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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 - 50/50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술도 안하고 담배도 안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어느 모로 보다 가장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27살의 창창한 청년이 덜컥 암에 걸려 버렸다.
그것도 생존률 50/50의 희귀암.
친구 카일의 말마따나 이 정도의 확률이면 엄청 희망적이라고 생각해도 좋을까..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 나일까..그런 원망도 할 수 있을 만한데 아담은 그런 원망조차 표출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그리고 쿨하게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반반의 확률에 의지한 삶. 옅은 미소를 담고 있는 아담의 얼굴이 너무도 쓸쓸하게 느껴진다. .슬프고 아픈 마음을 겉으로 표현조차 하지 않는 남자.
아담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치매아버지를 돌보는 억척스런 엄마에게도 힘든 상황을 숨기고, 믿고 의지하던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삐긋거리고..차 없으면 생활을 못하는 미국사회에서 아담은 운전면허조차 없기에 병원오고 갈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조금 답답하고 소심한 남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
그런 그의 곁에는 그와는 정반대의 친구 카일이 있다. 여자를 너무 좋아하고 온통 머리속에 섹스생각만 들어있는 남자. 아픈 친구를 끔찍히 돌보지만 가끔은 그런 그를 이용해 자신이 재미를 느끼곤 한다. 직설적이고 살짝 단순해보이기는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가끔 귀엽기까지 한 남자이다. 그리고 갈수록 이 친구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도 된다. 멋진 친구 같으니라구~~~~
포스터를 보고 영화 자체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쿨하고 그리고 슬픈 영화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슬픈 장면은 거의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의 아담의 행동에 더 애잔한 마음이 든다.
암병동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같은 고통을 나누어 가지며 위로도 받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괜찮아보이던 사람이 그 다음 날 숨을 거두는 상황에서 아담의 마음도 점점 비관적이 되어 가기도 한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세상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바라보는 아담의 그 마음.
마침 바로 얼마전에 그 섬뜩하도록 서늘한 수술실의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비록 아담처럼 생과 사가 갈리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담의 마음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에이~영화니까 저 정도로 담담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진다.
조셉 고든-레빗.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를 밀어버리고 모자를 뒤집어 쓴 모습이 의외로 참 잘 어울리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