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로스 & 토르소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토로스와 토르소. 비슷한 두 단어가 처음에는 조금 헷갈렸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두 단어의 상징성을 알 듯 하다.

초반부터 신화 미노타우로스 의 사진이 등장하는 등 황소를 의미하는 TOROS 는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한다.  목과 팔이 없는 조각 작품 토르소를 실제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살인사건은 이 TOROS 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작품은, 헤밍웨이를 비롯한 실존했던 인물들의 등장과 더불어, 1930년대 일어났던 최악의 허리케인을 시작으로, 1946년 입이 양 귀쪽으로 찢어지고 허리 아래가 예리하게 잘리고 내장이 모두 척출된 채, 끔찍하게 살해된 엽기적인 사건 '블랙 달리아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웬지 소설같지 않은 분위기를 띠고 있다.

결국 미해결 사건으로 남게 된 이 블랙 달리아 사건은 몇년 전 스칼렛 요한슨 주연으로 영화까지 개봉될 정도로 세기의 큰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는데, 저자는 이 사건을 초현실주의 작품과 연관지어 한편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이 사건은 장작 30년의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 범죄소설가인 헥터와 허리케인에 갇힌 상태에서 며칠동안 열렬히 사랑하게 된 레이첼이라는 한 여성과 그녀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연히 만나게 된 레이첼의 동생 알바와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또 다른 사건.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다시 시작된 이야기들.

헥터를 긴 세월동안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이 엽기적인 사건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보다, 그러한 범인의 뒷배경이 더 놀랍고 안된 마음까지 든다.

 

30년이라는 세월동안 이루어지는 내용이라,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은 조금 덜한 듯하지만, 일단 소재자체가 독특하고 사건은 너무너무 끔찍하지만 그만큼 더 흥미롭다.

주인공 헥터도 초반에는 허리케인때마다 아름다운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거짓상황까지 만드는 모습이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만의 매력이 조금씩 부곽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조금 괴상하지만 독특해서 그동안 기억에 오래 남았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과, 좋아하는 화가 중 한명인 달리의 작품이 이런 끔찍한 사건의 모티브가 된 사실이 조금은 마음 아프지만 내용면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작가 헤밍웨이의 모습들도 상당부분 사실적으로 비춰졌다는 점도 이 책의 무게를 한층 더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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