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박완서 작가의 글은 한창 청춘일 때 주로 소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청춘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만났는데 역시나 좋다.

좋은 작가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나이를 불문하고,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 읽어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필력 !!

 

이번 책은 특히나, 저자가 돌아가신 지 10년째 되는 해를 맞이해서 저자의 660여편의 에세이 가운데 정수 35편을 엄선하여 만들었기에 주옥같은 글들을 만나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그려진 일러는 또 어찌나 따스하고 예쁜지..

오랜 세월 잊었던 동심을 찾은 기분도 들고, 아날로그의 세계로 불쑥 들어간 느낌이다. 

 

특별할 것 없는 것들에 대해 어찌도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글에서 드러내는 저자 자신의 모습들은 때로는 심술궂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아기 같기도 하다.

이 모든 다양한 모습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저자의 솔직함이 참 좋다. 

 

저자의 인생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많이 거쳐간다. 세 살 때 제대로 의료치료를 받지 못해 너무도 아깝게 아버지를 여읜 후, 6.25사변으로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잃고, 중년의 나이에는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후 몇달 후 교통사고로 아들마저 잃고 만다. 그 당시의 심정을 서술한 부분은 참 마음이 아프다. 자살은 무서워 못하고, 자연스레 굶어죽기를 바라지만 어느 순간 먹을 것을 찾는 자신의 본능에 몸서리를 치고, 남편과 아들을 잃은 1년 뒤 만나게 된 손주로 인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저자의 인생이야말로 한편의 소설이구나 싶다. 

 

책 속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다 좋다. 추상적인 저자의 생각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몇십 년 인생 가운데 실제로 보고 겪은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마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아니 그런데, '나는 누구일까' 편에서 그렇게 지갑도 없고 돈도 땡전 한푼 없고 아는 이 없이 낯선 곳에서 헤매시던 그 당시의 에피소드의 결말은 어떻게 되셨는지..과연 어떤 방법으로 집에 무사히 귀환하실 수 있으셨던건지..너무 궁금했는데 뒷이야기가 없어서 넘 안타깝다.

아직 살아계셨다면 꼭 그 뒷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저자의 소설들을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예전에 느꼈던 그 감동이 똑같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나이에서 다시 한번 박완서 작가님의 많은 글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 세계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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