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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
김종훈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2년 6월
평점 :

건축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의 제목에 김종훈 회장이라는 단어는 첨에는 무척이나 낯설고 조금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회장이라는 단어에 대한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일수도 있는데, 일단 이 회장님이 궁금해서라도 인터넷에서 바로 찾아보니 오!! 월드컵 경기장, 타워펠리스, 롯데월드 타워,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등 건축업계에서는 정말 알아주는 분이시다!!! 그래도 제목을 살짝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긴 하지만 일단 책내용이 너무 좋다.
건축에 대한 전문가의 가이드를 따라 가다보면 결코 따분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각각의 건축물에 얽힌 배경과 건축가 그리고 그 건축가와 연관된 또 다른 전 세계의 건축물까지 시원시원한 사진으로 감상하는 재미도 정말 좋다.
책에 소개된 모든 건축물의 이야기가 다 흥미롭기에 앞의 3 곳만 살짝 소개해볼까 한다.
죽기 전에 한 번은 방문해야 할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은 전시품 없이 오로지 건물 만으로 유대인의 역사적 비극을 체감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유일한 출입구는 옛 유대인 박물관의 지하통로를 이용해야 하는, 차가운 금속성 재질의 건물 외관에서부터 유대인들의 외로움과 고립이 전해진다.
건축을 통해 부끄러운 자신들의 과거를 숨기지 않고 도시에 새김으로써 오랫동안 후대에 알리고 끊임없이 반성과 사죄를 하는 독일을 볼 때마다 진정한 선진국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과연.....!!!!!
현대 건축물이 소개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인 9.11 메모리얼 파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 뉴욕 맨허튼의 거대한 대지를 온전히 기억의 공간에 할애함으로써 추모의 건축과 공간이 한 도시의 상징이 되고, 그 파급적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삼풍 백화점 붕괴 자리에 아파트를 지어버린 우리나라의 모습이 너무너무 부끄럽고 한심하게까지 느껴진다.
동양의 현대건축물이 소개될 때마다 일본의 건축물이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곳은 일본이 아닌 중국의 ' 중국미술학원 샹산캠퍼스' 이다. 유럽이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건축물 관리에 까다로운 것과는 반대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은 특징없는 현대도시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건축물은 전 세계 사람들의 방문 투어코스가 되었고 학생과 항저우 시민들도 이 건축물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유행하는 전세계 랜드마크의 디자인 요소를 탈피하고 중국의 전통가옥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멋스럽기만 하다.
이 3 곳 외에도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일본의 나오시마 섬, 오스트리아 빈의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미국 뉴욕의 엠파이트 스테이트 빌딩 등, 비전문가에게는 낯설기만 한 건축물에서부터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건축물에까지 두루두루 소개가 되고 있다. 도시와 건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좋은 도시는 좋은 건축이 많은 도시이고, 여기서 말하는 좋은 건축이란 시민들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의 건축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시의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꼭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그저 어느 정도의 호기심만 가지면 충분하다고 한다.
건축업계에서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뛰어난 기량 외에도 자신만의 가치관과 넓은 세계관 등 수준높은 건축에 대한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제쯤이면 이런 건축을 소개하는 책에 우리나라의 건축물도 보란 듯이 소개될 수 있을까...


[ 클라우드나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