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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양장) ㅣ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4
이디스 워튼 지음, 신승미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5월
평점 :
아주 예전에 개봉했을 당시, 좋아하는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예쁜 위노나 라이더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 당시에는 이 영화가 갖는 의미 같은 건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고 원작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앤의 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시리즈' 로 출간된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좀 더 넓은 사고관과 비평의식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1870년 대 초 뉴욕의 상류층의 전통과 격식에 얽매인 삶을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실제로 상류층 가문의 딸로 사교계의 삶에 전념해야 했고, 불행한 결혼생활과 외도, 이혼 등 자신을 옭아맸던 뉴욕 상류층의 삶을 소설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뉴런드 아처는 아리따운 약혼자 메이와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남편과 별거 상태로 뉴욕으로 도망쳐 온 메이의 사촌언니 엘런에게 조금씩 마음이 가면서 스스로의 마음에 불안해져 결혼을 앞당기려고도 해보고, 그 후에는 진정한 사랑이라 여기는 이 여인과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위험을 감수하려고도 하지만, 결국 메이의 임신소식을 알게 되면서 결혼을 택하게 된다.
결혼 후 안정된 삶과 겉으로 보기에 문제될 것 없는 부부의 삶이지만 결혼생활 내내 행복하지 않았던 아처와 마찬가지로, 다른 여인에게 마음이 가 있는 남편과 살아야만 했던 메이, 사촌동생을 위해 아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떠나는 엘런. 주인공 모두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안스럽기만 하다.
그 당시 상류층 계급의 커플들은 대화 자체도 본능과 전통이 가르쳐 준 그대로 읊어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아처가 느꼈던 순진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의 메이 또한 본래의 모습은 눈치 빠르고, 임신소식으로 약혼자를 붙잡아두는 영악함을 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엘런 또한 처음 이미지로는, 그 당시 이혼은 생각지도 못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혼을 강행하기도 하고 의상이나 행동 자체도 주위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아처의 사랑을 안 후 오히려 아처를 유혹하고 같이 도피하는 쪽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엘런의 선택은 꽤나 인상적으로 남는다.
아처와 엘런의 대화 장면에서 그 당시에는 중매결혼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의외였다. 가문과 전통을 위해 연애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쪽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1921년 당시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 미국 사회의 건전한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최고의 습속과 남성상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야 한다.' 는 기준에 부합하기에, 이런 이유로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명예는 안겨줬지만, 이디스 워튼이 진정 표출하고자 했던 작품의 내용과는 어딘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권위있는 수상이라 해도,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난 진정성 있고 공정한 시선으로 작품을 평가하고 수상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찾아보니 이디스 워튼의 작품들이 꽤나 많이 출간된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머지 작품도 꼭 읽어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