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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버지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옌렌커 라는 작가는 '딩씨마을의 꿈'이라는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너무도 암울하고 어두운 내용이라 이번 작품 또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래도 중국소설 자체가 시대적 배경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보니 같은 동양권이라도 우리나라와 일본과는 아주 대조적인 분위기를 띠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이 작가가 그렇게 대단한 줄은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뽑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작품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생긴다.
이 작품은 작가의 회고록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딩씨 마을의 꿈과 이번 작품의 분위기가 매우 다른 점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인, 무엇보다 자신의 성년 이전의 삶의 정신적인 면에서 많은 영향을 주셨던 세 어른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잔뜩 묻어난다.
그 많은 회고장면중에서, 공산주의 시대에 한집당 할당된 한뙈기의 자갈투성이 땅을 일구기 위해, 해가 뜨면서 시작한 아버지의 작업은 해가 질때까지 하루종일 이어지는데 시작할 때의 그 꼿꼿했던 허리가 반은 구부러져 있었다는 회고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자신의 아들이 군에서 원인도 모른채 죽은 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시체만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과 똑같은 불행을 타인에게 부여하고 싶지 않아 피의자의 신고조차 거부한 큰아버지의 성품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 시대의 가장에게 있어서 자식들에게 가장 일순위로 해줘야 하는 일이 결혼전에 집을 짓는 일이었다고 한다. 부모로써 가장 큰 의무로 여기는 만큼 그 시대의 아버지들은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한몸을 희생한다. 마치 동물이나 곤충들이 한가지 일에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몰두하고 결국 그 일이 끝나면 힘이 다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세 어른은 비록 못 배우고, 자식들에게 떳떳히 물려줄 재산도 없지만 그 많은 자식들의 교육은 정말로 잘 시킨듯하다. 작가의 그 많은 사촌들끼리의 의리와 우정은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지고 자신들의 부모에게 하는 효도의 근본은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만든다.
참으로 오랜만에 감동적인 에세이를 만난 듯 하다. 이 책 한권에, 살아 생전 잘 모시지도 못하고 아들로써의 의무를 피해 군입대를 함으로써 내내 불효하는 마음을 안고 살아온 작가의 마음과 동시에 아버지와 어른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