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별빛 아래 꼴라주 살롱
홍종희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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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여행기를 좋아해서 자주 읽곤 하는데, 이모와 조카 둘의 조합은 처음인 것 같다.
조카 어릴 때부터 아들과 거의 남매 지간처럼 지내왔기에, 딸같은 조카와의 시간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읽기 전부터 부러움 한가득 안고 시작한 책이다.

북유럽 건축 여행, 유적지 등 도시 탐험에 더 매력을 느끼고 가능한 많은 곳을 경험하는 여행을 선호하고 철저한 계획형인 조카.
반면, 추운 여행은 질색이고, 자동차 휴양여행과 느긋한 여행을 선호하고 즉흥적인 여행 스타일의 이모.
성격부터 여행 스타일까지 정반대인 이모와 조카 과연 어떤 여행의 시간을 보내게 될까?

꼴라주 아트로 만들어 낸 이 책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색감이 예쁜데, 이 책의 여행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이미지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단순한 여행기에서 벗어나 문학과, 역사, 예술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목시켜 여행+인문학 분위기도 살짝 풍기는데, 내용에서 역시나 가장 끌렸던 부분은 ' 리스본의 스토리텔러' 에서 만나본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이다. 리스본 여행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영화와 원작, 이 작품은 어쩜 매번 만나도 식상하지 않고 어찌나 가슴 설레게 만드는지..

1755년 리스본에서 일어났던 8.5-9.0 규모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도시의 85%가 파괴되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던 이 도시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오늘날의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고가 필요했을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짧지만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 담겨 있는 ' 우당탕탕' 여행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여행기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빠지면 섭하지. 좀 더 디테일한 이야기가 담겼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모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캐리어만 달랑 놔두고 햄버거 주문하러 없어진 조카를 보고 이모는 아연질색한다. 아이구 !!! 정말 이 습관이 무섭지. 그리고 역쉬나 한국 최고 !!!!

20대 초반의 청년, 특히나 남자 조카는 당연 아침보다는 잠 쪽을 선택하기 마련. 아침에는 까페라떼를 꼭 마셔줘야 하는 이모는 혼자 현지인들의 아침메뉴와 커피를 포장해 와 숙소에서 한가로이 아침식사를 즐긴다. 상상만 해도 너무도 행복했을 시간이다.

마지막에는 캐리어가 분실되는 사건이 터지지만 무사히 마무리 되니 다행이다. 캐리어에는 반드시 나만의 표식을 해두는 게 최고 !!

여행에 노련한 이모 덕분에 군대 가기 전 조카는 멋진 추억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겠다. 나는 조카나 아들하고 떠나면 상당부분 의지하고 떠넘기고 하는데 ㅋ

독특한 분위기의 여행기를 만나보고 싶은 분께, 그리고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을 꿈꾸는 분께 특히 이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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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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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미술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책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어서, 미술 에세이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써 새로 출간되는 책을 볼 때마다 선택하기가 너무 괴로운.. 행복한 고민을 하곤 한다.

특히, 이번에 만난 책에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미술과 법률을 연계하고 있어 색다른 기대를 하게 된다.
미술을 좋아하는 법학부 교수인 저자는 어느 날 루벤스 작품을 마주하면서 그 작품 속에 감춰진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하다 우리나라의 법적 판단과 결부시켜 생각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직업적 의식과 소명이 발동하는 걸 보면, 직업은 못속인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 것 같다.



책 속에는 25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잠깐 적어볼까 한다.

매리 카셋의 그림과 함께 거론되는 법적 문제는 셰어런팅(sharenting) 이다. Share(공유) + Parenting(육아) 즉, 소셜미디어에 자녀의 사진이나 일상을 공유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 '를 지적한다.
이에 대한 법적 규정이 현재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현재 대책마련 중에 있다고 한다.
또한, 작품 속 어린 조카들이 성인이 된 후 자신의 동의 없이 자신을 그린 행위에 대해 초상권 침해 등을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서 더 확대된 이야기는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이다. 초등학교 시절 거의가 다 겪었을 이 일기장 검사는 보여주기식 일기를 쓰게 만들고, 나 같은 경우에는 일기를 2개 썼던 기억도 난다. (제출용과 나만의 비밀일기)
이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일기장 검사 관행 개선, 아동 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일기 쓰기 교육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고 하는데..글쎄 그게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은 요즘에도 이런 일기장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 에서 진주가 보석에 해당하는지, 르누아르나 반 고흐의 빨래하는 여인의 그림을 통해, 강이나 호수에서 하는 빨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클림트의 경우를 빗대어 사실혼 부부,양육비 소송의 법적 문제, 라에네크의 < 청진기 > 그림과 관련해 의료행위 관련 발명의 특허성 문제 등 다양한 법적 이야기가 등장한다.

25가지 이야기 가운데는 수긍이 가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는 반면,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 또 가끔은 미술작품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 대한 해석이 담긴 경우도 보인다.

제목만 보고는, 그림 속 내용 혹은 일부를 법률적으로 해석하는 내용일꺼라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게 남는다. 제목을 달리했다면 기대하는 방향도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변호사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 해설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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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책방 이야기 - 모험과 사랑, 그리고 책으로 엮은 삶의 기록
루스 쇼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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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뉴질랜드 남섬 끝자락 아주 작은 마을에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작은 책방이 자리하고 있다.
책방 이름은 '자그마한 책방 둘 Two Wee Bookshops', 책방지기는 일흔을 조금 넘긴 루스 쇼와 그녀의 남편이다.

상상만 해도 너무도 평화롭기 그지 없는 이 곳 책방. 그러나 지금의 평온한 삶에 정착하기까지 저자가 거쳐왔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이 책의 번역가가 뉴질랜드 트레킹 여행 기간 중 그 책방에서 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꼭 책으로 출간되기를 희망했고 그렇게 해서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 그러나, 10대 때 겪었던 끔찍한 사건 이후 저자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되었고, 그 후 파혼, 몇 번의 결혼 실패와 자녀의 죽음 등을 겪으며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다시 그 삶에서 도망쳐 나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자살시도도 하는 등 끊임없이 방랑한다.

바다를 사랑했던 저자는 오랜 시간 항해하면서 해적을 만나 목숨을 잃을 위험에도 처하고,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수많은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마약중독자를 돕는 일을 하다 신변의 위협도 받는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사건들이 저자의 삶에 파고든다.




사람의 인연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저자의 경우를 보면서 다시금 느끼게 된다. 돌고 돌아 각자의 삶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조우하게 되고, 그토록 행복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방황만 하던 삶은 종지부를 찍고, 38년 넘게 남편과 지금의 책방을 운영하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저자의 굴곡진 인생이 얼마나 파란만장하던지, 지금의 남편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 겪었던 고난의 시간이 내 생각에는 대략 30년은 족히 된 것 같았는데, 세상에나..겨우 38살이었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이 20-30대에는 그와는 정반대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힘든 삶을 살았다는게 쉽게 매치가 안된다. 그래도 노년이 행복해서 참 다행이다.
이 책이 출간되고,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은퇴 후 즐거운 '취미' 로 시작한 이 책방은 아마도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들러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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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서린 말 사계절 1318 문고 82
마이테 카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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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청소년문학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제목에서 유추한 내용은 친구들 간의 오해 혹은 왕따 비슷한 내용인가 싶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훨씬 더 무겁다. 물론 주인공은 15살 소녀이고 친구와의 우정, 오해와 다툼의 내용도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성폭력이고, 육체적인 폭력 뿐만 아니라 말로 하는 폭력 또한 사람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15살 된 소녀 바르바라의 가출사건이 실종사건으로 바뀌고 4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는데, 그 시간동안 결코 이 사건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이제 정년퇴임을 하루 앞둔 담당형사에게 뜻하지 않은 제보가 들어오면서 다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4년 동안 범인에 의해 감금된 바르바라의 독백을 통해 그녀가 처한 끔찍한 현실과 범인의 독설로 인해 정신까지 피폐해지고 지배당하는 상황, 바르바라의 엄마가 남편에 의해 그 긴 결혼생활 동안 정신적 지배를 받으면서 자신의 의지는 사라진 채 무기력한 존재가 된 상황, 바르바라의 절친이었다가 사이가 틀어져버린 에바의 입장 등이 회상과 현재를 오가며 독백 형식으로 진행된다. 

소설 속 바르바라의 엄마처럼, 자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대부분의 부모는 그것을 간과하고, 나중에서야 그것이 자신에게 보내는 도움의 신호였음을 알고 후회를 하는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이 소설은 < 3096일 > 이라는 에세이의 저자인 나타샤 캄푸쉬가 8년 6개월동안 감금되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씌여진 거라고 하는데, 그 실화의 피해자는 또 얼마나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을까..

독을 지닌 말이 한 사람의 정신을 얼마나 끔찍하게 갉아먹는지..가볍게 읽을 줄 알았던 소설이 범인이 밝혀진 후의 이야기가 충격적이라 맘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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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수수께끼를 풀다 - 문화 상대주의로 세상을 바꾼 인류학의 모험가들
찰스 킹 지음, 문희경 옮김 / 교양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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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문화인류학 '과 ' 보아스 학파 '는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이지만, 문화상대주의라는 개념은 살아오면서 정말 많이 들어왔다.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이 '문화상대주의' 라는 개념이, 한세기 남짓 전만 해도 굉장히 파격적이고 논란의 여지를 불러 일으킬 만한 주장이었는데, 이 개념의 근간에는 보아스와 그의 뛰어난 4명의 여성 제자들이 있었다.


독일계 유대인인 문화인류학의 창시자 보아스가 생각했던 미국은 평등의 나라였다. 미국에서만큼은 유럽에서와 같은 민족주의적 갈등을 겪지 않을 꺼라 생각했지만, 그 곳에서는 오로지 '백인'과 '백인이 아닌 인종'으로만 구분할 정도로 인종적 편견이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 중 한 명인 그랜트가 쓴 책은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정신의 기반이 되었다고 하는데, 나치의 인종차별법안인 '뉘른베르크법' 이 미국의 법을 모방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보아스와 제자들은 북극의 이누이트 마을, 서인도제도, 아메리칸사모아제도 등 다양한 곳에서 생활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연구한 결과, 인류는 하나의 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느 분야든, 어느 세계든지간에 선구자들은 큰 고난과 위험을 감내해야만 하는데,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급진적인 이들 보아스 학파의 인물들 또한 직장도 잃고, FBI의 감시까지 받게 되고, 히틀러는 정권을 잡은 후 보아스가 쓴 책을 가장 먼저 태웠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보아스와 4명의 여성 제자들의 편지, 주변인들의 증언, 기고문, 연구노트 등을 바탕으로 그들의 치열하고 용감한 투쟁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책의 분위기는 전기문 형식을 띄고 있는데,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읽힌다. 보통, 인물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는 항상, 이들은 어떤 모습의 인물이었을까..궁금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인물 사진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져 있다.





보아스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나 그 시대에 여성으로써 더군다나 평범한 여성이 아닌, 유색인종이거나 성소수자인 여성제자들이 그 모든 편견과 비난, 위협에 굴하지 않고 보아스 학파를 이끌고, 오늘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상대주의라는 중요한 개념을 확립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 국화와 칼 > 이라는 책이 종종 눈에 띄어서,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 함 도전해볼까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아..이 보아스의 제자 중 한 명인 루스 베네딕트가 바로 이 책의 저자였다니 !!!


이렇게 오늘도 나는 한 권의 책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적 세계를 만나게 되었고, 인물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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