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달에는 인문학 위주의 책을 많이 읽어서 살짝 소설이나 여행기가 땡기던 즈음 만난 이 책은, 나한테는 여느 때 읽었던 여행 에세이보다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이번에 새로운 표지와 제목으로 새롭게 재출간되었는데, 사진감성 에세이이다보니 2012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백화점 홍보담당에서 출판잡지의 기자로, 신문사 여행기자로, 여행주간지 팀장 등의 직업을 거친 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결국에는 이렇게 감성 넘치는 사진과 글이 가득한 에세이를 출간하는 멋진 작가님으로 성공하셨다. 

매니아층도 꽤 있는 듯 !!!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마는, 이왕 힘들거라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든 것이 훨씬 낫겠지.

그런 면에서 볼 때 수차례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본업을 찾게 된 저자가 참 부럽기만 하다. 

 

풍족해서 여행을 떠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항공료를 아끼기 위해 시간을 버려야 했고, 1달러를 아끼기 위해 1km를 걸어야 했고,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매우 열악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여건에서 떠나도 어떻게 어떻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떠나라는 것 !!!

 

사실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무슨무슨 입장에서는 이렇게 훌쩍 떠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정말 경험으로 미뤄봐서도, 여행이란 너무 깊게 생각하고 계획을 하면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한살이라도 젊을 때 떠나는 것이 훨씬 좋을 듯도 !!!

 

사진전을 두번이나 열었던 저자답게 책 속의 사진들이 어찌나 감성적이고 낭만적인지..사진만 들여다봐도 행복 그 자체이다. 

사진과 함께 담긴 글들도 소설을 읽듯이 빠르게 읽기 보다는, 천천히 단어와 문장을 음미하면서 읽게 된다.

특히, 고요한 밤에 읽으면 정말이지 너무 좋다. 

 




 


 

[ 상상출판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장엄호텔'을 만나보았다.

첫번째 작품인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간결하고 단조로운 문체,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리고 첫번째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모습과 죽음' 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은 '할머니의 유산인 장엄호텔을 홀로 지탱해가는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온통 회색빛의 이야기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상속되는 불행에 대해 쓰는 마리 르도네' 라고 소개된 것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의 하루하루는 매우 힘들고 비참하기까지 하다.


할머니의 마지막 유산인 장엄호텔은 할머니가 관리하실 때는 그나마 멋스럽고 잘 나갔던 호텔이었지만, 내가 맡은 이후로는 낙후된 시설을 고치는 것이 하루일과가 되어버렸다. '늪지대' 라는 지리적 위치에서부터 벌써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주인공인 내가 묘사하는 장엄호텔의 내부도 그에 못지 않다.

주구장창 내리는 비에 호텔 내부는 여기저기 비가 새고, 변기는 끊임없이 막히며, 쥐와 파리떼가 들끊고, 그러면서 자연히 전염병도 발생하고, 하루가 멀다하게 배관공을 불러야 하는 아주 극한 상황이다. 


정말 이런 곳에 내 돈을 내고 머무는 손님이 있기나 한걸까 할 정도로 너무도 열악하고 음산하지만, 늪지대에서는 유일한 호텔이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머무는 손님이 있기는 하다. 단 한명의 손님만 머물러도 주인공인 내가 살아갈 정도의 돈은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하며..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집을 나간 후 다시 장엄호텔로 돌아온 두 언니의 상황도 이러한 암울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주인공에게 도대체 희망이란 보이질 않는다. 자금이 없으니 그 때 그 때 임기응변식으로 때우는 호텔의 보수공사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꿋꿋하게 이 호텔을 지키고자 한다. 

주인공의 언니가 말한 '죽음, 그것은 삶보다 나쁘다' 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비참한 인생의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현재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자 이 곳에 남을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오늘도 주인공은 장엄호텔의 네온사인의 불을 밝히며 단 한명의 손님이라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책의 표지는 장엄호텔의 실제 모습과는 극을 이루는 매우 희망적이고 밝은 색깔의 호텔의 이미지와 나무로 채워져 있다.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꿈꿔오는 호텔의 모습이 이러하겠지..




[ 열림원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 알고 보면 가깝고, 가까울수록 즐거운 그림 속 철학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좋아하는 미술과,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친해지고 싶은 철학이 만났다.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오래전부터 어려운 철학을 일상의 편한 언어로 바꾸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정치철학자인 저자의 결과물이

라고 할 수 있다.

미술작품을 보면서 그 작품에서 연관될 수 있는 철학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옆에서 스테리텔링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딱딱할 수 있는 철학을 꽤나 맛깔스럽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하고 있다. 


천지창조 작품과 니체의 '신은 죽었다'

조선의 책거리 작품들에서 떠올릴 수 있는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와 가치 다원주의

정의의 여신에서 해석될 수 있는 롤스의 '정의론'과 아이리스 영의 철학이론 등등 

철학하면 당연히 누구의 무슨무슨론...이라고 정의되어진다고 알고 있었기에, 각 챕터마다 '어떤 철학' 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보다 그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무리되는 철학 이야기를 보면서, 어~.이런 게 철학이었어 !!! 라고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가장 인상깊고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사과를 표현한 작품에서 출발해서 다양한 다른 소재의 작품과 이어지면서 홉스, 로크, 루소의 철학을 비교해석한 부분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루소만 알았고, 그나마 루소의 철학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저자의 너무도 상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통해서 이 세 사람이 주장하는 철학에 대해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고, 재밌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저번달에는 한 권의 책으로 그리스 신화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했더랬는데, 이번에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철학'에 대해 살짝 눈이 떠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깊고 심오한 철학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단 '관심'이 생겼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고, 이런 주제로 다양한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불어 미술이라는 분야가 우리 인간과 관계된 모든 학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미술작품에 대해 더한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에 기억된 50개의 장소 - 시대의 이야기를 품은 특별한 공간, 땅 위에 남겨진 역사를 읽다
제이콥 필드 지음, 김산하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에 약한 나에게 이런 책은 무척이나 고맙기만 하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50개의 장소만 알아도 어디 가서 조금은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듯한 기대감도 생기고 말이다. 

그런데 역시나, 50개의 장소 가운데 내가 조금이라도 들어본 장소는 우리나라 장소를 제외하고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그래도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세계사를 역사의 현장 속 장소와 연결지어 읽으니 일단은 재미있고, 이해하기도 쉽다.


순서는 선사시대서부터 고대, 중세, 근대, 혁명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나열이 되어 있다.

- 최초의 현생인류가 등장했던 올두바이 협곡(이름만 익숙한 곳)을 시작으로, 

- 동아시아 최고의 문명인 황허 문명지인 황허강 유역(중국 고대문명을 암기할 때 양쯔강 문명과 항상 붙어다녔던 단어)

-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공화국인 나우루

- 학문과 예술의 상징인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곳은 최근 읽은 2권의 책에서도 언급된 바가 있어 확실히 기억되는 곳인데, 이것이 독서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무슬림들의 성지인 히라동굴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 민주주의 개최지인 팅벨리르(이 곳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

- 중앙 아프리카 최대의 유적지인 그레이트 짐바브웨 (짐바브웨가 이 정도 규모의 유적지인 건 처음 알았다.)

- 노예무역의 중심지인 케이프 코스트섬

- 산업혁명을 체계화한 스코틀랜드의 뉴 래너크(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그 대대적인 혁명이 체계화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 러시아의 역사와 정치의 중심인 크렘린 궁과 붉은 광장  등등...

50개의 장소 중 우리나라의 경복궁(조선최고의 법궁)과 비무장지대 DMZ (냉전의 상징)도 포함되어 있다. 


그 방대한 세계사와 연관된 장소 가운데 50개를 추려서 설명되다 보니, 조금은 간략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좀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은 장소는 따로 더 찾아보면 되겠기에, 생소한 장소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꽤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설명과 함께 실린 사진은 컬러에 사이즈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컸고, 자주 소개되는 유명한 장소들 외에도, 평범한 장소와 연관된 역사적인 사실을 풀어내는 부분이 참 좋았다. 

역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못했던 역사적인 장소를 새로 알아나가는 시간이 될꺼라 생각된다. 

책 한권과 함께 했던 재미있는 역사여행이었다. 



[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신연강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이런 색깔의 에세이는 참 오랜만에 만나본다. 

'인문'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왠지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과는 달리, 책 속의 내용은 따스하고 온화하다.

굳이 인문이라는 단어를 연결시키지 않아도 좋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이다.

맺음말의 형식이 일치하지는 않아 찾아보니 코스미안 칼럼에 실린 글을 중심으로 편찬한 책이어서 그런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3장 '책 속의 책' '글 속의 글' 이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고 느낀 생각을 표현한 부분이다.

읽으면서 저자가 겸손하신 분 같다는 느낌도 들고, 자신을 낮추는 겸허함이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다는 부분이 꽤나 인상적이다. 하루키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소설 쓰는 재능은 유전이나 금광 같아서 발굴되지 않을 경우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고..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물 때를 잘 만나는 것. 특히 이 글 쓰는 부분이 그러한가보다. 


저자가 피에르 바야르의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특징 중 서문이 꽤 길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책을 쓸 때는 서문을 절대 길게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맞다.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나도 서문이 길면 벌써 흥미가 조금 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다.

몇달 전 읽었던 '굿 이너프'라는 책은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긴 서문을 자랑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피에르 바야르의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알게 된지 얼마 안된 출판사의 이 책은 표지도 그렇고, 책의 분위기도 그렇고, 일부러 멋부리지 않은 소박한 느낌이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가는 책이다. 




[ 바른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