 자네를 보며 언제나 그 점이 흡족했네. 소중하게 여김을 받은 사람이구나, 그래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