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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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 이전에는 이 단어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 아니 무관심 그 자체였다.  

그냥..뭐랄까..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 아주 특별한 관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기에 이 책의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가스라이팅이 이 정도로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주변 인물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니..어쩌면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나도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적이 있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아니 더 걱정되는 것은 내가 아무 생각없이 지껄인 행동들, 상대방을 도와준답시고 조언하고 내 의견을 전달하고 했던 사소한 행동들로 인해 상대방에게 가스라이터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너무도 다양한 가스라이팅의 예들은, 결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가족, 직장, 친구, 연인, 이웃 등 모든 관계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누구든 예상 외로 쉽게 가해자인 가스라이터가 될 수도, 피해자인 가스라이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 아마도 가장 흔한 대상은, 제일 가까운 관계인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한테서 가장 큰 상처를 입게 마련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왔는데, 그러한 것들이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한달 전쯤 읽었던 책에서 '인간관계 착취' 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단어도 결국에는 가스라이팅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저자의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 있다. 

- 상대방이 내 말을 듣지 않아 실패했을 경우, 가슴이 사무치게 안타깝지 않다면 조언은 욕심에 불과하다.  

- 악의없는 가스라이팅은 있어도 피해없는 가스라이팅은 없다.' 

 

이러한 가스라이팅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 

항상 들어왔지만 너무도 흔했던 말 !!  자기 개발서에서도 흔히 언급되어지는 말 !! 바로, '자존감을 높이고, 나 자신을 믿고, 내 삶의 주인공은 나, 내가 주도권을 잡고 행동해야 한다'는 이 사실이 지금처럼 강하게 와 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샘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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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어원 사전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앨버트 잭 지음, 정은지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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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미식가를 위한 가장 맛있는 사전이 왔다' 

'세상의 미식가들이여, 그리고 단어와 어원을 탐구하는 사람들이여, 이 책을 펼쳐보라..'

이 책에 대한 소개이다.

 

나는 결코 미식가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먹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단어와 어원을 탐구하고자 하는 의욕도 큰 편이 아닌데도 이 책은 꽤 흥미롭게 읽힌다. 다만, 저자가 서양사람이다보니 인도식, 중국식 포장음식, 그리고 일본의 음식 소개 약간을 제외하고 이 많은 분량은 서양음식에 관한 소개가 주를 이루어서 익숙치 않은 음식이 많다. 이 책이 씌여진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바야흐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음식에 대한 소개가 하나도 없다니...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음식 가운데 몇가지를 소개해 보면,

 

평소 무난하게 즐겨먹는 시저 샐러드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요리사가 멕시코에서 탄생시킨 음식이라고 한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주문이 폭주해 결국에는 샐러드 재료가 바닥이 났고, 주방의 남은 모든 재료를 한데 모아 만든 것이 바로 이 시저 샐러드이다. 

 

코울슬로가 네덜란드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의외였다. 미국에 정착한 네덜란드 이민자들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고, 두 세기동안 영어화되어 코울슬로(cole slaw = kool 양배추의 네덜란드어,  sla 샐러드의 네덜란드어) 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cold slaw 로 불리기도 했었다고..

 

우스터 소스는 잉글랜드의 우스터 시에서 탄생했다. 그 지역의 약사가 한 손님을 위해 인도식 소스의 레시피를 의뢰받아 만들었지만 맛이 시원치않아 그대로 지하창고에 저장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연히 그 소스를 다시 맛보게 되고 그 숙성된 풍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우스터 소스가 탄생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피자는 사실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과 페르시아들이 창조했다고 한다.

 

커피, 마멀레이드,에그 베네딕트, 프렌치 토스트, 죽, 시리얼 등의 아침식사부터 시작해서, 샌드위치, 파이 등의 점심식사, 마들렌, 타르트, 티 등의 티타임, 햄버거, 케밥, 피시앤칩스, 장어젤리(바로 전 음식관련책에서 처음 본 후 익숙해진 이름), 핫도그, 프렌치프라이 등의 패스트 푸드, 다양한 소스, 크리스마스 만찬, 디저트, 치즈 까지 정말로 다양한 음식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각각의 음식의 기원은 명확한 것도 있지만, 오랜 역사를 거쳐 온 음식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여러가지 거론되는 기원이나 설이 많다. 

음식의 역사를 통해 그 당시의 사회를 알 수 있고, 세계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음식의 유래가 꽤나 흥미롭다. 

특히 이 책은 미식가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정말로 매력적인 책일 듯 하다. 

 

 

 

 

[ 윌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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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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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모녀관계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련한 그 무엇이 있다. 아직 청춘일 때는 엄마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투닥거리고,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애틋하고 가슴 뭉클한 존재가 되어가는 '엄마 라는 이름. 

이 책은 그런 엄마와 딸의 관계를 회상하는 에세이이다. 그런데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엄마에 대한 저자의 회상은 따스하고, 나를 항상 이해해주는 그런 따스한 엄마의 이미지가 절대 아니다. 그 회상은 지독히도 냉철하고 비판적이고, 그리고 너무도 솔직하다. 

 

뉴욕 브롱크스 유대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의 유년기 시절,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은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배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공허한 여자들의 삶 그 자체이다. 조그마한 '주방'과 뒤뜰의 공간이 여자의 삶 전체의 공간이라 여기며 살아가면서도, 남편의 사랑을 가장 중요시여겼던 엄마는 중년의 나이에 남편을 여윈 후 점점 자신의 삶 속에 갇혀 지내게 된다. 그런 엄마와는 대조적으로 역시 남편을 여위고 혼자 살아가는 옆집 여인 '네티'는 유년기 시절의 저자에게 엄마 이상의 정신적인 지지자 역할을 한다. 

 

홀로 사는 젊은 여자의 외로움으로 인해 문란한 성생활을 가진 네티와, 반대로 금욕주의자라고 여겨질 정도로 '성'에 있어서 보수적인 엄마의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다 큰 딸의 성생활까지 간섭할 정도이니..

그러나, 또 그러한 사고 방식과는 달리, 굉장히 비판적이고 냉소적이고 거침없이 쏟아붓는 엄마의 말투, 특히 딸과의 대화에서 여과없이 그대로 내뱉는 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순간순간 놀랍기만 하다. 흔히들 ''나는 절대 엄마같이 살지 않아. ''라고 말하지만 똑같은 인생의 절차를 밟듯이, 저자도 어느 순간 엄마의 모습과 성격을 자신에게서 보게 된다. 

 

저자와 엄마는 각각 중년과 노년의 나이가 되어 자주 뉴욕 거리를 거닐고, 차를 마시는 그 시간에도 애틋한 모녀의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할퀴고 말로 상처를 주지만, 저자가 엄마한테 말했듯이 저자는 '엄마의 인생저장소' 이다. 징글징글하고 지독한 애증의 관계이지만 결국은 모녀의 그 끈끈한 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듯 싶다. 

현대사회에서 자식이 있어도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부모가 많은데,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엄마가 자주 만나 뉴욕거리를 산책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을 보면서 서로는 알게 모르게 많이 의지를 하면서 사는구나 싶고, 비록 따스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런 함께하는 중년과 노년의 모녀관계가 참 예뻐보이기까지 한다. 

 

유대인, 소수인, 도시 하층민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에세이를 왜 시대를 초월한 고전, 회고록 분야의 대표작, 20세기 100대 논픽션으로 선정했는지 직접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번 책이 국내에 소개되는 '비비언 고닉' 의 첫작품이라고 하는데,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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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하나, 히말라야를 오르기로 결심했다
이건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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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그냥 '한번 가볼까??' 라는 생각으로 저자는 서른 하나에 히말라야 트레킹길에 오르게 된다.

어쩌면 이 트레킹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었기에 오히려 더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필수장비에 대한 사전정보도 부족해서, 선배가 빌려준 겨울침낭과 패딩, 스틱 등 트레킹 필수장비들이 이번 트레킹 여정이 성공하는데 큰 기여를 했을 것 같고 말이다.

아무튼, 책을 읽기 전에 표지 뒷면에 적힌 저자의 말 "나도 갔다 온 히말라야, 당신이라고 못 갈 이유가 있을까? " 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한번쯤 도전해보고픈 욕심이 들게끔 한다. 그런데, 막상 저자의 12박 13일의 히말라야 원정기를 직접 만나보니 에구구..서른 하나 게다가 육군장교까지 지냈던 청년이 이 정도로 힘들면, 나는 하루도 못견디고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그래도 타인의 경험담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재밌다. 이 책도 재밌게 읽힌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히말라야 풍경 사진들이다. 너무도 광할하고 아름다워서 풍경 속 저자는 마치 합성같기만 하다. 

컨디션도 많이 좋지 않고, 너무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태에서 도대체 어떤 사진기로 찍었길래 이런 멋진 사진을 찍을 수가 있을까..분명 일반카메라로는 이렇게 멋지게는 안 나올텐데..하고 계속 궁금하던 참에, 한 사진 아래에 '기본 카메라로 담은 풍경, 색보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라는 문구가 있었다. 순간 내 맘을 들킨 것도 같고, 궁금증이 해소되어서 반갑기도 하고, 이 정도로 히말라야 경치가 끝내주는구나 라고 또한번 감탄하게 된다.

 

EBS(Everest Base Camp) 에서 먹는 뽀글이(컵라면처럼, 봉지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게 만든 라면), 히말라야 곳곳에서 먹는 김치는 얼마나 맛있을까..

저자에게 지정된 포터가 2번이나 바뀌고 3번째 만나게 된 16살 라즈 라는 소년은, 우리나라 그 나이 또래를 생각할 때, 그리고 일단 포터라는 직업 특성상 그래도 어느 정도 건장한 청년의 이미지를 상상했었다. 그런데, 사진 속 소년은 1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너무도 어리고 연약한 정말 '소년' 이었다, 이런 조그만 애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히말라야 원정을 나선다니 맘이 짠하다.

 

누군가의 인생에 '울림' 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저자의 인스타 닉네임도 '울림 메이커' 이다. 

닉네임의 의미를 알고 다시 보니 왠지 정겹다. 저자가 직접 사인까지 해주시고 보내주셔서 이 책 또한 정겹다. 

 



 

 

 

[ 이담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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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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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공지영' 처럼 술술 읽히지만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소설이라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마치 내 이웃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내가 읽은 책은 가제본이라 100페이지 안에는 3편의 연작소설이 실려 있는데, 출간되는 정식본은 200 여 페이지에 7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듯 하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는, 자신이 산 서영동 아파트의 입지를 올리기 위해 온라인상의 주민 커뮤니티에서 고군분투하는 봄날아빠 -  봄날아빠(새싹멤버)

아파트 경비원의 너무도 열악한 근무환경과 갑질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 그리고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보는 딸의 마음 - 경고맨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영어유치원 엄마들과의 관계 속에서 제대로 의견도 못내고 불편하게 지내던 중, 뜻하지 않은 인물을 만나게 된 후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은주 - 샐리엄마 은주

 

이 세 편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두번째 '경고맨'이다. 

경비원에 대해 갑질하는 주민의 모습과 행여나 잘릴까봐 비굴하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는 경비원의 입장. 그리고, 온갖 허드렛일을 맡아 할 수 밖에 없는 경비원의 근무실상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다.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빠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스러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엄마로부터 점점 아빠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잦아져서 원망스러운 마음이 공존하면서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친손주들을 맡아 키우느라 돈이 부족한데 정작 아들한테는 일절 아쉬운 소리를 못하면서 만만한게 딸인지..

 

엄마들끼리 만나서 하는 수다들, 그 가운데에서도 묘하게 비밀이 있고, 은연 중에 비교하는 모습들은, 저자가 실제로 그런 엄마들과의 친목교류가 있었다고 느낄 정도로 대화의 표현이며 분위기가 아주 리얼하다. 

 

가제본에 다 실리지 않은 나머지 내용들도 아마 이렇듯 아파트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 사는 이야기, 그러나 따스한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불편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듯 하다. 나머지 이야기들도 꽤나 궁금해지는걸 !!!

 

 

 

 

#서영동이야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2기_서영동이야기 #조남주

 

[ 한겨레 출판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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