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오츠 이치'는 열일곱 살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란 책으로 데뷔해서 맹활약하고 있는

지금도 젊은 작가군에 속하며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작가입니다. 



이 책은 100페이지 내외의 중편 두 편으로 구성됐으며 전체적으로도 아주 얇습니다. (양장) 

제목 "베일"은 책 제목일뿐 같은 제목의 작품은 없고 수록된 두 편의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천제요호>

기존 작품의 분위기와 비슷한 면이 있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는 어린 소년 '야기'는 심심해서

시작한 [코쿠리 상](소환술) 놀이로 영혼을 불러내고... 이후부터 쿄코가 바라본 야기의 모습,

야기가 쿄코에게 남긴 편지, 두 가지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 싹트는

동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미묘한 감정을 깔고 적당히 으스스한 분위기와 미스터리함까지... 


<A MASKED BALL> 그리고 화장실의 '담배' 씨 나타났다 사라지다

금지된 흡연을 위해 학교내에서 인적이 드문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한 소년 '우에무라' 

어느 날부턴가 그는 알게 됩니다. 그 화장실을 사용하고 드나드는게 자신만이 아니라는걸요.

이유는 정체모를 이들의 낙서. 그때부터 그를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이 화장실 벽에 낙서로

인사나 신세한탄, 불만사항, 같은걸 끄적이는 일상이 펼쳐집니다. 서로 정체는 모르는체...  

학원 추리물같은 냄새도 나고 괴담물스런 냄새도... 어찌보면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 냄새도...


국내에 가장 최근에 나온 신작 <베일>... 오츠 이치가 점점 히가시노화(?) 되는 듯 합니다.

물론 오츠 이치와 히가시노는 글의 분위기, 스타일이 조금도 비슷하지 않고 아주 다릅니다.

히가시노는 어찌 보면 만능(?)이고 오츠 이치의 글은 딱 잘라 설명하기 힘든 어둠이 깔려있죠.

그럼 '히가시노화' 라는건 무슨 말이냐... 이제 오츠 이치의 책도 잘 골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말 많은 작품 수를 자랑하는 히가시노의 특징중 하나는 작품의 호불호가 심하다는 점이죠.

저도 한때는 나오는 족족 읽었지만 지금은 좀 여유를 두고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편입니다.

그의 많은 작품이 읽기 편하고 재미도 있는 편이지만 간혹 정말 아니다 하는 책도 있습니다. 


오츠 이치도 히가시노정도는 아니지만 이미 많은 수의 작품이 출간되었고 출간되겠지요.

이 책 <베일>... 오츠 이치가 최근에 쓴 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네요. (현지 출간일은??)

수록된 두 편 모두 장르적인 정체가 매우 불분명하고 내용상의 설명은 무척 불충분합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됐겠지만... 꼭 그 것만은 아닐거 같습니다.

 
단순히 나한테는 재미가 없다. 가 아니라...(물론 모두에게 재미있는(재미없는) 책은 없습니다)

많이 아쉬운 작품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히가시노의 두 번째 <백야행>을 기대하는거 처럼

오츠 이치의 두 번째 세 번째 <ZOO> <GOTH>를 기대하는 독자의 불만이자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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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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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어찌 보면 참 간단하고 단순한 제목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실겁니다.(안 하실 분도 있겠지만)  제목 한 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구요. 
  
이 책은 200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과 마지막까지 수상을 다투었던 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본격 추리물이지만 여타의 본격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보통 본격 추리물은

몇 가지 정도 정해진 공식 비슷한게 있습니다. 클로즈드 서클, 밀실 살인, 트릭, 탐정,

의외의 범인, 등등... 내용은 다 다르지만 대체로 이 공식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의외의 범인과 그 범인이 행한 살인 방식, 그리고 그걸 숨기는 트릭까지

시작하자마자 보여줍니다. 조금의 속임도 없이 적나라하게... 그렇다고 서술 트릭도 아닙니다.

왜 그런걸까요?? 그건...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왜' 에 이 책의 모든게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힌트를 더 드린다면 바로 제목!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왜 '아직' 닫혀 있을까요??...


[대학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일곱 명의 남여가 몇 년만에 그중 한 명의 펜션에서 모입니다. 

오랜만에 만나지만 가벼운 동창회 분위기이구요. 그런데 바로 그 날... 한 사람이 죽습니다.]


죽인 사람도 죽은 사람도 저 일곱 명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구요.

문제는 범인의 행동, 안 그래도 되는걸 굳이 범행 장소를 완벽한 밀실로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서부터 독자의 궁금증과 의심은 시작됩니다.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압니다. 범행 수법도...

그럼... 대체 작가는 무얼로 독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주고 흥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건 탐정역을 맡은 한 사람이 나서면서부터 해결이 됩니다. 이때부터 두뇌싸움이 벌어지죠.

그 문은 여전히 닫혀 있습니다. 탐정은 범행 현장은 물론 피해자의 모습도 아니... 심지어는

피해자가 어떤 상황인지도(살아있는지, 사곤지, 살인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본격 추리에 걸맞는 내용이 흥미를 더하며 진행이 됩니다. 정황 추리, 부자연스러운 점의 지적,

그 문이 열리지 못하게 하려는 범인과 그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탐정,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과 머리까지 바쁘게 움직입니다. 비교적 어려운 진행도 아니고 템포도 빠릅니다.

 
본격 추리로서는 그리 나쁘지... 비교적 괜찮습니다. 딱히 흠잡을만한 부분도 눈에 띄지 않구요.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느꼈을걸로 생각합니다. 범인의 동기 부분... 어색합니다...

뭐...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해도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특히나 두 주연들의 사랑 싸움(?)이

너무나 작위적인 냄새가 납니다. 그래도 평범한 일반인 설정인데... 그 태연함은 정말...


각각의 캐릭터가 너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점과 범행 동기의 어색함을 빼면 비교적 잘

쓰여진 책입니다. (저한텐 탐정의 추리와 결정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서 비교적입니다) 

후기를 보니 탐정역을 맡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미 시리즈화 된거 같은데,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못 하면서도 다음 작품을 꼭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무슨 이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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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4
이종호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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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찾아왔습니다. 벌써 4년~ 이제 매년 이맘때면 당연한 듯 기대하게 되고

당연한 듯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군요.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네 번째  

역시 이번 4편도 모두 열 편의 입맛 당기는 단편들을 각기 다른 요리사(?)가

각기 다른 재료와 다른 레시피로 중무장해서 독자들을 위해 상을 차려줍니다.

여기서 그 맛을 다 설명드릴 수는 없고 독자 개개인의 입맛도 다르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향과 이러이러한 맛이 나더라~ 정도로 아주 약간의 소개만... 

 

 

<첫 출근> 장은호

첫 번째 편이라 그런지 그 배경이 조금은 낯설었습니다. 아무 배경 설명이 없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방식과 그 본론의 급진행, 가까운 미래가 배경같 

현재 사회 모습이 오버랩되는 어색함과 익숙함, 강렬함은 조금 아쉬운...

 

<도둑놈의갈고리> 김종일

매 편 작품을 수록하는 한국 공포물의 대가(이제 이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가...)

이 단편과 아래 이종호 작가의 단편은 얼마 전 네00 오늘의 문학에 선공개되어

네00 역대 최고 조회 기록을 세웠답니다. (두 분은 그저 많이 내 주시기를...)

 

한 여인의 조용한 독백으로 진행됩니다. 한 남자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마지막까지 조용하고 진중한 독백은 이어지고...(가장 담담하고, 가장 현실적인)

 

<플루토의 후예> 이종호

처음 제목을 봤을때 sf 를 떠올렸습니다... 만 실상은 고양이와 한 소년의 이야기

다소 익숙한 설정이라는 점이 조금 그랬지만... 감정의 묘사가 참 괜찮았습니다.

결말 부분에 약간의 임팩트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읽는 재미는 쏠쏠~

 

<폭주> 황태환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지구 멸망(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8시간~

익숙한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서로 구해주고 살려주고 부둥켜 안고 했겠지만...

진짜 이 상황이라면 이런 일이(더한 일도) 얼마든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던... 

 

<불귀> 우명희

세 여인(?)에 대한 이야기. 고부간의 스트레스, 갈등, 연민, 동정, 그리고...

전형적인 한국형 공포물,(전설의 고향류) 무언가가 스물스물 다가오는 듯한...

 

<도축장에서 일하는 남자> 유선형

어느날 눈을 떠보니 정체를 알 수없는 장소, 거기에 정체를 알 수없는 작업장

잔인한 살육의 풍경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낸 다소 비현실적인 배경과 설정,

풍경과 묘사의 수준에 비해 그 설정이 약간 애매모호한 점이 조금은 아쉬었던...  

 

<더블> 최민호 

기본 설정은 도플갱어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설정으로 더욱 세세하게

그것의 내면을 파고들어갑니다. 도플갱어가 그림자라면 더블은 바로 나 자신~

 

<배심원> 김유라

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합니다. 그 어떤 의미도 없이 벌어지는 폭력!

위의 <도둑놈의갈고리>도 마찬가지지만 온라인의 가장 무서운 점이 이런거죠.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 '남이 하면 무조건 불륜' '일단 닥치고 몰아 붙이기' 등등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집단 행동이 온라인상에선 너무나 쉽게 일어납니다.

집단아닌 집단의 무자비하고 잔인한(가해자들은 잘 못 느끼는) 글 폭력의 현실성.

 

<행복한 우리 집에 어서 오세요> 권정은

본문에서 좀비란 표현은 안 나오지만 읽을수록 좀비 맞더군요.(조금 달랐으면...) 

그 어떤 이유나 설명없이 창궐한 그들, 그들 중의 하나가 된 내 남편, 내 아버지...

그런 남편에게 집착하는 어머니, 보다 현실적인 아들과 딸... 이들의 선택은??

(내용과 제목의 아이러니함~ 4편의 부제를 이걸로 했었으면 하는 생각이...)

 

<배수관은 알고 있다> 전건우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편으로 아주 괜찮았습니다. 홀로 된 남자의 심정과 괴현상,

거기에 미스터리까지 가세한 상황 설정, 한 가지의 사건뒤에 감추어진 또 하나...

세세한 설명이 없으면서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따라잡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4편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정신없이 읽은거 같습니다.

읽을땐 별로 안 느껴지던게 글로 정리하려니 느껴지는군요. 흡인력과 가독성

읽는 재미, 그리고 부재료의 다양함은 전작들에 결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연 주재료는 공포, 거기에 SF, 좀비, 가상세계, 재난(?), 귀신, 미스터리까지~

전작들과 다른 점을 굳이 찾는다면... 보다 현실적인 문제와 사회성(현재의)짙은

주제를 다양함속에 버무렸다는 것. 그리고 신진 작가들의 세련된 업그레이드...

 

또 굳이 찾은 단점... 이라기보다는 아쉬움, 이런게 들어가 있었으면~ 하는 점은

1편의 <모텔 탈출기> <들개> <일방통행> 2,3편의 <벽 곰팡이> <길 위의 여자>

<스트레스 해소법> <통증>처럼 아이디어와 강렬함, 충격의 한 방 한 방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거의 모든 단편은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위의 바람은 아무래도 제 개인적인 취향이겠지요. 처음 1편을 봤을때의 그 맛!! 

이 단편선 시리즈는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4편이면 뭐...)

이제는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활도 역활이지만 기존 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역활도 하고 있습니다. (장편도 어여)

 

2009년 여름에도 또 한 번의 배부름을 느끼며, 2010년에는 어떤 맛을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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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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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분위기의 표지에 더 기묘한 분위기의 내용...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오타 다다시'의 본격 기담 연작 단편집입니다. 마치 일본 TV드라마를 쭉 이어서 보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기담이라고 해서 완전 오싹하고 무섭고 잔인하고...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설정도 그렇고 전개도 그렇고 약간 신기한 경험담을 듣고 들려주는 분위기입니다. 모두 일곱 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됐으며 모든 이야기는 마지막을 위해 중요한 역활을 합니다.

기담을 구합니다!

직접 겪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상당액의 보수를 드립니다.

다만 심사를 통과할 경우에 해당합니다.

 
신문에 난 위의 문구와 같은 광고를 보고 신기한 이야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들려줄) 사람을 찾아갑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기담을 들려주기에 걸맞은 곳입니다. 

[strawberry hill] 이라는 이름의 술집을 찾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에비스 하지메' 라는 이름의 다소 현실성을 벗어나 있는거 같은 외모의 한 남자와 그의 조수로 보이는 '히사카' 란 이름의 성별조차 구분하기 힘들고 에비스 이상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입니다. 

이야기의 진행은 모든 단편이 비슷합니다. 이야기를 들려줄 인물에 대한 설명이 잠시 나온 후 그 인물이 어렵사리 술집을 찾고, 에비스와 히사카의 묘사와 소개, 본격적인 기담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끝낸 후 에비스의 감탄, 뒤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히사카의 홈즈 뺨치는 반박 추리~ 

묘사가 잔인하고 표현 수위가 높은 책도 문제없이 보는 타입이라 조금 심심한 느낌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묘사와 표현 수위가 아니라... 제목과 분위기 자체는 본격 기담 스타일인데 오히려 내용은 일상 추리에 가까운 내용이라는겁니다. (홍보의 방향이 조금 어긋났단 생각도...) 

또 다른 단점은 두 번째 이야기부터는 그 전개 방식을 누구나 알 수 있게끔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쓸데없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고  조금은 지루하다고까지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특집 드라마 형식이라면 그 방식이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이건 책입니다. 각 단편이 비교적 짧은 편인데 이 방식때문에 더 짧게 느껴지니 이건 틀림없이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괜찮은 내용이며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술술 넘어가는 내용에 흥미를 끄는 기담(비슷한 이야기)... 그 기담보다 더 진짜 중요한 내용인 히사카의 놀라운 통찰력과 헛점을 파고드는 냉철한 추리, 중심에 버티고 있는 에비스의 존재감, 특히나 앞서의 여섯 가지 이야기를 모두 활용하여 새로운 한 편의 이야기(이건 기담)를 만든 마지막 단편은 위의 모든 단점을 별 신경 안 쓰게 느낄정도로 마음에 들더군요. 

아찔한 충격을 주는 공포 분위기의 기담이 아니라 아기자기(?)하고 듣는(읽는) 재미가 있고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묘한 느낌의 책~ 이 작가의 이름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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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괴환상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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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 환상, 그리고 음울... 이 정상(?)적이지 않은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작가가 에도가와 란포말고 또 있을까요? 기이하고 음침하고 불안하고 괴상하고... 그렇다면 에도가와 란포가 공포와 호러 전문 작가였나? 아니죠~ 절대 아닙니다. 일본 추리 미스터리 소설의 원류, 원조, 아버지, 라고 불리우는 대작가입니다. 

거의 한 세기 전에 쓴 작품들이라곤 믿기지 않는... 물론 요즘 소설과 비교하면 약간은 촌스럽고 전체 내용면에서 조금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꼭 그 당시의 배경이라던가 시대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통적인 탐정이 나오는 본격 추리와 기발하고 소소한 재미가 돋보이는 트릭류, 인간과 인간관계의 비뚤어진 욕망, 본성, 광기, 집착을 놀라운 상상력에 더해 괴기스럽고 끈적끈적하고 뭔지 모를 찝찝함을 주는 사회물까지...  

란포의 수 많은 작품중에선 특히나 인간의 내면을 건드리는 그런 작품이 좋은평을 받고 있고 재미도 더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하고 더럽고 괴롭고힘들어서 이제 그만 봐야지~ 하고 덮고 싶습니다... 만 나도 모르게 페이지는계속 넘어가고 있고 또 어느 사이에 다음 단편을 읽게 되고 맙니다. 그러다 혹시... 나에게도 이런 광기, 이런 욕망이 있진 않은지 고민에 빠지기도...  

사실 란포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서 미스터리 북에서 <음울한 짐승>과 <외딴섬 악마> 두 권이 나와 있죠. 그중 <외딴섬 악마>는 장편이라 이 단편집엔 빠졌고 <음울한 짐승>에 실려있는 전체 10편 모두가 이 전단편집에 골고루(1권에 4편, 2권에 2편, 3권에 4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동서판은 비교적 예전판이고 (호불호가 있겠지만)번역도 옛것의 향이 너무 진하게 남아있어 같은 작품을 읽는건데도 세세하게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전단편집 1권은 본격 추리 단편 22편이 실려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1권에서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단편들은 2전짜리 동전(2전 동화), D언덕의 살인사건, 그리고 심리실험이었습니다. 트릭도 수준급인데다 논리적인 면이 독창적입니다. 1권은 본격 추리라는 부제에 맞게 란포 특유의 비정상적이고 다소 엽기적인 분위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기본(트릭)에 충실한 단편이 많은 편이구요. 

3권도 1권과 마찬가지로 22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그중에는 미완성작인 작품, <공기 사나이> <악령> 두 편도 있습니다. 이 두 편은 너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몇 편은 이미 읽었던 단편이고 22편 거의 전부가 마음에 들었던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란포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단편은 3권에 많이 포함됐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인간 의자>와 <고구마 벌레>(배추 벌레) 이 두 편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단편도 그런 분위기가 풍기지만 이 두 편은 그야말로 그로테스크와 호러의 극치라고 할만합니다. 란포 이 작가는 대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어쩔땐 작가는 틀림없이 사디즘에 빠진 변태주의자가 맞을꺼야...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현실을 독자에게도 철저하게 보여주고 경험하게 합니다. 마치 내가 작중 인물이 된 듯한...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손으로 만지고 내 혀로 맛보고... 그러면서 거기서 쾌감을 얻으며 무서움과 오싹함과 즐거움을...  

그 외의 단편중에는 <붉은 방> <벌레> <방공호> <거울지옥> <메라 박사> 등이 상상력을 극대화한 기괴한 분위기와 섬뜩한 상황으로 독자의 오감을 자극합니다. 요즘 나오는 공포, 호러물처럼 선혈이 난무하고 잔인함이 넘쳐 흐르는게 아니라 잠을 자고 있고 꿈을 꾸는 와중에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 를 아는 상황, 그 상황에서 내 발목으로 허리로 등으로 목덜미로 뭔가가 올라오고 있는 느낌을 받는데 내 몸은 꼼짝도 할 수없고 그 무언가는 점점 내 눈 밑까지 다가오는 느낌, 이 느낌을 넘어서는 기분 나쁨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란포가 자신의 싸인을 해줄때 함께 써주었다는 문구입니다. 꿈속에서 사는 작가, 현실을 걸어가며 꿈을 꾸는 작가, 100여 년 가까운 세월동안 아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그의 작품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저 문구에... 이 전단편집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작가의 작품 해설이 후기로 실려있습니다. 작품의 이해도를 돕는 동시에 작가의 실제 모습도 어느 정도는 알 수가 있지요. 

일본에서 란포는 국민적인 작가입니다. 그의 수 많은 작품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어지고 영화화가 되고 드라마, 연극, 만화, 심지어 게임으로 만들어집니다. 1권과 금방 나올 2권에 수록된(본격 추리) 작품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라면 3권(괴기 환상)에 수록된 작품들은 에도가와 란포의 속내라고 할 수있습니다. 

무덥고 찝찝하고 잠 못 이루는 여름엔 기괴하고 환상적이고 음울하고 오싹한, 꿈을 꾸고 있는지 깨어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 란포 지옥으로 빠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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