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네 평범한 소시민에게 하루아침에 50억이라는 돈이 생긴다면? 그것도 현금으로...
복권을 단 한 번이라도 사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꿈꿔봤던 생각일겁니다.
가끔 로또를 사면 일주일 내내 즐겁게 상상합니다. "당첨되면 제일 먼저 10%는 기부하고~" "그 다음엔... 음... 일단 이사를 가야하나? 아님, 숨겨놓고 야금야금 꺼내쓸까?" 등등... 행복이란 결코 돈으로 살수는 없지만 행복하려면 돈이 풍족해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돈이 생기면 행복하기만 할거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거 같습니다.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소중한게 아닐까요.
 
<심플 플랜>을 읽으면서도, 읽고 난 후에도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뭐 이런 책이 다 있는지... 스릴러인 소설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와도 되는건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도 되는건지... 읽기는 참 쉬운데 그 내용은 참 어렵습니다. 잔인합니다. 어쩔땐 무섭기까지 합니다. 전작이자 차기작인 <폐허>(<심플 플랜>은 재간입니다)도 그랬지만 이 책은 더 심하네요.
 
연말이면 부모님의 묘지에 가는 행크와 제이콥 형제, 올해는 형인 제이콥의 친구 루와 함께 갑니다. 우연히 발견한 추락한 비행기안에서 돈다발이 빼곡한 가방을 보게 되고 세 사람은 약속을 합니다. '누구건지도 모르는 이 돈을 지금 당장 쓰는건 위험하다' '아무것도 하지말고 6개월만 기다려보자' '그때까지 돈 주인이 안 나타나거나 찾는 사람이 없으면 그때 세 명이서 나누자' '지금은 참자...' 
 
세 사람에게 약속은 간단하면서 쉽게 느껴집니다. 뭐 처음부터 돈을 발견한적 없다고 생각하면... 그렇지만 현실은, 세 사람은 이미 돈을 발견했고 돈을 만져봤고 이미 자기들 것이라 생각한다는거죠. 이게 무서운겁니다. 아무일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6개월만 지금까지처럼 지내면 실제로 돈을 가지는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게 안됩니다. 될 수가 없습니다. 누군들 그걸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에게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는 순간 약속은 절대 지킬 수 없는게 돼버립니다.
 
<심플 플랜>은 이때부터 책속의 내용으로,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으로 독자들을 자연스레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조용히 내 달립니다. 화끈하고 통쾌한 액션? 그런거 없습니다. 머리가 복잡한 추리? 역시... 그렇지만 긴장감 넘치고 화끈하고 스피디하고 반전이 넘치는 그 어떤 소설보다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이런식으로 이해하고 읽었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삶의 변화에 따라 또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고 읽히는 소설인거 같습니다.(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대도 역시...) 두고두고 읽어 볼만한...
 
스콧 스미스가 왜 눈 덮인 배경을 선택했는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거 같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올때의 눈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다 내리고 난 후 거리의 눈을 보면 가장 지저분하고 더럽게 느껴집니다.
눈 치워본 분은 아실겁니다. 내릴때도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죠. 치우기도 힘들구요.
사람의 마음도 비슷할거라 생각이 드네요. 아주 아름답지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13년 동안 단 두 권 만을 발표한 (신작은 좀 빨리...) 스콧 스미스. 그의 데뷔작이자
스릴러의 고전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걸작입니다. (스티븐 킹아저씨 평에 깊이 공감)
평범함속에 있는 이들은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 평범함을 유지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지도 모릅니다. 평범함속의 행복?
물론 모든 이가 이 말에 동의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자신이 지켜야할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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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3E 쓰리 Medusa Collection 9
테드 데커 지음, 김효설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테드 데커의 기독교 스릴러라는 색다른 장르의 심리 서스펜스 소설입니다.연쇄 살인마의 범죄를 다루면서도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고찰과 종교관의 이해에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 그리고 심리적인 트릭까지 집어넣어 참 흥미롭게 진행이 됩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동명의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었구요. 책을 읽고 나서 비교해보니 거의 그러듯이 원작이 더 낫네요. 특히나 심리적인 부분이요. 인물들의 독백이라든가 상황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를 이해하는덴 역시 책이 낫습니다.

기독교 스릴러라는 타이틀답게 첫 페이지부터 선과 악, 죄의 크기에 대해 토론을 합니다. 그러다 느닷없이 주인공 '케빈'에게 스스로 '슬레이터'라고 밝힌 이에게 전화가 걸려오며 스릴러다운 질주가 시작됩니다. "3분안에 수수께끼를 풀어라~ 못 풀면 네 차를 날려버리겠다~"    3분 후 차는 그대로 꽝!! 또 전화가 옵니다. '30분 준다~ 못 풀면 이번엔 네 친구를 날려버린다..."

연달아 걸려오는 협박전화와 협박대로 일어나는 폭파사건, 그와 더불어 평범하게만 보이던 케빈의 숨겨졌던,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냅니다.   중간중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토론과 사회적인 문제도 조금씩이지만 다루어집니다. 사건이 진행되고 범인이 윤곽이 드러날 무렵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흘러갑니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복선이나 의문점들은 여전히 안개속에 숨어있어 흥미도와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이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게 큰 장점이 되겠네요. 

그러나 단점들도 눈에 많이 띕니다. 무엇보다 수사상의 어설픔입니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인데 범인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수사관에게(그것도 단 한 명) 수사를 맡기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수사관은 하루이틀만에 피해자에게 사적인 감정을 갖게 됩니다.

원문의 문체가 그런건진 몰라도 다소 오버스러운 대사들이 공감하기가 무척 힘들더군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점도 단점 중의 하나입니다.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긴장감있게 읽히고 내용이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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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여러분은 데니스 루헤인의 대표작하면 어떤 작품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두 작품 다 스릴러 팬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수 있는 작품인건 틀림없습니다. 둘 다 대표작이라 할만하죠. 그런데 위 두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루헤인의 다른 작품이 있습니다. 스탠드 얼론이 아닌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가 바로 그 작품들입니다.
국내엔 4편<가라 아이야 가라>와 5편<비를 바라는 기도>두 편이 출간 된 상태인데요 <전쟁 전 한 잔>이 켄지&제나로 시리즈 1편이자 데니스 루헤인의 데뷔작입니다. 이 작품으로 셰이머스 상을 수상하며 현재까지 스릴러의 대표적인 작가로 활동중이죠. 

이전에 이 시리즈를 읽은 분들 중에 다소 걱정을 하는 분들도 계실거 같습니다.
데뷔작이라는 점때문에 말이죠. 미리 말씀드리는데 전~혀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오히려 놀라실겁니다. '10년이 지나도 막 산 것처럼~ 막 샀어도 10년이 지난 것처럼' 글솜씨에 대해서는 데뷔작이건 단편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작가가 루헤인같네요.

사립탐정 '패트릭 켄지'와 '앤지 제나로'는 상원의원인 '멀컨'에게 의뢰를 받습니다. 흑인 청소부인 '제나'가 그의 중요한 물건을 훔쳐 도망갔으니 그 물건을 찾아오라는... 비교적 쉽게 제나를 찾지만 처음에 생각했던만큼 간단한 사건이 아닌거 같네요. 제나는 뭔지 모를 비밀을 숨기고 있으면서 켄지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차츰 드러나는 사건의 윤곽과 느닷없는 범죄조직과의...

작가가 이 작품속에서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벼운게 아닙니다.(다른 작품들이 그랬듯이) 가장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다 권력자의 비리,부패는 곁다리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사회의 가장 드러내기 싫은 뒷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빈부격차에서 오는 사회적인 문제점과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이런 환경속에서 자란 이들이 만들어 서로 생존을 위해 벌이는 갱단간의 세력싸움까지...

주제만 놓고 보면 분위기가 어둡고 암울하고 거칠지만(하드보일드니까 당연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데니스 루헤인의 진가라 할수있는 맛깔나는 글솜씨가 발휘됩니다. 작품 전체적으로 유머코드(다소 냉소적인)가 깔려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웃기기 위한 유머가 아니라 흡사 유력 일간지의 사회풍자면을 보는 듯한 냉철하고 싸늘한 유멉니다.  

주인공 켄지와 제나로 두 사람부터가 대단한 인물들이 아닙니다. 특별한 능력도 없구요. 컴플렉스가 있고 상처 몇 개씩을 가슴안에 품고 살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줍니다. 그들 주위의 지인들도 마찬가집니다. 냉혹한 사회와 정면으로 대항하며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결코 '수퍼맨' 같은 착한 히어로가 아닙니다. 자신들이 하기 싫고 내키지 않는 일을 할 때도 있고 이유없는 자선을 베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티 히어로도 아닙니다.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고 싶고, 지키려 싸울뿐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의 작품속의 인물들은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 마냥 개성이 있습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들이 유독 영화화가 많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싶습니다. <살인자들의 섬>은 개봉을 앞두고 있고(무려 마틴 스콜세지에 디카프리오... 오오!!) 이미 영화로 나온 <가라 아이야 가라> <미스틱 리버> 와 최신작 <기븐데이>까지... 결코 다작을 하지 않지만 거의 모든 작품이 평가와 재미 두 가지를 만족시켜줍니다.

당신이 데니스 루헤인의 책을 한 권도 본 적이 없다 해도 괜찮습니다.(그럴수도 있죠) 설령 스릴러의 팬이 아니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의 작품은 분명히 스릴러지만 분명히 스릴러만은 아닙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뭔가 가슴을 울리는게 있고 뭔가 먹먹한 기분이 들고 씁쓸함도 느껴집니다. (맨 몸으로 비를 맞고 걸어가는 듯한...)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면 데니스 루헤인의 이름을 꼭 기억하십시오. 

작품성이 있고 거기에 재밌기까지한 소설을 찾다 보면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될
작가가 데니스 루헤인입니다. 속는 셈치고 <전쟁 전 한 잔>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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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 이성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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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사와 아리마사의 하드보일드 형사물 신주쿠 상어 시리즈 2편 <독원숭이>입니다. 신주쿠 상어 시리즈는 아는 분들은 많이 알고(읽은 분들의 입소문, 절판) 모르는 분들은 아에 모르는(국내에 나온지 10여년이 넘었고 역시 절판때문) 작품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일미에 입문하신 분들이나 남성적인 하드보일드 취향이 아닌 분들에겐 무조건적으로 추천해 드리기가 조금 난감한 작품이기도 합니다.(낯설고 좀 딱딱합니다)

겨우 스물다섯 살에 캐리어(우리나라의 행정고시같은)시험에 합격해 경감이 된 '사메지마' 그러나 특유의 저돌성과 불의와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고위층에게 찍혀 10년이 지나도록 경감 그대로인데, 그를 지탱해주고 그에게 힘을 주는건 경찰로서의 신념과 비록 소수지만 자신을 인정해주는 내부의 조력자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친구 '쇼'... 비록 출세와 인간관계에서는 지고 있지만 자신이 정한 신념안에서의 싸움은 늘 이긴다. 그래서 그 어느 곳 보다 부패와 욕망과 인간들이 넘쳐나는 신주쿠 가부키초의 밑바닥에서 사는 범죄자들은 모두 이렇게 부른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신주쿠 상어'라고...

시리즈 1편인 <소돔의 성자>에서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사메지마는 이번 2편에서도 고생이란 고생은 다 사서 하고 역시 위험한 위기를 맞이합니다. (안 그러면 재미없죠) 각성제 밀매루트를 조사하던 와중에 얽히게 된 대만 폭력조직과 프로킬러 '독원숭이' 거기다 대만조직과 연계된 일본내의 조직까지... 사메지마 혼자로는 감당하기 벅찬 상대들이지만 늘 그랬듯 새로운 조력자가 나타납니다. 대만에서 혈혈단신으로 건너온 대만판 사메지마 '곽영민'과 협력해서 엄청나게 커져버린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과연...

사실 이 작품은 사메지마가 진짜 주인공이 아닙니다. 비중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다른 인물들의 개성이나 카리스마가 너무 대단해서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는겁니다. 신주쿠 상어의 포스를 능가하는 인물이 바로 프로킬러 '독원숭이'입니다.
마치 <제물의 야회>에서의 '메도리마 와타루'를 연상케 하는 그런 캐릭터인데다
자신에게 방해되는 것들은 그야말로 가차없이 깨부셔버리는 냉혈한입니다.

<독원숭이>의 전체적인 설정이나 분위기도 <제물의 야회>와 많이 흡사합니다.
자~ 이 부분에서 지레짐작할 분들이 있겠죠? "흡사? 에이~ 그게 뭐야?"
이 책이 어떤 스타일인지 이해를 돕고자 다른 책을 언급하는거 뿐이지
진짜로 내용이 비슷하거나 그래서 언급하는게 아니니까 절대로 안심하시길...
예를 들자면 본격물끼리의 비슷함(클로즈드 서클, 살해, 탐정, 반전등)정도??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적인 부분과 형사, 킬러라는 캐릭터때문에 그리 보입니다.
스케일까지 크니까 더더욱 그리 느껴질수도 있구요. (그 맛은 분명히 다릅니다) 

번역본이 나온지가 꽤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해 문체가 조금 어색합니다. 거기다 이리저리 설명하지않고 간결하면서 객관적인 문체라 남성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딱딱함을 '쇼'라는 처자가 모조리 상쇄시켜줍니다. 또 일본 경찰 소설답게 경찰내부의 문제점과 사회적인 병폐, 인물들의 고뇌.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도 장르소설의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거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시리즈가 9편까지 나온걸로 아는데 국내 사정상 다 보기는 힘들겠죠...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일미의 붐으로 인해 절판된 수작들이 다시 재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어 시리즈도 그안에 포함됐다고 하니 그저 기다릴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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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수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1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이 이런 분위기라니... 그의 소설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본 분들은 대부분 동의하시겠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참 맛깔나죠~ 유쾌하고,  

즐겁고, 거기다 장르적인 재미도 절대 빠트리지 않는 작가가 오기와라  

히로십니다. 한가지 더 추가하면 그의 작품엔 살아 숨쉬는 듯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천년수>... 오래 묵은 나무... 어떤 느낌이 떠오르십니까? 토토로가  

뛰어놀거같은? 아니면... 인간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판타지스러운?  

전설의 고향? 다 아닙니다. 나무는 움직이지도 않고 인간들의 삶에  

관여하지도 않고 그냥 그 모습 그대로 그자리에... 



<천년수>는 전작들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입니다. 물론 그의 글이 단순히  

유쾌함만 있는건 아니었지만(왠지 모를 울림도 있었죠) 완전히 웃음기를  

쏙 빼버렸네요. 웃음기와 즐거움을 뺐다면 그이상으로 더한거는 암울함과  

살풍경한 삭막함이네요 거기다 씁쓸함이랄까요. 가슴 시린 애절함도 있습니다.  

읽고나니 그냥 먹먹합니다. 탄생 배경이 나오는 첫 단편 <맹아>부터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짐작케 합니다. 거의 모든 단편이 비극을 주제로 해서  

처절하리만큼 한이 서린 인간, 어이없는 욕심을 부리는 인간, 이유없이 죽어야  

하는 인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분노하는 인간, 부모가 팔아치우는 인간, 등등...  

나오는 인물마다 참 가련하고 불쌍하다싶은 인물들만 나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작가는 단편이지만 단편이 아니고 연작이지만 연작이 아닌  

설정으로 읽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여덟 가지 이야기지만 열여섯 가지도 됩니다.  

어찌보면 한 가지라고도... 이런 색다른 설정이 내용에 더욱 집중을 하게  

만드는거 같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천년묵은 고목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고목은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짓을 당하든, 나무 본연의 역활에만 충실해서 인간들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쏴아~ 쏴아~ 마치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를 연상케 하는 나뭇잎 

소리만 내면서요... 냉정하리만큼 인간사에 관여를 하지않지만 마치 인간들을  

비웃고 있는거 같은 시선이 느껴지는게 나무가 냉정한건가 인간이 어리석은건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돕니다. 틀림없이 오기와라 히로시의 필력때문이겠지요.  

굳이 나무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어도 상관없을법한 이야기들을 나무의 눈으로  

보여주고 나무의 귀로 들려주는 듯 합니다. 인간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같은데 섬뜩하게 느껴질정도네요. 

 

담담하게 진행이 되지만 살풍경한 모습과 비교적 수위가 강한 묘사가 이어지고  

시대도 수시로 바뀝니다. 그러나 <할매의 돌계단>처럼 따뜻함만이 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만화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의 에피소드를 보는거  

같은 느낌도 약간... 



오기와라 히로시의 팬인 분이라도 다소 낯설고 어색함을 느낄수 있는 소설입니다. 
재미로만 읽는 소설도 아닌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괜찮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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