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그 여자의 파리 ]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서 17년간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저자가 보고 느낀 파리의 느낌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는 주변 친구들을 통해 파리지앵의 가치관과 모습을 보여주는 에세이집이다. 스카프 한장의 우연으로 인생의 필연이 되어버린 남편과 알콩달콩 사는 모습은 우리네와 다를 것 없을 텐데도 그 '파.리' 라는 단어 떄문인지 독특한 결혼사진부터 웬지 로맨틱해보인다. 17년이라는 세월을 파리에서 살았으니 저자도 정말 이제 거의 완벽한 파리지엥이 되었을 법도 한데 그 가치관이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기껏해야 2~3개 종류의 설탕이 쓰이는 한국과는 달리, 각 상황에 따라 넣는 설탕의 종류도 너무도 다양해서 그런 설탕 하나도 절대 아무렇게나 사용하지 않고, 지하창고에 엄청난 가격과 양의 와인을 저장해두고, 벽에 못 하나 박을 때에도 수평자를 포함한 온갖 공구를 대동하는 그런 남편의 습관. 그런가 하면, 몇 십년 된 푸조를 아무렇지도 않게 끌고 다니는 친구, 결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낳고 몇 십년 잘 살고 있는 친구. 이혼하고 혼자 아주 멋지게 딸을 키우면서 너무도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친구. 옷이나 치장 같은 것보다는 바캉스에 온갖 투자를 다하는 친구. 16인치의 TV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는 친구... 물론 이러한 소수의 친구들의 모습이 전체 파리지엥의 모습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활모습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나..16인치 TV..몇 십년된 푸조.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프랑스 사람들은 몇 십년된 소파를 수리하기 위한 비용이, 비슷한 소파를 사는 가격과 맞먹는다면 당연히 소파를 수리하는 쪽을 택한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외관의 번듯함. 새로운 것의 편리함 보다는 그 사물에 깃들여져 있는 시간과 추억과 내음이 훨씬 더 중요한가보다. 뚝딱뚝딱하면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고, 고궁에 가면 새롭게 보수한 칠로 인해 고풍스럽고 옛스러운 모습이 사라져버려 너무도 안타까운 절들. MP3.디카. 자동차 등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족족 갈아치우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도 들고 반성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정도로 아끼고 재활용한다면 우리나라도 금세 부자나라가 될 것 같다는 생각.. 믈론 프랑스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겠지. 일단 생활하기는 무지 불편할 것 같다. 배관공 한 명을 부르는데 며칠이 걸릴지도 '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라면 빨리빨리나 완벽한 서비스 정신을 추구하는 우리나 일본사람들에게는 매우 견디기 힘든 생활이 될 듯..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직접 체험해보지 못하고 책으로만 접해본 느낌으로는. 그들의 여유로운(경제적인 아닌 정신적) 생활모습이 참으로 부럽다. 특히나 엄청난 업무를 진행하다가도 칼퇴근하는 모습이나 두달에 한번 오는 바캉스를 가장 중요한 삶의 일부로 여긴다는 사실..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좀 더 부강해진다면 이러한 여유로움이 생길까... 그런데 이 책 아무래도 표지는 좀 바꿔야 할 듯 하다. 이 책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딱 보고 색깔고 그렇고 약간 야릇한 책 내지는 피가 난무한 추리소설 로 보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