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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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호~ 이 책 상당히 괜찮다. 본격 미스터리, 그것도 서양의 고전 본격 미스터리는 현재 팬이거나

  아니면 이 장르에 대해 최소한의 애정도가 있어야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라는

  편견아닌 편견을 저 멀리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나는 읽기는 하지만 팬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오는 일본 본격 미스터리에 밀렸다기보다는 시대적 유행(?)에 맞춰 사양(?)

  장르가 되버린 영미권과 유럽의 고전 본격 미스터리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향이 가볍게 흩날리고 딕슨 카의 분위기도 물씬 나고 현대적인 속도감도

  부족하지 않다. 본문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추리 소설 작가는 결말을 모르면 책을 쓸 수 없다.'

  맞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작가 폴 알테르는 첫 단어부터 마지막 단어까지 머리 속으로 모두

  정리가 된 상태로 책을 쓰기 시작한 거 같다는 거다. 이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자연스러

  운 전개 과정과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 중간중간의 방향 바뀜, 막바지의 의외성까지 깔끔함을 보

  여준다는 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고 쉽지도 않다는 거다.

 

  페이지 수도 적당한 분량에 등장 인물들의 관계도 전혀 복잡하지 않다. 밀실 살인부터 갖가지 트릭

 (마술적, 심리적 등등)이 나오고 전체 줄거리에 대한 트릭도 존재한다. 재미야 주관적이라 모든 독

  자들이 재밌게 볼 수는 없겠지만 고전 미스터리는 어렵다, 단순하다, 지루하다. 등등의 편견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현대적 고전인 책이다. 추리 미스터리의 팬이라면 그냥 도전해봐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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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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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 전체적인 느낌은... 굳이 데뷔작이라는걸 고려하지 않아도 상

  당한 수준이고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지는 글 솜씨를 보여 준다. 여성 작가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 들었고 작가의 지식과 그 지식을 뒷받침하는 사전 조사도 충분한 듯 보인다. 내용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맞춘 편이라 구성 안의 헛점이나 설정의 어색함, 문맥상 오류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

  았다. 다만, 일반 문학보다는 장르 소설을 더 많이 읽는 장르 소설 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다.

  독자가 책 전체적인 전개 방향에 어느 정도 감이 잡힐 때쯤이면 가볍게 머릿속에 그려보기 마련인 

  앞으로의 전개가 후반으로 갈 수록 거의 예상 범위 안에서 진행이 되며 무엇보다 큰 임팩트가 없다.

 

  그래서 초반부에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느껴버리면 중반, 후반에도 만회할 수가 없지 싶다. 또, 등

  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정형화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하자면... 여느 드라마, 여느 영화, 여

  느 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의 나열... 이라고 할까... 몇 년 전에 읽었던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와도 비교해볼 수 있는 '수' 와 관련한 흥미로움과 그에 따른 복선, 비교적 쉽게 쉽게 잘

  넘어가는 페이지 터닝은 좋지만, 뒤로 갈 수록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작가가 공들여서 쓴 책을 놓고 내가 잘 썼다~ 못 썼다~ 한다는 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난 외국

  소설이라고 무조건 칭찬하고 국내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무조건 까는 참으로 희한한 독자가 아니다.

  물론, 반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국내 소설이라고 무조건 환영하지도 않는다. 소설, 특히 장르 소설

  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선영 작가의 데뷔작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하고 주위에 권해

  도 욕은 먹지 않을만한 소설이다. 국내 작가의 장르 소설 중 이만한 수준의 책 만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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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7퍼센트 용액
니콜라스 메이어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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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시(pastiche)라는 단어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데 의외로 괜찮다.

물론 이 소설이 괜찮은 작품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페스티시의 선입견을 거의 없애줄 정도다.

   셜록 홈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못해 실존 인물로까지 대접 받는 이 캐릭터를, 원작의 느낌을

   거의 훼손시키지 않은 채로 거기에 더해 새로운 캐릭터의 느낌까지 받을 수 있게 하다니...

 

   발상이 상당히 독특하다. 엄연히 가상 인물인 홈즈와 왓슨 콤비를,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정말로

   실존했던 인물들 아닐까 의심하게 될 정도다. 정말 실존 인물인 프로이트가 나오니 더 헷갈린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셜록 홈즈의 캐릭터와 같이 원작에 보다 충실했지만, 그 점이 오히려 우리

   기억 속의 홈즈와는 더더욱 동떨어져 버린 거 같은 홈즈... 홈즈 일생 일대의 맞수 모리아티 교수

   도 나오고 홈즈의 가족들도 나온다.(난 처음 접한 정보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깜짝 놀랄만한 카

   메오의 출연도 있고 후반부로 갈 수록 원작과는 다른 또 다른 원작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미국 극작가 니컬러스 메이어의 1974년 작품으로 가장 많은 추천표를 얻었다. 홈스가 코카인 ‘7% 희석액’을 투입했다는 원전의 설정을 가져온다.

홈스의 코카인 중독을 보다 못한 왓슨이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유명세를 타던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에게 치료를 의뢰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에 각인되어 있는 셜록 홈즈의 이미지 그대로를 가지고  

현재 홈즈 매니아가 아닌 독자들의 기억

   이 책을 읽으면 시작부터 상당히 어리둥절할 가능성이 많다. 깔끔함, 신사, 초인적인 추리 능력

   이런 생각... 다 지워 버리고 읽어야 된다. 원작을 많이 알면 알 수록 재미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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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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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공포는 현실속에 있다"... 이 철저하게 미친듯한(욕이 아니라 어찌보면 찬사입니다)

   작가가 한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 아무리 황당하게 보이는 영화 속, 드라마 속, 소설 속 이야기도

   뉴스에 나오는 현실의 이야기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죠... 다만... 현실은 우리가 직접 눈으 

   로 피부로 접하게 되는 일이 거의 없고 대중매체 속의 이야기는 더 선정성 위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 엽기적이고 더 잔인하다 생각하는 것 뿐이죠. 이 책이 현실적인 선정성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표제작 <남의 일>을 포함해 총 14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은 정말 무섭도록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현대 사회 그 자체의 이면과 솔직함을 보여줍니다.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닌가?... 라는 말이 나오게...

   첫 머리 작품인 <남의 일> 단 한 편의 제목과 내용이 이 단편집 전체 모습을 그대로 설명해 줍니다.

 

 [ 자동차 사고가 난 남,여 그리고 꼬마아이... 벼랑 끝에 추락 직전인 차 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구조를 요청해 보는데...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한 남자의 말소리...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좀... ]

 

   아... 이 작가...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의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도 약간

   이유모를 거부감이 드는 편이지만 이 작가는 아에 대놓고 "거부할테면 거부해봐~" 라는 글이네요...

 

   상세하고 예리한 묘사야 원체 면역이 되서 그러려니 하지만... 이건 상황 설정에서부터 뚜껑 열리게

   만드니... 이거 원... 난도질과 행위 자체에 대한 묘사도 그렇지만 사람의 보이지 않는 악한 마음 속

   을 상세 묘사해 보여주니 더 엽기적이고 더 변태스럽고 더 난감합니다... 그러면서 계속 읽게 만드는

   이 짜증나는 묘한 몰입감에 희한한 흡인력...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진짜 지옥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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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잠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 전집 1
레이먼드 챈들러, 박철범 옮김 / 나무그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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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쓸쓸한 사나이, 고독하고 더럽고 비열한 사나이... 너무나 구식인 로맨티스트이자 둘도 없는

정의로운 사나이이자 비겁함도 마다않는 냉혈한... 그 사나이만큼이나 어두운 도시와 거리...

 

물론 현대의 장르 소설에도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은 차고 넘치게 많습니다만 중요한건,

그런 소설 거의 대부분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겁니다. 거기다가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필립 말로의 자손, 후계자, 심하게는 짝퉁이라 해도 될 정도죠.

 

이런 분위기, 이런 주인공이야말로 지금까지도, 아니 분명히 아주 먼 미래까지 레이먼드 챈들

러의 글이, 문장이, 책이 남아있을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필립 말로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탄생

시켰고 레이먼드 챈들러만이 숨을 쉬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드보일드의 진정한 선구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탐정 추리 소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코난 도일셜록 홈 

 아가사 크리스티포와로, 미스 마플로 대표되는 영국식(?) 추리 미스터리와 대실 해밋

(대표작 <말타의 매>), 로스 맥도널드(<위철리가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로 대표되는 상세

한 묘사와 냉소적인 분위기, 트릭보다 사건의 현재 진행을 더 중시하는 하드보일드로 말이죠.

 

리뷰가 어째... 책에 대한게 아니라 작가나 하드보일드에 대한거 같은데... 실은 의도한겁니다.

챈들러의 장편 소설이야 번역본만도 여러 번 나왔었고 이 책의 정말 좋은 리뷰도 이미 다른 분 

들이 많이 썼기 때문에 어설픈 리뷰보단 차라리 나같이 챈들러와 하드보일드를 잘 모르는 독자

들에게 소개하는 쪽으로 쓰자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조금만 이 책 <깊은 잠>에 대해 소개하 

자면... 음... 최근에 읽었던 현대판 레이먼드 챈들러라 할 수도 있는 데니스 루헤인<신성한

관계>와 비슷합니다. 그 분위기와 기본적인 구성이 비슷한거니까 지레짐작은 안 해도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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