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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평점 :
흔히 인터넷에 나오는 맛집들을 기대하고 기다려서 먹었으나 그저 그럴 때가 있다. 그와 달리 우연히 아무런 식당을 들어갔는데 '뭐야? 정말 맛있잖아 여기 다음에도 꼭 와야겠다'하는 곳이 있다. 다른 예로 목적지를 향해 가다 보았던 곳이 너무 좋고 마음에 들어 그 후에 계속 목적지보다는 그 장소가 두고두고 회자되고 기억되는 곳이 있다.
<비올레트 묘지지기>가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우연한 기회로 나의 손에 들어와 읽었고 그 감동의 여운을 길게 간직하게 해주었다.
'발레리 페랭'이라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 찾아보았으나 아쉽게도 나오지 않아 '아.. 왜 이 좋은 작가의 다른 책들이 없는지?' 짙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비올레트 투생은 건널목지기였고 묘지지기이다. 그녀는 사산아였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였으나 그 남자는 바람둥이였고 그녀를 무시하는 행동과 말을 하였고 나중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가기까지 하였다. 그녀의 인생을 본다면 지독하리만큼 처연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삶을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가꾸어 가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비올레트 묘지지기>는 묘지지기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삶을 다루고 있기에 여기저기서 '죽음'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나는 죽음에 대해 농담하며 웃기를 죽음을 희화하기를 즐긴다. 죽음을 무찌르는 나만의 방법이다. 그렇게 죽음은 덜 심각해진다. 죽음을 가벼이 대하며 삶이 죽음 위로 올라서게 한다. 더 큰 힘을 갖게 한다."
나는 죽음만 생각하면 무섭다. 하지만, 이 말처럼 우리는 죽음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삶을 살고 있기에 회피할 수만은 없다. <비올레트 묘지지기>를 읽으면서 죽음의 무서움에는 도달하지 않지만 죽음을 묵직하지만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왜 우리는 사람들에게 향하듯 책으로 향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어떤 시선, 전에 들어 친숙한 것 같은 어떤 목소리, 가던 길의 방향을 바꾸게 만들고 눈을 치켜뜨게 하고 우리의 관심을 끌어 존재마저 뒤바뀌게 하는 어떤 목소리에 이끌리듯 책에 이끌리는 것일까?"
책을 읽다가 너무 공감이 되는 글귀이자 이 책이 바로 그런 예시인 것 같았다.
이 책은 비올레트의 묘지지기 직업으로서 삶을 보여주면서 죽음, 삶에 대해 따뜻하게 다루고 있는 잔잔한 소설이다. 시작하는 장 위에 있는 글귀들은 몇 번이나 되새기며 읽었다. 고전문학을 제외하고 두고두고 몇 번이나 읽고 싶은 첫 책이 되었다.
책 떼지에 있는 말을 인용하자면 이야기 끝에 돋아난 '자기 앞의 생' 이 소설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불행은 언젠가는 끝나야만 했다."
"인생이라는 책은 지고의 책이다. 내키는 대로 덮을 수도, 내키는 대로 펼칠 수도 없다. 좋았던 페이지로 되돌아가고 싶어도 우리의 손은 이미 죽음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사람이 주어진 업무만 하고 산다면 인생이 슬프지 않겠어요?"
"삶이 그저 잠시 지나는 길에 불과할지라도, 우리는 적어도 그 길에 꽃씨를 뿌리기로 해요"
"삶은 절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종이 한 장을 들고 찢어보세요. 찢긴 조각들을 아무리 이어 붙인들, 찢기고 구겨진 자국이며 테이프의 흔적은 영원히 남잖아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