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헤의 시간 - 독일 국민 셰프 호르스트 리히터 씨의 괴랄한 마음 처방
호르스트 리히터 지음, 김현정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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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작품을 심심치 않게 만나는 것 같다. 소설 '국어교사. 명상살인' 에 이어 이번에는 에세이까지.

제목 '루헤의 시간'은 ' 거의 완전한 고요함' '기분 좋고 평화로운 고요함' 이라는 뜻의 독일어로, 독일의 사랑받는 방송인이자 전직 쉐프인 저자가 쓴 인생 에세이이다.

사실 이런 교훈적인 에세이는 조금 뻔한 감이 없지 않아 자주 읽지는 않는데, 이 책은 왠지 그 뻔함에서 벗어난, 일상에서 들려주는 유쾌한 인생이야기를 만날 듯 해서 선택한 책이다.

 

성공한 삶을 살면서, 너무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저자는, 이 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서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묵언 수도원 프로젝트' 를 실천하기 위해 수도원을 방문하게 된다. 이 곳에서 2주간 머무는 동안 저자는 과연 기대한 것만큼의 보람을 느끼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한 틈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수도원에서의 틀에 박히고 빡빡한 일정, 소박하다기보다는 부실에 가까운 식단은 두말할 것도 없고, 명상을 실천하기 위한 수업에서도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들만 몸소 체험하게 된다.   

이 곳에서의 생활은 비록 실패로 끝나게 되지만 저자는 이로 인해 더 커다란 깨우침을 얻게 된다.

 

바로, 루헤의 진정한 의미와 루헤를 느끼기 위한 올바른 방법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또 무엇을 억지로, 일부러 만들어내거나, 의도적으로 시행하려고 애쓰지 말자고 한다.

인위적인 것에서부터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내면에서, 자연에서 얻는 것을 추천한다. 

인생에서 비움, 내려놓음의 중요성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이 단어들을 독일인의 관점에서도 그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식상할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놓은 이 책과 함께, 연초에 다시 한번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마음다짐을 해보는 계기가 될 듯 하다.

 

 



 

 

   


 

 

 

 

[ 크레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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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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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과 유머러스러운 표지에 반해서 읽게 된 책이다.

대학교에서 '개소리 연구소(Bullshit Studies Lab)를 운영중인 사회심리학자가 쓴 이 책에서는 정보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말이지 뭘 하나 구입하려고 해도, 어찌나 종류도 많고 브랜드도 다양한지, 게다가 현혹스러운 홍보 문구까지 더해져 나중에는 다 그게 그거 같고, 꼼꼼히 살펴보고자 하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결국에는 지쳐 '아무거나' 혹은 '리뷰 많은' 쪽으로 선택하곤 한다. 

평소, 나는 결정장애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또 이게 바로 결정장애인가 싶기도 하다.

 

최고급 와인과 저렴한 와인의 실질적인 맛의 차이는 와인 전문가들조차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최고급 와인이 결코 맛이 최고인 것이 아니라 와인의 홍보, 브랜드명, 포장 등에 의해 맘대로 정해진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비싼 화장품이 과연 뛰어난 성분을 함유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는데 이런 생각도 화장품 개소리에 현혹되지 않은 올바른 소비자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본사람들은 한국 화장품이 최고인줄 알고 엄청난 구매를 하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일본 화장품이나 외제 화장품의 선호도가 강한 걸 보면, 어떤 특정 화장품이 절대적으로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요즘 어디서나, 어디에나 적용되는 MBTI. <포춘> 선청 100대 기업 가운데 80여개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때도 이 MBTI를 적용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가장 공인된 성격 테스트인데, 애초에 심리학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오락실 게임용으로 고안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런 것들을 맹신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갑자기 너무도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와 태도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는 저자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말을 '개소리' 로 간주하면서 여러 다양한 예를 들어 우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흔해 빠진 개소리에 휘둘러 생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런 개소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내용이 좀 더 전문적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꽤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주제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고 있다. 

 

p.s : 내용에 개소리 라는 단어가 정말 정말 많이 나온다. 원서 자체에도 당연히 이 단어 Bullshit 가 엄청 등장했을텐데 원서로 읽는 사람들한테는 '개소리'라는 한글만큼 거부감이 크지는 않을까...이 한 단어로 인해 내용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점은 조금 아쉽다. 

 

 

 

[ 오월구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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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더 - 소멸해가는 당신을 위하여
이춘숙.정형민 지음 / 책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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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한 살의 나이에 첫 해외여행을 떠나신 이춘숙 할머니. 그런데 세상에나..첫 해외여행이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히말라야 원정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 이후로도 무스탕, 미얀마, 바이칼 호수, 고비사막, 파미르 고원, 티베트까지...20-30대 청년들도 선뜻 나서기 힘든 여정을 이 분은 해내셨다는 사실이다. 

그 여정에는 항상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들이 함께 한다. 

히말라야에 먼저 다녀온 아들에게, 다음에는 동행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하신 여든의 노모나 그런 제안에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길을 함께 한 아들이나, 참 두 분 다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책 속의, 오지의 곳곳에 당당히 계시는 할머니는, 피곤에 찌들고 골골하신 모습이 아니라, 너무도 건강하시고, 허리도 꼿꼿. 얼굴에서는 빛까지 나는 걸 느낄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이처럼 힘든 여정에 도전하실 생각을 하신걸까? 아들이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것을 평소 보셔서 어디든 아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드셨던 걸까.. 아니면 그런 오지 여행을 정말 해보고 싶으셨던 걸까..

 

이 책이 씌여진 시기가 2014-2020년이고 지금은 거의 아흔을 바라보고 계시지만 지금도 여전히 매일 일기를 쓰시고, 서너시간씩 독서를 하신다고 한다.

게다가, 아흔살이 되시면 다시 네팔과 북인도로 떠나 굶주린 아이들에게 쌀과 담요를 주고자 계획하신다.

삼십대에 의료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면서 갖은 고생을 하신 이춘숙 할머니가 쓰신, 2장에 기록된 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80이라는 긴 인생이 파노라마같이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인생이란 무엇이며, 인생에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여든의 엄마한테 이 책을 보여주고, 이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여든의 나이에도 아직까지 다소 먼 거리의 여행도 가능하다는 것을,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용기를 가지신 듯 하다.

뭔가 희망을 가지게 되고, 그 목표를 위해 건강관리, 특히 두다리를 더 열심히 관리하시려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서 이 책이 참 고맙다.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은 사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 그 자체이다. 그 사진 속 조그마한 존재, 이춘숙 할머니의 모습은 또 감동 그 자체이고..

 





 

 

 

 

[ 책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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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 돌·물·불·돈·발·피·꿈이 안내하는 색다른 문화 기행
윤혜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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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물,불,돈,발,피,꿈 7개의 코드로 유럽 50개 소도시로 떠나보는 시간이다. 

소도시라고 해도 거주인구 50만명을 기준으로 '소'도시를 선정했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왠만해서는 이름 정도는 들어봤던 곳도 있고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고 잘 알려진 곳들도 많은데, 그런 도시들에 대한 문화와 역사 이야기가 펼쳐진 내용들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어찌 보면 대도시의 거대한 역사보다는 이렇게 소도시에 얽힌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소도시가 더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듯 하다.

 

이탈리아의 피사, 베로나, 폼페이, 비첸차...

스페인의 그라나다, 산티아고, 세비야.. 

영국의 바스, 리버풀, 브리스틀, 케임브리지..

네덜란드의 레이던..

독일의 라이프치히, 바덴바덴..

포르투갈의 리스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스위스의 제네바, 바첼 ..

프랑스의 디종, 루앙, 베르사유, 메스..

 

'불'과 관련된 도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화산폭발로 비극적인 재앙을 맞은 폼페이인데 역시 이 책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다.

스위스의 제네바에 대해서는 제네바 협약만 알았지, 한 여인이 뜨거운 가마솥을 쏟아부어 성을 기어오르는 적군의 침략을 막았다는 역사적 이야기는 처음이다. 

 

'돈'과 관련된 도시 중에는 리스본이 등장한다. 

방문한 적이 없음에도 영화와 책으로 포르투갈의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마음 속에 담아둔 리스본에서는, 15세기 말 아프리카의 흑인노예 시장으로 호황을 이루었고, 1755년 지진과 해일, 화재로 완전이 파괴된 후, 다시 도시를 재건한 1761년 이 노예장사를 완전 금지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작은 도시이자 '그레이스 켈리' 여왕으로 유명한 모나코는 몬테카를로 카지노라는 도박을 토대로 국가가 운영된다고 한다.

 

'물'과 관련된 도시 가운데서는 프랑스의 생말로와 그 곳에 묻힌 프랑스 낭만파 문학의 선구자인 샤토브리앙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독특한 소재들로 새롭게 알게 된 유럽 소도시 이야기에 더해, 그 느낌을 한껏 고양시키는 데는 책 속의 사진들도 한 몫 한다. 

이 책은 역사적 흐름에 맞춰 기술된 이야기는 아니기에, 끌리는 도시 이야기나 알고 싶은 도시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좋은데, 아무래도 많은 소도시와 7개의 소재를 연관지어 소개하다 보니, 깊이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이런 스타일의 책은 또 그 나름대로 깊이 있는 인문학 책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하면서도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역사와 문화를 만나다보면 ,또 꼬리를 물고 더 깊이있는 내용이 궁금해지게 되는 것 같다. 

 





 

 

 

 

 

[ 아날로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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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사람 - 세상의 모든 부모, 자식을 위한 치유 에세이
고용환 지음 / 렛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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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을 나는 몇 시간동안 몰입해서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어두운 가족사를 너무도 솔직히, 그리고 담담히 써 내려간 자전적 에세이이다. 

부모님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심적, 물적 고통이 너무도 컸지만, 무너질 듯 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티어 나가는 저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식에게 부모라는 존재, 그리고 부모에게 자식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저자의 아버지는 살아 생전, 가족 부양이라는 가장의 책임을 참 못하신 듯 하다. 끊임없는 금전적인 문제, 암이 발생한 가운데서도 끊지 못하는 경마장 중독..등 읽는 내내 제 3자인 내가 다 원망스러울 정도로 무책임하셨고, 두 번의 큰 암수술에 대해서도 어찌 보면 고스란히 자식들이 부담해야 할 많은 병원비 걱정보다는, 살기 위해 수술을 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이 느껴졌다.

 

이러한 집안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 나이가 된 이후부터 자식으로써, 더우기 맏이로써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저자를 보면서 그래도 아버지께서 자식 하나는 잘 두셨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신 후 상속포기를 통해 부모님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음에도, 친구분의 빚을 갚아 드리고, 친지들에게 먼저 자잘한 빚이라도 갚으려고 하는 태도는 결코 쉽지 않을 꺼라 생각한다. (친가쪽 친척분들은 정말 너무들 하시다.)

 

저자는 그토록 아내와 자식들을 힘들게 하다 결국에는 외롭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그래도 결국에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 추억을 얘기한다.

어릴 때 함께 했던 추억, 자식에 대한 믿음이 커서 왠만한 일탈 행동을 해도 끝까지 바라봐주셨던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성인이 된 후에 너무도 힘들게 해서 이전에 좋았던 추억과 아버지의 존경스러웠던 부분들이 빛바래고 묻혀 버렸던 것 같다고 한다. 

아버지가 참 외롭게 사셨을 꺼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아들에게 마음의 표현이 서툴렀던 분이셨지만, 항상 자식에 대한 자랑이 맘 속에 있으셨던 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래도 꾿꾿히 잘 살아가시던 어머니한테도 생각지도 못했던 병마가 찾아와 많이 아프신 듯 하다.

참 마음이 아프다. 남은 여생을 두 아들의 효도를 받으시면서 좋은 추억만 간직하시면서 편하게 사시나 했는데..

저자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전혀 모르는 남남이지만 지금으로써는 마치 내가 어디선가 만났던 사람 같은 연민이 들고, 점점 연로해가시는 엄마를 생각하니 남 일 같지가 않고 마음이 짠하기만 하다.

아무쪼록,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기를..두 아드님이 아버지께 못다 해드린 효도를 어머니께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시길 바란다. 

 

 

 

 

 

 

[ 렛츠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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