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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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직면한 현대사회를 지키기 위해 생태학자, 조경가, 농부, 시인 등 21명의 작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의지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들을 가장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스튜어트 켄스텐바움라는 인물은 코로나로 전세계가 혼란에 휩싸이는 5월의 어느 날 책 위로 떨어진 단풍나무 씨앗 하나를 발견하고, 이 시기에도 자연은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경험에서 확고한 진실을 깨닫게 되고, 그러한 이유로 21명의 목소리를 한데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게 된다.

 

살얼음이 아직 남아 있는 늦겨울의 연못 수영, 깊은 바다 속 프리다이빙, 선선한 가을밤 뒤뜰 해먹에 누워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등 작가들의 다양하고 독특한 경험담은 자연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물론 이 경험담을 통해 인간은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에 의지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나기도 하다.

 

< 옥스퍼드 어린이 사전 > 에서 도토리, 미나리아재비, 개암나무, 왜가리, 수달 등의 단어들은, 블로그, 첨부, 음성메세지 등의 단어추가에 밀려 사전에서 누락되었다는 점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이라 씁쓸하고 자연과 점차 멀어지는 아이들의 정서가 안스럽기만 하다.

수중 세계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고요할꺼라는 예상과는 달리 산호들, 비늘돔 등 바다속 생물들이 내는 소리로 엄청나게 요란하다고 한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깊은 수중의 세계에 머무는 동안 내 숨소리가 가장 요란하게 느껴질 것 같았는데..

 

우리 인간들은 먹거리 체계를 바꾸고 동물과 자연을 존중함으로써 둘 다 살아남을 수 있고, 이를 위해 도시의 버려진 땅이나 운동장, 교회 잔디밭 등을 이용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일자리 기회도 제공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여러 작가의 글 중 특히 맥스 모닝스타의 글이 맘에 와 닿는다.

자연은 자애롭지도, 악의적이지도 않고 단지 무심할 뿐이고, 영원의 가치를 지닌 체험은 한순간에 지나가버리고 우리들은 지나간 후에야 깨닫게 된다. 다음번엔 계절이 가기 전에 더 많이 주목하고 음미하리라 다짐한다고..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아마도 매년 후회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잊고 그러한 반복을 거치며 인생의 시계가 흐르는 것이 아닐까 !!

 

얇은 분량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고 묵직하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우리 인간들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지만 자연은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것 같다.

 

 

[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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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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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뒷글자인 '지도'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제목 앞부분의 '사라져가는 장소들' 이라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재의 단어를 보고 고민할 것도 없이 선택한 책이다. 그리고, 지도와 그다지 친하지 않음에도 너무 좋은 책을 알게 되어서 참 좋다. 책속에 시원시원하게 그려진 지도를 보는 재미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용들과 사진에 굉장히 만족한다.

 

총 4부로 구성되어졌고 전세계 37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먼저 1부에서는 동서양의 고대도시를 만나볼 수 있다.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이름은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몽골,중국의 상도, 2004년 인도네시아의 대지진으로 인도에 몰아닥친 거대 쓰나미 덕분에 발견된 인도의 마하발리푸람, 그리스의 헬리케, 요르단의 페트라, 그리고 유명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등이 소개된다.

 

2부는 더 이상 찾아갈 수 없는 도시와 마을,섬에 대한 이야기이다.

- 페루의 찬찬은 반란군과 침략군들에 의해 많은 부분이 약탈당한 후 오랜기간 방치해둔 탓에, 1986년 뒤늦게 도시유적 보존작업이 시행되었지만 너무도 빠르게 진행되는 침식과정으로 조만간 이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 영국의 플리트강의 배들은 13세기까지만 해도 운송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런던 성벽 바깥의 거주인구가 늘어나면서 플리트강은 빠르게 오염되고 결국에는 복개천이 되어 하수관이 되고 말았다.

- 일본의 에산베하나키타코지마(이름이 정말 길다...) 라는 홋카이도 최북단의 작은 섬은 비록 무인도이긴 하지만 일본 영해를 결정하는 중요한 섬이었는데, 언제 어떤 이유로 갑자기 섬이 사라져버렸고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일본의 숨은 섬에 관한 도감을 펴낸 기자에 의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섬이 워낙 많은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소중한 영토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남의 땅은 계속 탐내고..)

 

3부와 4부는 인간의 개입과 자연현상 그리고 기후위기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들이 소개가 된다.

멕시코의 치와와사막, 말리의 팀북투, 중국의 만리장성, 남태평양의 투발루, 유럽의 다뉴브강, 요르단의 사해, 콩고의 열대우림 등등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강 중 하나' 로 꼽히는 인도의 야무나강의 수질오염으로 타지마할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국가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아 대책을 세우는 등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결과가 미비한 듯 하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30년 안에 완전히 물에 잠겨서 살 수 없는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내년 초 베네치아 여행계획을 잡길 잘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도 참 안타깝기만 하다.

 

한 장소의 소개가 좀 더 길었으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을텐데 호기심으로 읽기에 딱 좋은 분량이지만 결코 내용이 허술하거나 가볍지 않다.

게다가 각 장소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특별제작지도들도 꽤 좋았고 특히 내셔널지오그라픽의 사진을 보는 듯한 고퀄리티 수준의 시원시원한 사진이 압도적이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든다.

 





 

 

 

[ 한겨레 출판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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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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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편집


 

핑크빛 표지만 보고 현대 로맨스 소설인가 싶어서 큰 관심이 없다가, 인스타 블로그 이웃분들의 리뷰들을 보고 배경도 2차 세계대전후의 영국인데다 로맨스물이 아닌 추리미스터리물인 걸 알고 뒤늦게 관심이 간 작품이다.

받아보고 생각보다 두꺼운 분량이 맘에 들었고 내용은 두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술술 잘 읽힌다.

 

그웬과 아이리스는 파티에서 우연한 만남 이후 자립을 위해 살짝 충동적으로 결혼상담소를 개업하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손님인 탈리의 상대를 찾는 도중, 탈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경찰이 밝힌 그 사건의 용의자는 다름 아닌 자신들이 탈리의 상대로 점찍었던 남편감 후보인 트로워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사업을 살릴 목적으로 경찰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증거며 상황은 트로워에게 불리하기만 하고 두 주인공은 탐정 비슷한 경험조차 한 적도 없는데, 과연 트로워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 아님 경찰의 판단대로 트로워가 진짜 범인인걸까..

일단 트로워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은 이상 경찰수사는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는 이렇게 허술한 과정으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전쟁 후 피폐했던 영국이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과정과 그 당시의 영국인들의 삶이 소설 곳곳에서 보여지는데 이 점이 또한 매력있게 느껴진다. 한 편의 코지미스터리의 느낌도 나고 정통 추리물의 분위기도 느껴지면서 역사소설로도 볼 수 있다.

그웬과 아이리스의 '바른만남 결혼상담소' 가 아니라 '런던 미스터리 탐정사무소' 로 영업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외모도 성격도 배경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주인공.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멋진 역사추리 시리즈의 출발이 반갑기만 하다. 후속작부터는 이 두 주인공의 탐정으로서의 본격적인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 시월이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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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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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 읽어도 흥미로운 법정소설의 가장 큰 묘미는 역시, 법정에서 펼치는 법정 공방과 반론, 막판 뒤집기인데 이 책에서도 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한 호텔에서 불륜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한 남녀의 몸싸움은 아마도 이것이 살인사건으로 연결되어지는 것 같은데, 아무 의심없이 당연하게 여겼던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느 순간 헷갈리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이 소설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어린 아들의 사건 발생 7년 후 치밀한 계획하에 벌이는 복수극을 중심으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호텔 치정살인사건에서 가해자의 변호를 맡고 거의 질게 뻔한 재판에서 최후의 증인을 내세우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이 재판의 판결과 7년 전 어린 소년을 죽게 만든 사건이 어떻게 교묘하게 연결지어지는지 마지막까지 그 흥미를 이어간다.

 

읽는 내내 혼자 화가 나고, 힘없는 시민의 억울한 죽음이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에 참 먹먹하기도 하다.

한 어린 소년을 음주운전자의 과속차량으로 한순간에 죽음으로 내몰게 한 사건이 발생하지만 그 가해자는 공권력을 등에 업고 불기소처분되고, 게다가 유일한 목격자인 소년의 친구의 증언도 무시당한 채, 사건은 피해자 소년의 신호위반으로 종결된다.

 

한순간에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어떨지..장례식에조차 얼굴을 내밀지 않은 피해자라면 그 어느 누가 죽이고 싶지 않을까.

사건장소의 증인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것도 몇 년. 점차 주변인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 가고 부모의 가슴에는 한만 남는다.

 

결국 부모가 선택한 복수의 길 !! 독자로 하여금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당연스럽게 스토리를 따라 가게 만들다가 뒷통수를 치는 구성이 꽤나 재밌다.

뻔뻔한 가해자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사가타가 중반까지는 밉기도 하고, 뭣 때문에 이런 자를 변호하려 할까 싶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의도를 알아채고 통쾌한 맘마저 든다.

이 변호사 사가타가 검사로 활약하는 내용인 사가타 검사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과연 검사로서의 사가타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 더이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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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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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고 실제로 읽으면 기대했던 방향과 다소 다른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번 마시멜로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올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감동 로맨스 미스터리 소설' 이라는 책소개가 아주 잘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과연 무엇인걸까? 그리고, 원제 '그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 은 또 무엇일까?

 

주인공 해나는 결혼한 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한창 신혼의 어느 날, 남편 오언으로부터 한 장의 쪽지를 그것도 한 학생을 통해 전달받게 된다.

그리고, 오언의 딸인 16살의 베일리도 학교 사물함에 아빠가 몰래 넣어둔 엄청난 돈다발을 발견하게 된다.

그 시점에서 남편이 몸 담고 있었던 회사의 엄청난 사기극이 발각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오언이라는 남자는 뭔가에 쫓기든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해나는 오언이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베일리를 보호해야하고 남편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의 정체는 점점 더 불투명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연, 이 오언이라는 남자는 회사의 사기극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왜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게 된 걸까?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사기결혼 스토리가 예상되기도 하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큰 돈을 남기고 사라져 버리는 스토리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소설의 매력은 이렇듯 해나가 의붓딸인 베일리와 함께 자신의 남편인 오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는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분위기를, 그 과정에서 오언이라는 인물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살짝 스릴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스토리가 막바지에 달하면서는 가족소설의 느낌도 전해진다. 잔인하거나 복잡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꼬는 내용도 없어서 책장도 술술 넘어간다.

 

분명 책의 제목과 사건의 주체는 오언이지만 책으로 만날 때는, 오언은 그저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하고 있기에, 이 이야기의 주체이자 중심은 해나이다.

개인적으로 이미 확정된 TV 드라마에서는 과거의 영상 속에서 오언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그리고 오언이 감당해내야만 했던 일들을 오롯이 오언의 시점에서 만나봤으면 좋겠다.

 

 

[ 마시멜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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