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ㅣ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하인후 옮김,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2년 6월

 

아! 정말 좋다 이런 색깔의 책 !!!

너무 어려워서 부담되는 수준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볍게 읽을 정도의 수준도 아닌, 깊이 있고 친절한 인문학책이다. 수많은 인문학책 가운데 이렇게 구미에 딱 맞는 책을 찾기도 힘든데 아주 운좋게 유심건 작가님이 진행하신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피렌체 하면 왠지 낭만이 가득하고 예술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이제서야 이 곳의 진정한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인문학 교수인 저자의 안내를 기본으로 하지만 독자들에게 진정한 피렌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람은, 피렌체에서 나고 피렌체에서 전성기를 맞고 피렌체에서 죽은, 진정한 피렌체인인 마키아벨리이다.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집필한 << 피렌체사 >> 를 따라 300여년에 걸친 피렌체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처음 소개되는 ' 베키오 다리' 의 역사의 현장부터 정말 리얼하기 그지없다. 교황파와 황제파로 분열된 두 계층간의 권력 다툼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복. 이로 인해 귀족가문의 몰락은 시작되고 피렌체는 평민들의 도시로 변하게 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단지 그 주인공이 귀족에서 평민으로 바뀌는 것일 뿐, 피렌체의 피의 역사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게 된다.

피렌체 권력의 중심에 선 평민들도 권력투쟁을 위해 패가 갈리게 되고, 우리가 잘 아는 단테도 이 시기에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반대파에 의해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 신곡 >> 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계급의 권력다툼 이후 평민의 지지를 얻은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의 권력을 장악하면서 피렌체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고 르네상스 문화가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베키오 다리, 시뇨리아 광장, 단테의 집, 피티 궁전, 산 로렌초 대성당, 메디치 저택, 산 마르코 수도원 등 13곳의 장소와 그에 얽힌 역사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피렌체 한 곳에 대해 이 정도의 두께와 깊이로 인문학적 접근을 한 덕분에 적어도 피렌체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탄탄해진 느낌이다. 더불어 이탈리아의 역사와 그동안 어렵다고 자꾸 뒤로 미루기만 했던 마키아벨리의 작품까지..읽어야 할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년 초에 계획된 이탈리아 여행 중 피렌체는 이틀만 계획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틀이 왠말인가...이 책을 들고 책에서 소개된 장소를 조용히 음미해보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필요할텐데...벌써부터 아쉽기만 하다. 어떻게든지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하인후 작가님이 마키아벨리의 << 피렌체사 >> 를 번역하고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자칫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저자와 연이 닿아 이 책을 통해 << 피렌체사 >> 가 소개되어져서 정말 다행이다. 좋은 책을 번역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 하인후 작가님, 그 번역본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작가님과 시공사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 시공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