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지음, 이문영 옮김 / 들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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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영화로 본 지도 벌써 30년이나 됐구나. 어마어마한 세월인걸.

그 당시 정말 굉장히 감동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살면서 잊고 지내다가 이번에 들녘 출판사에서 이 책이 출간된 덕분에,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민 1세대 중국계 미국인 엄마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딸. 네 모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데, 대상이 중국인일 뿐이지 이민 1세대 한국인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여러 첩을 거느린 갑부라던지 대놓고 바람을 피는 남편, 아들 선호사상 풍습이나, 시댁 어른들과 남편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중국 여인들의 삶은 죽어서도 시댁 귀신이 되어야 했던 우리나라 옛날 여성들의 삶과 너무도 비슷하다.


전쟁과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힘들게 살았던 자신들과는 달리 딸들만큼은 누릴 것 다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철저하게 미국인으로 키우지만 또 마음 한 켠으로는 중국의 전통을 이어나가길,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딸들은 자라면서 이러한 엄마와의 가치관과 문화의 간극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쉽게 좁히질 못한다.


딸들 눈에는, 영어도 못하고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엄마가 부끄럽기만 하다.

먼 타지에서 오로지 자식 잘 되기만 바라는 엄마의 기대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런 딸들이,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엄마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엄마를,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영화도 좋았지만 원작은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좀 더 섬세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4명의 딸과 4명의 엄마 그리고 가끔씩 할머니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서 너무나 헷갈린다. 앞서 얘기한 내용이 누구의 이야기였는지, 얘는 또 누구의 딸인지..처음엔 그 관계를 완벽히 외우면서 읽어나가다 어느 순간 그냥 현재의 이야기에 몰두해서 읽게 되더라.


그래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영화도 새삼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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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이야기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천재 화가와 그의 위대한 작품들
김선현 지음 / 모먼트오브임팩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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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라바조를 처음부터 좋아한 건 아니었다.

아주 예전에 < 카라바조의 비밀 > 이라는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그가 엄청난 화가라는 사실 정도만 알았지, 그의 작품이 크게 와 닿거나 하진 않았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 카라바조' 라는 이름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그림보다 인생이 나에게는 더 먼저 다가온 셈이다.

그 후 수많은 미술 관련책을 통해 그의 그림을 보면 볼수록 점점 더 끌리게 되었고,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오늘 만나 본 '카라바조 이야기' 라는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명화 도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수록된 작품의 크기도 시원시원하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동봉되어졌던 핑크색 편지와 책갈피도 감동이었는데 !!!! 책에 대한 출판사의 애정이 절로 느껴진다. 





예전에 '그림의 힘' 으로 인상깊었던 국내 미술치료의 최고 권위자이신 김선현 교수의 작품 해설과 그의 삶의 이야기가 뒷받침 되어 있는데, 아마도 카라바조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많이 접했던 나로서는, 이 책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림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훨씬 더 좋다.




바로 전에 읽었던 에곤 실레가 연필의 윤곽선이 드러날 정도로 스케치를 먼저 하고, 그 안에 색을 채워 넣었다면, 카라바조의 스타일은 스케치 없이 캔버스에 바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보면 볼수록, 나는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그의 작품 속 인물의 표정들이 너무 좋다.


때마침 진행되고 있는 카라바조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 10점을 비롯해 총 40점이 수록되어져 있으니, 전시회 관람 이상으로 값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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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의 사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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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검찰 미스터리물에서는 주로 변호사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검사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검사의 사명, 검사가 해야 할 본질적인 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쉽게 간과하기 쉬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검사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 부분 바뀌게 되었고..


이야기는 묻지마 살인으로 인한 무자비한 살인 현장으로 시작되는데 무려 7명의 피해자가 속출한다. 여기에다 비정상적인 사회도태자인 피의자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앞서 사건보다 더 심각하다고도 할 수 있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읽으면서 이 시리즈가 왜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가 깔끔하고 배배 꼬이지 않아서 머리 굴려가며 읽을 필요가 없어서 좋다. 일본의 사회 문제, 그리고 지방검찰청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권다툼 같은 부분들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 사건을 맡게 된 후와 슌타로 검사와 그를 그림자같이 따라다니는 미하루 사무관의 콤비도 매우 흥미롭고, 무엇보다 어떠한 경우에도 표정에 흐트러짐이 없는, 아니 아예 표정이라고는 없는 융통성 제로의 원리원칙주의 후와 검사의 캐릭터에 완전 반해버렸다. (검사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심도있게 다루지는 않은 것 같지만..)



“자신들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공무원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와중에, 영웅 같은 공무원이 활약하는 작품을 쓰는 것이 대중 소설가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이 검사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라고 하는데 작가분도 꽤나 멋진걸 !!!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이런 검사가 존재하겠지?


뒤에 역자후기를 보니, 이 시리즈는 첫편보다 뒤로 갈수록 더 재밌어져서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난 이 세번째가 첨인데 어쩌나...그래도 앞서 2권도 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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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 대한 단상
이주희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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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녹여줄 감성 에세이를 읽고 나니, 오랜 시간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졌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질 못했다.

이 추억이 떠오르면 연관된 다른 추억의 장면장면들이 문득 떠오르고..몇 십년동안 잊었던 사람도 불현듯 생각나고, 순간의 공간의 냄새도 느껴진다.

이 시간들이 꽤나 행복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구나.싶다.


물이 너무 뜨거워서 공중목욕탕 가는 날은 죽기보다 싫었는데 지금 문득 생각해보면 그 당시 공중목욕탕 물은 정말로 뜨거웠던 걸까, 아니면 어린아이가 느꼈던 뜨거움의 정도였던 걸까..항상 같이 다녔던 엄마나 언니한테 물어봐야겠다.

저자가 말한 < 주말의 명화 > 와 영화관에서의 추억은 말해 무엇하리.

부모님 고향이 제주도셨기에 특히 엄마는 제주도를 자주 들락날락하셨었는데, 엄마를 마중하러 공항에 가는 날에는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 고급스런(?) 공항 햄버거가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 엄마가 더 자주 제주도에 가셨음 하고 바랬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빠진 장소가 있다면 아마도 비디오 대여점이 아닐런지..(동네의 책대여점은 좀 더 후에 생겼던 것 같기도 하고..) 에로물이 모여있는 코너에는 왠지 지나가기조차 어색했고, 이런 야릇한 비디오를 대여해가는 남자들을 볼 때마다 너무 이상하게 보였던 기억도 난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금새 읽을 줄 알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버린 덕분에 의외로 더딘 독서가 되었지만, 가끔은 이런 독서가 참 좋다.

이 책은 겨울에 출간되어 더욱 알맞다. 이런 추억 소환은 따스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해야 제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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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성인 - 파리민수 정일영의 인생썰
정일영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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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인문학, 미술 책을 연달아 읽은 요즘, 머리를 식히면서 생각 많이 하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그립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출판사 관계자분의 ' 정말 유쾌하고, 정말 재밌다' 는 홍보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었는데, 결코 과장이나 포장이 아니었다.


진짜 이 책 너무 웃겨!!

방에서 혼자 읽다가 장면들이 상상이 가면서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었더니, 거실 지나가던 신랑이 뭔 일인가 싶어 방에 들어와서 날 쳐다본다. 조금 민망해서 조용히 읽다가 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고, 신랑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근데 진짜 저자의 이야기는 혼자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다 보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글로도 이 정도이니, 출연하셨던 침착맨 유튜브에서는 얼마나 더 웃겼을지 상상이 간다. ( 이 글 쓰고 난 뒤 유튜브 들어가서 봤는데, 너무 재밌고 유쾌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봤네 ! )


그런데 이 책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저자가 10여년을 프랑스 유학 생활하면서 겪었던 프랑스인들과의 문화 차이나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 -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의 그들의 처신, 우리나라 일류대학 나왔던 대학생이 그 곳에서 우리나라식으로, 수업내용 그대로의 답안지를 써 냈을 때의 교수의 반응 등 - 를 마주하면서는 느끼는 게 참 많다.




각 장마다 상황에 맞는 간단한 불어도 소개되어 있는데, 덕분에 정말 몇 십년만에 불어를 다시 발음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고, 뜬금없이 불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강압(?)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만큼 많이 힘들었을텐데 박사 학위까지 받으시고 지금은 이렇게 유튜브에서 정말 큰 인기를 얻고 재밌는 책까지 내셨으니, 제 2의 멋진 출발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요즘 실컷 웃어보고 싶은 책 뭐 없나 찾으시는 분,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할 듯 !

( 근데 책의 내용도 그렇고, 유튜브를 봐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극내성인으로는 전혀 안 보이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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