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궈징밍 지음, 김남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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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슬퍼서 선뜻 읽기가 망설여졌던 책이었다. 원제목도 그렇지만 한국어 제목도 참 잘 지은 것 같다.

이 책은 사랑연애소설, 혹은 청춘소설로 분류되어 있던데 그런 장르에서는 흔히 느껴볼 수 없는 묵직함이 담겨 있다.

읽는 내내 너무 아련하고 마음 아프고, 책 소개문구처럼 정말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슬픈 이야기이지만, 읽기를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어쩜 이토록 섬세하게 글을 표현할 수 있을까? 450여 페이지의 책을 읽는 내내 남성작가가 이다지도 사람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때론 쿨하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 낼 수 있을까..감탄하게 만든다. 내용은 슬퍼 죽겠는데 문체는 너무 아름답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여고생 이야오에게 일상적인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 구타에 욕이 끊이질 않는 엄마, 임신, 끊임없는 왕따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 말없이 지켜주는 이웃집 소년이자 우등생인 치밍.

마치 그림자처럼 항상 그녀 곁에서 지켜주는 치밍의 존재를, 그 소중함을 이야오는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야오에 대한 연민인지 사랑인지..뒤늦게 이야오를 알게 된 후 역시 그녀 곁에서 맴도는 남학생 구썬시. 그리고 구썬시의 쌍동이 남매 구썬샹까지(솔직히 이 구썬샹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라는 생각도 든다)..이야오의 불행으로 주변 인물들까지 그런 이야오를 지켜보면서 마음 아파한다.

 

불행한 여자 주인공과 주변의 든든한 남자 주인공들, 그리고 그녀를 괴롭히는 못된 여자. 마치, 어릴 적 울고 웃고 하면서 읽었던 캔디를 연상케도 하지만, 캔디는 행복한 장면이라도 있지..이 소설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아예 존재하지를 않는다. 지독히도 불행하다.

그럼에도 꼭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너무 아름다우니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도 있던데 꼭 찾아서 봐야겠다.

처음 만나보는 중국작가인데 이 한 권의 책으로 팬이 될 정도로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 도서출판 잔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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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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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보는 힐링소설이다.

책, 느림, 휴식, 아늑함, 내려놓음, 멈춤..이런 단어들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소설 속 소양리 북스 키친은 북카페와 북 스테이, 식물원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인데, 북 스테이는 책을 북카페에서 빌려서 읽을 수도 있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독채 팬션 형태로 되어 있다. 물론 모두 가상의 공간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현실로 이런 아이디어 꽤 괜찮겠다 싶기도 하다. 아니 읽다보면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인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소설은 이 북스 키친을 배경으로, 이 곳을 방문하는 9명의 손님들의 다양한 사연과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개개인의 고민과 힘겨움을 안고 이 곳을 찾은 이들은 북스 키친이 건네주는 편안함과 좋은 공기, 음악, 그리고 당연히 책 !! 을 통해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에피소드도 좋지만 북카페와 책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살짝 해본다.

 

책 속 이야기 중에는 소개되는 책이 꽤 있어서 나중에 함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 그 겨울의 일주일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츠바키 문구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다정소감> 등등.

 

저자는 책 외에도 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듯하다. 책과 너무도 어울리는 것이 커피와 바로 이 음악이 아닐런지 !!

책 속에는 스쳐 지나가는 듯 음악 제목도 꽤 많이 나온다. < 비바 라 비다> <렛 잇 스노우> <왈츠 포 데비> 영화 비긴어게인의

<로스트 스타즈> 등등. 물론 나는 이 음악들도 메모해뒀다.

 

읽는 내내,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눈으로 직접 이 소양리 북스 키친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 팩토리나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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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미래가 찬란한 너에게 -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직업 공감 이야기 비기너 시리즈 1
박민지 지음 / 크루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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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 가장 좋을 대상은 바로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10-20대이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세계에 대해 굉장히 친절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지만 아주 객관적이고, 때론 냉정한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매력을 더 한껏 느낄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20년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미술이나 패션과는 전혀 관련없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리로 유학간 후 그 학교의 소개로 첫 직장을 얻은 케이스인데,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반드시 미술관련학과나 패션관련학과를 나와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그 쪽 전문인 경우는 선후배 연결로 좀 더 쉽게 직장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한다.

 

화려한 세계가 연상되는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이 책에서는 별의별 질문이 다 담겨 있는데, 이 쪽 세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궁금해 할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패션 디자이너가 하는 일, 하루 일과, 분야에서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자질,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외국어와 해외유학이 꼭 필요한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채용절차와 면접, 포트폴리오 등의 본격적인 취업 현장의 모습, 업무강도, 스트레스, 직업병, 체력관리 등의 현실적인 문제, 전망 등 너무도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 넘어가 준다. 마치 성공한 선배가 모교를 방문해서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 앞에 서서, 학생들이 한 명씩 손들고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보고 답해주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저자는 대학진학 대신 파리 유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불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미 그 쪽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의 조언을 들을 기회가 가끔 있었는데,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실패와 상처뿐인 현실만 들여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에 굴하지 않고 직접 뛰어든 결과 그 사람들이 얘기했던 부정적인 부분은 결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었다고 한다. 진로를 고민할 때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열정이 있고 긍정적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것을 추천하는데, 꽤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크루 출판사에서는 직업 궁금증을 선배에게 물어보는 형식의 '비기너 시리즈' 가 계속 출간될 예정인데,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앞으로 이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크고, 어떤 직업들이 등장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주변에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해주면 꽤 좋을 듯 하다.





[ 크루(이담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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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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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강탈 표지 !!! 빨강과 검정의 색 대비가 일단 매우 강렬하고 표지의 그림 또한 엄청 유혹적이다.

표지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 "댄싱 걸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한 가상 세계에서 벌이는 위험한 놀이만큼이나, 성인들이 인터넷 가상 세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 또한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이 책에서는 범인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미끼를 던져, 덫에 걸릴 여자를 물색한 후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이 리얼하게 그려지는데, 읽다보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더 오싹해진다.

 

소설에서 살해 과정은 그렇게 잔인하거나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즉, 살해하는 순간보다는 거기까지의 과정이 더 집중적으로 그려져 있다.

희생자들은 한결같이 심리적으로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져 있는 유부녀들이다. 이러한 상대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만남까지 성사시키는 과정은 언뜻 보면 이렇게 쉽게 빠지나 싶을 정도이지만, 그만큼 범인이 상대를 갖고 노는 수준이 고단수이다. 절대 서두르지도 않고, 느낌으로 자신한테 걸려들 만한 여성을 끈기있게 거르고 또 걸러낸다.

잔인한 범죄소설보다 이렇게 은근히 조여지는 심리 스릴러를 더 선호하기에 이 소설은 완전 내 취향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보통 피해자는 작품 속에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조연 급도 안되기 마련인데, 이 소설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상황묘사가 꽤나 길게 묘사되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피해자가 피해자가 아닐 꺼라 생각했었다. 범행대상으로 지목은 되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그 다음 스토리가 전개되는 쪽으로..

이 예상은 빗나갔고, 결말도 흔히 스릴러 장르에서 생각하게 되는 방향이 아니라 이 또한 흥미로웠다.

 

추리 스릴러물에서 주인공 형사가 매력적이고 인간적으로 끌리면 그 시리즈는 계속 기다려지게 되는데, 이제 새로운 형사 시리즈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현재 5편까지 나왔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속히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여형사 '조 푸르니에'는 1편에서는 살짝 정적이고 어딘가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미지가 느껴지는데, 2편에서는 조금 더 그녀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다.

 

[ 황금시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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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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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기관사' 라는 직업의 세계. 일반인들한테는 너무도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이 세계에, 그것도 30명 중에 29명이 남성인 세계에서 꿋꿋히 생활해 나가는 25살의 여성 직업인의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의대진학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저자는 성적이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의대로의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그 때 아버지가 제안한 대학교가 바로 '한국해양대학교' 이다. 가끔 인생이란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게 마련인데, 저자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이 대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모든 것의 방향이 한순간에 바뀌어 버린다.

 

이 책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진로를 통해 종사하게 된, 선박기관사라는 다소 특이한 직업에 대한 소개이자 경험담이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곁들인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라 모든 이야기가 다 흥미롭기만 하다.

한국해양대학교라는 특수대학교에서의 수업 방식부터 참 재미나고, 선박기관사가 된 후의 이야기는, 스튜어디스가 고난이의 훈련을 받는 것처럼 선박기관사들이 치러야 할 빡센 훈련들을 시작으로 모든 이야기가 더더욱 재미있는데, 장점도 많지만 아무나 도전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창 멋부릴 나이에 화장은 커녕 40도가 넘는 기계실 안에서 하루종일 땀을 한바가지 흘려야 하고, 한번 출항하면 최소 6개월 이상은 배에만 있어야 하는데, 그 긴 기간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동료들, 상사들과 지내야 하는 고충, 엘레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배안의 세계에서 칼로 무자르듯한 출퇴근의 개념은 찾기 힘들고, 여자 혼자 지내기에 공동세탁기를 쓸 때의 고충( 남자 동료들의 입장에서는 저자 한 명 때문에 배 안에서 편하게 옷을 입지 못하는 불편함도 있겠고) 6개월치의 생리대를 구비해야 하는 어려움(그래서 대체로 쓰게 된 면생리대), 인터넷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연애하기도 힘들고, 엄청난 육체적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배 안에서 제공되고, 바다 위에만 오랜 시간 머물기 때문에 자연히 지출이 발생할 수가 없어서, 기본적으로 높은 연봉은 차곡차곡 통장에 쌓여가는 장점은 큰 매력이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흥미롭게 읽힌다.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보면 너무 좋을 책으로 추천하지만 꼭 청소년이 아니어도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다. 저자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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