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기억 속으로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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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잔인한 장면도 그다지 많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은근히 공포스러운 작품이다. 사실 이 정도의 기대는 안하고 시작했는데, 하루를 온종일 이 책에만 매달릴 정도로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결말도 궁금하고 무척 재밌다.

재판의 한 현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여주인공 캐서린이 2004년 과거,  끝내주게 매력적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점점 알 수 없는 그의 직업과 묘한 분위기에 조금씩 압박감을 느끼게 되면서 겪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과, 2008년 현재 그런 과거의 상처로 인해 철저하게 망가진 캐서린의 너무도 심한 강박증세와 일상이 그녀의 독백으로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상상이 주는 공포가 오히려 더 무섭고 끔찍한 것 같다. 처음에 출근전에 집안의 모든 식기도구며 창문이며 문을 몇번씩 점검하는 캐서린의 행동을 보면서 뭔가 심각한 결벽증에 걸린 건가 싶었다. 그런데 뒤에 그녀의 그런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되면서, 그런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나같았으면 아마 더 무서워서 혼자서는 절대 못살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캐서린이 겪고 있는 강박증세가 대중들 사이에서, 혹은 공공장소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도 하는 것이기에, 혼자서 그 몇년 동안 그 공포속에서 살아가며, 매일 몇시간이고 문점검에만 집중하는 그녀가 너무 불쌍하다.

 

그토록 매력적인 남자 '리'의 잘못된 사랑.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듯 하다. 아주 끔찍한 집착에 불과할 뿐.

현재속에서 결코 그의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읽는 내내 나자신도 '리' 의 갑작스런 출현을 두려워하게 되고, 그의 존재 자체가 굉장한 공포로 다가온 게 사실이다. 이거이거..영화로 보면 진짜 끝내주게 공포스럽겠다 싶었는데 오~역시 지금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니..

주인공으로 누가 캐스팅될지 정말로 궁금하다.

 

온전한 사람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정신병자로 몰아넣고, 그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접근금지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황들. 그의 존재로부터 캐서린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 스스로 그토록 점검에만 집중하는 이유이다.

마지막까지 오싹한 이 작품.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매력적인 심리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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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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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그 한 권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프랑스의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알렉스를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신작을 다시 만나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다.

그런데 당연히 알렉스의 그 시리즈일꺼라 기대했었는데 그와는 별개의 단행본이라 조금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번째 소설인만큼 더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책 역시 표지가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구나. 행복을 의미하는 웨딩드레스에 어떤 무서운 사연이 담겨 있을지..

 

소피의 이야기. 프란츠의 일기. 그리고 소피와 프란츠와의 만남.

이렇게 큰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 작품은 알렉스와 사뭇 비슷한 전개방식을 띠면서도 식상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소피의 눈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피라는 여자에 대해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단순기억상실증에 걸려 정말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기억 못하는 것은 아닐까..아니면 누군가 그녀의 이러한 병을 이용해 사건을 만들어낸걸까...

 

그리고 프란츠의 일기를 만난다. 오래전에 씌여진 그의 일기. 그리고 지금까지 소피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들의 전말을 알게 된다.

철저하고 교묘하게 만들어진 상황들. 그 덫에 걸린 소피.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알렉스 때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의 판단이 자꾸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역시 이 책에서도 반전은 기대할 만 하다.

이 책의 수상경력 ' 코르메유 탐정문학상, 미스터리문학 여성독자상, 서스펜스문학 애호가상 수상작!'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미스터리문학 여성독자상 수상작!

공감한다. 이 작가의 책은 전작도 그렇고 이번작도 그렇고 여성의 입장에서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만 하다.

다음 작품에서도 과연 여성을 주인공으로, 비슷한 상황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며나갈 것인지..난 그래도 역시 또 읽을 테지만..

그러고 보니, 곧 출간예정인 작품이 두개나 되어서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일반적인 스릴러물에 비해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이 느껴진다. 이 작가의 작품에서는...프랑스 풍의 스릴러의 특징인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독특하다.

영화도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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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스 & 토르소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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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스와 토르소. 비슷한 두 단어가 처음에는 조금 헷갈렸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두 단어의 상징성을 알 듯 하다.

초반부터 신화 미노타우로스 의 사진이 등장하는 등 황소를 의미하는 TOROS 는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한다.  목과 팔이 없는 조각 작품 토르소를 실제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살인사건은 이 TOROS 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작품은, 헤밍웨이를 비롯한 실존했던 인물들의 등장과 더불어, 1930년대 일어났던 최악의 허리케인을 시작으로, 1946년 입이 양 귀쪽으로 찢어지고 허리 아래가 예리하게 잘리고 내장이 모두 척출된 채, 끔찍하게 살해된 엽기적인 사건 '블랙 달리아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웬지 소설같지 않은 분위기를 띠고 있다.

결국 미해결 사건으로 남게 된 이 블랙 달리아 사건은 몇년 전 스칼렛 요한슨 주연으로 영화까지 개봉될 정도로 세기의 큰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는데, 저자는 이 사건을 초현실주의 작품과 연관지어 한편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이 사건은 장작 30년의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 범죄소설가인 헥터와 허리케인에 갇힌 상태에서 며칠동안 열렬히 사랑하게 된 레이첼이라는 한 여성과 그녀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연히 만나게 된 레이첼의 동생 알바와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또 다른 사건.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다시 시작된 이야기들.

헥터를 긴 세월동안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이 엽기적인 사건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보다, 그러한 범인의 뒷배경이 더 놀랍고 안된 마음까지 든다.

 

30년이라는 세월동안 이루어지는 내용이라,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은 조금 덜한 듯하지만, 일단 소재자체가 독특하고 사건은 너무너무 끔찍하지만 그만큼 더 흥미롭다.

주인공 헥터도 초반에는 허리케인때마다 아름다운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거짓상황까지 만드는 모습이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만의 매력이 조금씩 부곽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조금 괴상하지만 독특해서 그동안 기억에 오래 남았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과, 좋아하는 화가 중 한명인 달리의 작품이 이런 끔찍한 사건의 모티브가 된 사실이 조금은 마음 아프지만 내용면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작가 헤밍웨이의 모습들도 상당부분 사실적으로 비춰졌다는 점도 이 책의 무게를 한층 더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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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테오의 여행테라피
테오 글.사진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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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국내 1호 여행 테라리스트이다. 예전에는 없던 직업들이 많이 생기면서 점점 생소한 직업이 늘어만 가는데 이 직업도 그 중 하나이다.

상처 입고 지친 현대인들의 증상에 따라 그에 맞는 여행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여행 테라리스트. 어떻게 보면 참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심신이 지치고 힘들면 이런 직업까지 생겨났을까...

정말 이 책에서 추천해주는 곳을 다녀온다면 그에 따른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나마 도움이 되는걸까...

 

이 책에는 쉽게 만나보지 못한 곳들이 많이 소개되어져 있다.

일주일간 탱고를 배우기 위해 아르헨티나 탱고마을 '보카' 방문을 시작으로, 슬픈 흑인마을 칼리처, 하릴없이 아무 목표도 정하지 않고 그냥 걸어보는 일본의 나가사키 마을, 얼마되지도 않는 관광수입을 위해 여자들의 목에 기나긴 황동고리를 걸어야 하는 태국의 카렌족,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마을..그리고 삼청동 골목, 강촌 등 국내의 곳곳.

 

어느 정도 서정적인 분위기도 느껴지는..여행처방전이다. 비록 지금의 내가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지를 않아 많은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아.이런 곳도 있구나..정도의 느낌이다.

가장 공감이 가기에 가장 끌리는 곳은 일본의 나가사키. 여행을 떠나서도 무언가를 해야하고, 무언가를 꼭 먹어봐야 하고..또다른 계획과 목표로 스스로 힘들어지는 여행. 이 나가사키 여행은 그러한 목표달성을 위한 여행이 아니다. 그 유명한 나가사키 우동도 일부러 찾아가지 말고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만나는 식. 그런 식으로 여행하자고 제안한다.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에 머무는 여행을 권하고 있다. 꽤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어내려가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페이지를 골라 읽어도 좋은 책이다. 여행에세이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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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 In the Blue 7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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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만나보는 번짐 시리즈. 역시 좋구나. 바로 전의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도 좋았지만, 나는 프라하 편이 훨씬 더 좋다.

이 시리즈의 저자, 공학도였다는 사람이 이렇게 글을 감성적으로 잘 쓸수 있는거야..감탄하면서 또 그의 너무도 멋진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 책에서는 빨간 지붕들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 시리즈 중에서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이 따로 있는 걸로 봐서는 유럽의 도시들은 붉은 지붕이 많은가보다. 몇백년의 시간을 지닌 건물들. 느린 시간들을 느끼게 해주는 트램, 짐을 끄는 여행객들에게는 불편하지만 그것마저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울툴불퉁 블록들. 낮과 밤의 분위기가 너무도 다른 도시의 분위기들, 예쁜 간판들, 그냥 지나칠 땐 모를텐데 또 요렇게 사진으로 보니 너무 예쁜 사소한 것들. 이 모든 것들이 이 자그마한 책 속에 다 들어있다.

 

이 시리즈는 그냥 읽으면 한시간이면 뚝딱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리즈는 웬지 그렇게 읽기에는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천천히 사진한장한장을 음미해가면서 그렇게 그 곳을 느껴보고 싶다.

이 제목을 보고서야 프라하가 체코에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프라하라는 곳은 굳이 체코와 연관짓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독립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되어져 있다. 

고건축물들이 너무도 매력적이라 책 속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현대식 건물이 웬지 생뚱맞아보인다. 전혀 어울리질 않아...

 

이 책에는 프라하 이외에도 저자가 고민고민끝에 선택한 체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2군데가 더 소개되어져 있다. 프라하만 알아왔던 나에게 체코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느끼게 해주는 사진들과 글이 가득 실려있다.

첫번째 번짐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느꼈던 생각이지만, 그동안 놓치고 못읽어본 번짐 시리즈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여행중의 재미난 에피소드나 현지인들과 이야기가 담긴 여행에세이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이 시리즈만은 예외로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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