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영화 '비스틀리'의 멋지고 잘 생겼지만 자기 잘난 맛에 도취되어 있고 못생긴 친구들은 대놓고 무시하는 주인공 '카일'이, 영화 '소스코드'속으로 들어가 계속 같은 시간대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똑같은 공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
이 책을 읽기 전 전체적인 줄거리를 훑어보면서 문득 나 나름대로 그런 레퍼토리를 꾸며보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사만사 킹스턴(샘)은 소위 퀸카다. 내적으로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탓에 (처음에는 너무 자기 잘난 맛에 조금 밉살스럽기도 했다.) 친구를 놀리고 무시하기도 하고 고 또래아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거침없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샘이 가장 기대하던 파티에서 평소 자기가 사이코라 놀리던 줄리엣의 뜻하지 않은 행동으로 파티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엉망이 된 파티만큼이나 망가져버린 샘과 친구들이 같이 차를 타고 오는 도중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로 샘과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샘은 자신이 죽은 날 아침을 여섯번 맞이하게 되면서 똑같은 날을 되풀이해서 살게 된다.

자신의 죽음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는 그러한 자신의 상황을 포기하고 막 나가는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샘의 마음은 한없이 공허해지고 결국에는 자신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고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진실된 모습과 사람의 내면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살아 있으면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해왔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면서 샘은 비로소 인생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샘이 보여줬던 행동 중 가장 성숙한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어른인 내가 과연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샘처럼 의연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17세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다소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의 샘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너무 쓸쓸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그런 표정을 담고 있다.
마침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평온한 샘의 표정일까..

아무리 해도 과거는 절대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소설에서도 다시 한번 증명해주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어떤 한 부분을 바꿀 수는 있어도 결과는 바꿀 수 없다는 사실..
죽을 날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삶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감사하는 마음이 들것도 같고 더 슬플 것도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고 지금 나의 주변사람들을 실컷 사랑하기.
이렇게 살아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후회와 미련이 남게 마련이겠지만..

요즘 읽는 책들이 대부분 영화화된다는 사실이 매우 반갑다. 이번에는 어떤 배우가 샘역할을 맡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