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등산 - 내일이 불안해 오르고 또 오른 서른 해 등산 일기 밥보다
손민규 지음 / 책밥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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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밥상 출판사의 '밥보다' 시리즈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제목도 다 맘에 들고 표지들이 모두 깔끔하니 참 예쁘다. 절로 읽고 싶게 만드는 시리즈 !! 그 첫 스타트로 '밥보다 등산'을 만나보았다. 

 

서른 해 동안 100 여곳의 우리나라 산을 오른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산을 너무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하거니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대학생활, 군입대, 직장생활, 결혼, 육아에 이르기까지 치열하면서도 담백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인생 이야기도 재밌고, 그런 매 순간마다 함께 하는 산과 등산과 친구에 얽힌 이야기들도 꽤나 흥미롭다. 

부산 토박이인 저자가 친구들과 부산 사투리로 대화하는 장면들은 특히나 너무 웃겨 !!!!

 

매니아, 덕후 수준까지 갈 정도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처럼 책이든, 영화든, 요리든, 또 저자처럼 등산이든..

그런데 저자가 말한 것처럼, 등산은 조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그래서 등산은 운동이 아니라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특이한 것은, 이 정도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도전하는 외국의 유명한 산의 등반도 시도할 만한데, 오로지 국내의 산에만 도전한다.) 

학생일 때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등산을 위해 어느 장소로든 떠날 수 있지만, 직장인이 되고 결혼 후 아이까지 생기면 이런 시간 내기가 참 힘들다.

그렇기에, 직장 다니면서 반차를 써서 산에 오르고, 친구 결혼식을 이용해 식 참석 후 근처 산으로 직행하는 등, 빠듯한 일상에서 어떻게든 등산을 하고자 하는 저자의 피나는 노력이 참 안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열정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등산이 독서와 같다는 말에는 조금 의아했다. 책이나 영화야 왠만큼 좋았던 것이 아닌 이상,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오기에 옛 것을 다시 하기는 좀처럼 힘들지만, 등산은 그렇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등산 애호가들은 한 번 간 산은 왠만해서는 안 간다고 한다. 

등산의 묘미를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그 산이 그 산 같고, 등산로가 다 같은 것 같고 해서, 산을 오르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둘 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암튼, 정말로 저자한테는 밥보다 등산이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산이 많아 얼마나 다행인가. 

가볍게 읽힐 꺼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인문학적인 사색도 하게 되고, 250 여 페이지가 결코 얇게 느껴지지 않았다. 산의 사진이 한장도 없지만 충분히 좋았던 책 !!!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위험천만한 등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오랜만에 산의 그 청량함이 조금은 그리워졌다. 특히 살짝 쌀쌀한 날씨의 산의 공기가 그립다. 

 

 

 

[ 책밥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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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살아보자 -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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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님의 이름은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작품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시라는 장르가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기에 쉽게 접근을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처음으로 만난 저자의 작품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가 아니라 에세이이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는 에세이라 읽기 좋겠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시인 세월 50년, 인생 예찬 50년이 기록이 담긴 책이라고 하니 나보다 훨씬 더 사신 분의 인생 이야기. 읽기 전부터 왠지 맘이 푸근하다.

 

시인이 쓰신 에세이라 그럴까. 옛스럽고 정겹고 간혹 생소한 단어들이 눈에 띈다. 아뜩하다, 호숩다, 헙수룩하다, 허방지방 등등..사투리인가 싶기도 해서 찾아도 봤는데 대부분이 엄연한 표준어인듯 싶다. 

책의 내용 가운데 '시'에 대한 견해가 참 공감이 간다.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고, 시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읽지 못하게 시를 쓰고, 팔리지 않게 시집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시는 결코 고고한 그 무엇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짧게, 단순하게, 쉽게, 감동을 담아 씌여진 시라면 독자들이 마다할리가 없다고 하신다.

아 ! 이 문장들을 읽고 나니, 내가 지금까지 시라는 장르를 멀리하면서 자연스레 나태주 님의 작품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너무도 죄송한 마음 뿐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의 시라면 꼭 읽어보고 싶어진다. 

 

사인을 해달라는 마음 자체가 고마워서, 때로는 조심스럽고 송구스러워서 한사람 한사람 정성껏 사인을 해 줄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내가 받은 이 책에도 나태주님의 사인이 들어있다 '우리, 멀리 함께 갑시다' 2022년 새싹 올라올 무렵 나태주 드림' 이라고...

물론 이 사인은 내가 직접 부탁해서 받은 사인은 아니지만, 왠지 나태주 님의 이러한 마음이 담긴 듯해서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근에 읽었던 박완서 님의 에세이도 그렇고, 이번 나태주 님의 에세이도 그렇고, 문학계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노장의,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과 그로 인해 탄생한 작품은, 독자로서 전해지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이번 기회에 '시'라는 것을, 쉽고 간결하고 소박하고 따스한 시를 만나봐야겠다. 

 

#봄이다살아보자 #나태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2기_봄이다살아보자

 

 

 

 

[ 한겨레 출판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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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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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것은 다 갖고야 마는 천재도둑 라일리 울프를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시리즈가 탄생했다. 이름하여 라일리 울프 시리즈 !!!

이 책은 '본격 케이퍼 픽션' 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  절도, 강탈 등을 소재로 하여 그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뜻을 가진 이 케이퍼 픽션이라는 단어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라일리 울프는 변신의 천재이고, 빌딩숲을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파쿠르의 달인이다. 부도덕한 인간들, 사회악 인간들로부터 무언가를 탈취하는 즐거움을 낙으로 사는 도둑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한치의 주저함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냉혹인이다. 

이런 라일리 울프가 시리즈 첫번째에서 대상으로 정한 것은 이란 황실의 보물이며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라는 명언은 바로 이 라일리 울프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런 주인공이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한 사전조사와 현장답사를 마친 후에, 훔칠 길이 보이질 않아 좌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라일리 울프를 자극하게 되고,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목표의식은 더 강해지게 된다. 이 겹겹이 둘러쳐진 완벽한 철통보안으로 중무장한 다이아몬드가 과연 어떤 방법을 거쳐 라일리 울프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지 그 과정은 정말 끈기있고,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처음부터 너무 세다. 시리즈 처음부터 이토록 엄청난 속임수와 고단수로 자신의 등장을 알렸으니,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는 얼마나 더 기발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쓰게 될지..이 소설의 주인공인 라일리 울프 보다는, 이 라일리 울프를 탄생시킨 작가가 더 멋지고 대단하다.

라일리 울프를 뒤쫓는 FBI요원 델가도의 비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는데, 다음 시리즈에서는 좀 더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둘이 직접 대결하는 장면도 만나볼 수 있겠지!!

 

 

 

 

 

[ 북로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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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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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미술관은 365일 휴관 없이 상시 개장 중 !!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가 참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주변을 조금만 관심있게 둘러보면 의외로 크고 작은 공공미술작품들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건축물, 조각 등 공공미술작품들은 누구나 아는 유명한 것들도 있고,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그 존재 조차 몰랐던 것들도 꽤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는 작품들을 인터넷으로 직접 찾아보게 될 정도로 궁금증이 생겼다. 

저자는 단순히 공공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지 않는다. 해당작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이 되었는지, 작가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고, 그 작품의 가치성, 그리고 역사적인 배경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거리예술로 훔쳐본 역사 이야기인데, 우리들이 대부분 다 아는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세운상가, 국회의사당 의 설립배경과 관련된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첫 설계안이 완성된 이후, 미국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그곳의 주 의회의사당의 돔형식을 보고, 귀국 후 내린 한마디의 명령으로 머리꼭대기에 돔이 추가된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또 역시나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과의 문화적 경쟁에서 뒤지기 싫어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와와 서까래를 얻으라 명령했지만, 이 건축을 맡은 엄덕문 건축가가 끝까지 설득해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의 건축물이 완성된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주 방문하는 예술의 전당 지붕에 갓모양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 멀리서 봤어도 그것이 갓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듯 하다. 

 

우리나라에 미술작품의 철거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후죽순식으로 설치만 하지, 제대로 관리도 안되고 철거 시스템마저 없다는 점, 엄청난 경비를 들인 결과물에 비해 그 가치성이 떨어진다거나,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거장의 작품임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의 설치로 인해 작품의 가치와 감동이 떨어지는 등, 아직도 한참 배우고 성장해나가야 하는 우리나라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미술에 관련된 책과는 달리 독자로 하여금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깨닫게 한다.

 




 

 

[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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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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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글은 한창 청춘일 때 주로 소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청춘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만났는데 역시나 좋다.

좋은 작가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나이를 불문하고,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 읽어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필력 !!

 

이번 책은 특히나, 저자가 돌아가신 지 10년째 되는 해를 맞이해서 저자의 660여편의 에세이 가운데 정수 35편을 엄선하여 만들었기에 주옥같은 글들을 만나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그려진 일러는 또 어찌나 따스하고 예쁜지..

오랜 세월 잊었던 동심을 찾은 기분도 들고, 아날로그의 세계로 불쑥 들어간 느낌이다. 

 

특별할 것 없는 것들에 대해 어찌도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글에서 드러내는 저자 자신의 모습들은 때로는 심술궂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아기 같기도 하다.

이 모든 다양한 모습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저자의 솔직함이 참 좋다. 

 

저자의 인생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많이 거쳐간다. 세 살 때 제대로 의료치료를 받지 못해 너무도 아깝게 아버지를 여읜 후, 6.25사변으로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잃고, 중년의 나이에는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후 몇달 후 교통사고로 아들마저 잃고 만다. 그 당시의 심정을 서술한 부분은 참 마음이 아프다. 자살은 무서워 못하고, 자연스레 굶어죽기를 바라지만 어느 순간 먹을 것을 찾는 자신의 본능에 몸서리를 치고, 남편과 아들을 잃은 1년 뒤 만나게 된 손주로 인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저자의 인생이야말로 한편의 소설이구나 싶다. 

 

책 속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다 좋다. 추상적인 저자의 생각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몇십 년 인생 가운데 실제로 보고 겪은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마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아니 그런데, '나는 누구일까' 편에서 그렇게 지갑도 없고 돈도 땡전 한푼 없고 아는 이 없이 낯선 곳에서 헤매시던 그 당시의 에피소드의 결말은 어떻게 되셨는지..과연 어떤 방법으로 집에 무사히 귀환하실 수 있으셨던건지..너무 궁금했는데 뒷이야기가 없어서 넘 안타깝다.

아직 살아계셨다면 꼭 그 뒷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저자의 소설들을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예전에 느꼈던 그 감동이 똑같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나이에서 다시 한번 박완서 작가님의 많은 글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 세계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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