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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평점 :

자산어보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지가 한참 전인데 여지껏 시작도 못하고 있는 나에게 한 권의 책이 어쩌면 그를 대신해 줄 수 있을 듯 하다.
바로 '바다 인문학' 이라는 책이다.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제주도의 바닷물고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바닷물고기 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상세하고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평소 자주 먹는 고등어, 갈치, 조기, 멸치를 비롯해서 홍어, 옥돔, 우럭, 전어, 아귀, 도루묵,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웅어라는 물고기도 있다.
그동안은 맛있게 먹어만 왔지 이런 바닷물고기들의 생태계나 거쳐온 역사, 이름의 유래, 이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어민들의 삶 같은 것에는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 가끔 명태, 동태, 북어, 노가리, 코다리, 과메기..이런 것들이 궁금하긴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궁금증이 해소가 되었는데 하나의 바닷물고기를 부르는 이름이 너무도 다양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홍어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 맛이 정말로 궁금했기에 이 책의 목차 가운데 홍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제대로 삭힌 홍어 아가미 한 점이면 배멀미를 뚝 떨어지게 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톡 쏘는 그 맛이 강해서일까? 실로 더 궁금해졌다.
그런데 정작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는 거의 먹지 않고 주로 회로 먹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삭힌 홍어는 관광객들을 위한 요리법인 것이다. 1970년대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했을 때 허례허식 금지의 첫 번째 음식이 홍어였을 정도로 예전에는 홍어가 값비싼 음식이었다고 한다.
살, 뼈, 내장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홍어. 수컷은 꼬리와 두 개의 음경이 있고, 암컷은 꼬리만 있는데 암컷이 더 맛도 좋고 비싼 탓에, 종종 수컷의 음경을 잘라내고 암컷으로 속여 팔기도 한다고 한다. 세상에나 이런 상술이.. 여기서 유래한 말이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라고 한다.
이렇듯 바닷물고기와 관련된 다양한 속담이나 유래된 말이 내용 중에 많이 언급되고 있어 꽤나 흥미롭다.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서 바닷물고기와 관련된 말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또 그만큼 옛날부터 바닷물고기가 우리의 생활과 너무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 / 따뜻하면 굴비 생각, 찬바람 나면 홍애 생각 / 명태 한 마리 물고 딴전 본다 / 북어 한 마리 부조한 놈이 제사상 엎는다 / 노가리 까지 마라 / 명주옷 입고도 홍어 칸에 들어가 앉는다 / 숭어가 뛰니까 망둑어도 뛴다 /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 / 결혼한 딸 박대철에 돌아온다 ...
생소했던 바닷물고기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던 매력적인 책이다. 또한, 단순한 정보를 넘어서 바다 생태계의 미래를 경고하는 내용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마구잡이 식의 남획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0년간 큰 물고기는 90퍼센트가 사라졌다고 한다.
당장은 어민들의 삶에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느낄 수 있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에는 우리 모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 바다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인물과사상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