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취를 드러내다 부족한 인간 취급당했다>
금요일 사무실에서 있던 일로 불쾌해서 견딜수가 없다. 어떻게해서라도 복수를 해주고픈데 반면 그런 생각자체도 유치하게 느껴진다. 과거 무수한 사례를 보더라도 소소한 복수 했던것으로 후회한적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 꼭 내가 그렇게 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화가 난다고 적대감을 드러내면 언젠가 후회했기 때문이다.
양계장을 하시는 분이 초란이라고 직원들 3판씩 가져가라고 하고 그중 남은걸 직원 한명이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서 직원들 먹으라고 한다. 점심때 상사와 닭도리탕을 먹었는데 소화불량으로 힘들었지만 한사코 먹으라는데 하나만 먹어야겠다고 계란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사실 난 집에서도 노른자를 빼고 먹는다. 먹기야 먹지만 퍽퍽하고 소화도 안되고 해서 이렇게 말했다. ˝난 노란자 안먹는데..˝ 그러자 우리팀 여직원이 ˝제가 먹을께요˝하면서 노른자를 가져갔다. 그걸 본 나보다 한두살 어린 남자 팀장 하는말이 ˝어째 남들은 100이라면 80정도 되는거 같어˝ 아무렇지도 않게 이말을 뱉고는 자기는 평소 사무실에서 제공되는 간식에 손도 안대면서 계란을 까먹고 있다. 너무 황당해서 반발한다는게 ‘나의 개취‘라고 했고 그 팀장에게 그건 왜 먹냐고 사람이 일관성이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은 공중에 그냥 흝어지고 말았다.
결국 난 그말을 계속 곰씹고 곰씹어 기분이 너무 불쾌하고 모욕적인 느낌을 벗어날수 없었다. 평소 내가 보여준 행동들을 종합해서 한 말임에 분명하고 부인도 같은 직종의 직원이고 부인과도 같이 근무한적 있는데 항상 나한테 ‘참 특이해‘그런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서 하곤 했다. 내가 보기에 그 여자도 내가 특이하다면 나 못지않게 특이하게 보이는 여자임에 틀임없다. 지난 시간을 되돌려볼때 자신이 특이한 사람들이 남들한테 그런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다는것이다. 그 자체로 참 특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서은 부인과 그 팀장이 집에서 내 뒷담화를 얼마나 하면서 특이하다는 둥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상상까지 하자 기분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복수를 할수도 없고 이미 시간이 지나버리고 담주 월요일이 올때까지 난 계속 그 기분나쁨 속에 빠져있을것만 같다.
평소 내가 오리고기를 싫어하는 개인적 취향을 사무실에서 드러낸게 잘못일까. 시골이라 점심먹을곳도 마땅치않아 사무실에 중화요리 시켜먹거나 항상 가는 밥집을 직원들은 이용한다. 하지만 난 그 시간에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걸 먹고 근처 실내 운동하는곳에서 가벼운 걷기를 한다. 그런 저런것들을 종합해서 그 팀장이 나에게 그런말을 하는걸까. 온갖 상상과 내 자신이 상대에게 그렇게 보였다는 것과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걸로 또 잠잠한 내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평소 그 팀장과 사이가 안좋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내앞에서 대놓고 했다는 건 상대에게 모욕을 주기보다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남들은 평범하게 이것저것 다 먹는데 가리는 것도 많고 그런뜻에서 한말일게야 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려하지만 자꾸만 마음은 이쪽저쪽 왔다갔다 한다.
이제 앞으로 난 어떻게 해야할까. 월요일 사무실 출근하면 기본적인 인사만 하고 일체 그자와 말을 섞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내 분노가 가라앉을까. 또 그걸 왜 그랬냐고 다시 따지는것도 내가 계속 그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보이는것도 싫다. 직장을 다니면 이렇게 사람에게서 받은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으로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면 애초에 그런 상처같은게 없지 않을까.
더더욱 나는 일반회사가 아닌 공무원이라 사람들은 이 조직은 조금 남다를거라 생각하지만 도시가 아닌 시골의 조직은 정말 이상하리만큼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남들이 하자는 데로 따라하고 위에서 지시하면 아무런 반론을 제기 하지 않고 아닌줄 알면서도 시키면 시킨대로 해야 뒷말이 없다. 또 특히 50대 후반은 대부분 사고방식 자체가 아주 고루하고 편협해서 요즘 입사하는 젊은 직원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
얼른 시간이 흘러 그들이 퇴직하고 물갈이 되야한다. 그들은 대접받기를 원하고 솔선수범하진 않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을 못하고 과거 해온 행태 그데로 답습하고 있어서 갑질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 모른다. 그 팀장은 나이도 50이 되지도 않았으면서 평소 자신이 많은 사람들을 저녁에 만나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다니는 것이 엄청난 인맥인양 내가 누구 만나는 사람있냐는 식으로 물어본적 있다. 내가 보기에 그 팀장은 저녁마다 술먹고 , 평소에서 술취해서 헛소리하는걸 여러번 봐왔기에 부인은 저런걸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생각까지 한적 있는데 단 한번도 그것에 대해 농담으로라도 그 자에게 말한적은 없다. 시골조직은 술먹는자에 대해서 유독 관대하고 사람이 좋을거라 생각하는 꼰대스러운 생각을 많이 갖고 있고 일잘한 사람들이 술도 잘먹고 잘논다는 이상한 생각도 잔존한다. 그는 그런 분야에도 나름 우월감을 가지고 있던걸까? 계란 노른자까지 다 먹고, 직원들과 저녁에도 술먹고 어울리는 자신을 아주 원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 살고 있는걸까.
정말 이놈의 지긋지긋한 촌구석을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탈피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같이 어울리고 술을 마셔야 원만한 사람이고, 퇴근후 자기계발한다고 학원다니고 독서하고 그런것들 자체는 인정하고 싶지 않고 그것에 대해서는 눈을 가리고 난 아무것도 본적없다라는 식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무례한 말을 지껄이는 것에 대한 아무런 가책이 없고 타인과의 선을 넘는것도 아주 자연스럽다. 특히 자신의 위치가 상대보다 높다고 생각하면 화나면 언성높이는 것도 예사다. 정말 하두 내 주변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류의 책 제목도 떠올렸다. ‘ 왜 항상 내 주위에 사이코들이 많을까‘ 한편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몰리는 걸까. 그런 생각까지 한적있다. 정말 하루에도 여러번 퇴사를 꿈꾸지만 지들이 내 월급 준건 아니고 그만두면 내가 패배자가 된다는 생각에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는 신세이다.
도시로 가면 이런 추접스럽고 구질구질한 일이 없을까?
상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한 말을 던지고, 술을 잘먹고 저녁마다 모임을 만들어 만나야 원만한 조직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고, 또 여직원이라고 무시하고 누를려고 하는것이 단지 이 지역만의 특성일까? 사실 이곳은 내 고향이 아니다. 내가 타향살이를 하고 있어서 이런저런 일을 당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시골에서 도시로 가지않고, 시골에서 시골로 와서 근무하는 경우라 은근 무시하고 그러진 않을까. 별별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다음주 월요일 그자를 대면했을때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가 답이 안나온다. 확실한 건 정말 확고하게 앞으로도 여지없이 하던데로 한치의 여유도 그에게 허용하지 않고 개인적인 말도 섞지 않고 개취를 드러내지 않을것이다.
한편으로 그자가 날 모욕주려 한 건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이라고 믿고 싶다. 상대가 아무리 나를 모욕줄려고 해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는 말도 생각난다. 내가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지않으면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참 별별 오만가지 분노가 올라오는 주말이다.
내가 현명해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을 잘 다스리거나 응당 댓가를 치루게 해줄 비법을 갖도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리석게 하루하루 밥벌이를 하고 있는 신세다. 담주부터 그자와 말도 섞지 않겠다. 그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보다가 그자가 언젠가 말을 건다면,,,, ‘ 참 말을 무례하게 하는 스타일이시네요‘하면서 내가 그것으로 기분 나빴다는 것을 터트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