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 푸른역사 주니어 2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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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은 날마다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이웃 나라들이 있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시리아, 라오스, 에리트레아 같은 지역은 전쟁과 분쟁 속에서 어린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요.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는 바로 이런 세계 곳곳의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입니다. 단순히 교과서처럼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편지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한 현실을 전해줍니다.

책장을 펼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지도입니다. 좁은 땅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분쟁의 흔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전차와 탱크를 바라보며 자라야 하는 현실, 학교와 병원이 폭격으로 무너져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 되어버린 일상은 독자의 가슴을 깊이 울립니다. 아이들이 보내는 편지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언젠가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소망이 간절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절로 다짐하게 됩니다.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라오스에서 온 편지에서는 또 다른 아픔이 그려집니다. 이미 오래전에 끝난 전쟁의 흔적이 아직도 아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땅속에 묻힌 폭탄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아이들이 뛰놀던 마을 곳곳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놀아야 할 아이들이 폭탄을 가지고 노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독자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책은 단순히 슬픔에 머물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세계 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 해답은 분명합니다.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라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에리트레아와 시리아에서 온 편지에서는 난민들의 고단한 삶이 담겨 있습니다. 결혼식마저 전쟁의 위협 속에서 치러야 하는 현실, 고향을 떠나 난민 캠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은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스쳐 지나가던 장면들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다시 전해질 때, 그것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다가옵니다. 어린이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단순한 사건으로 설명하지 않고, ‘사람’과 ‘아이들’을 중심에 둡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훨씬 더 마음 깊이 다가옵니다. 전쟁이란 결국 정치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마음에 남는 부분은 아이들의 꿈입니다. 어떤 아이는 평화롭게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폭탄 대신 공을 차며 뛰어놀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당연해야 할 꿈이지만, 그들에게는 아직도 멀고도 어려운 현실이지요. 이 소박한 바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나는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는 단순히 해외 분쟁을 알리는 책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가 세계시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묻게 하는 책입니다. 작은 관심과 연대, 그리고 꾸준한 목소리가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이들의 편지는 우리에게 간절히 외칩니다. 더 이상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지도를 함께 그려가자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되뇌게 됩니다.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가 이루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책이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세계시민 교육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공감과 연대의 마음을 배운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책 속 아이들의 목소리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며, 그들의 소망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다짐하게 합니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 펼쳐진 지도를 바라보며 다시 다짐합니다.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하는 길만이 우리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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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 푸른역사 주니어 1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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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세계 여러 나라의 현실을 통해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이해하고, 평등과 존중이라는 가치를 배우도록 돕는 책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지도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단순히 세계사를 배우는 교양서가 아니라, 인권과 평화, 공존을 주제로 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책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첫 번째 편지는 미국에서 온다. 보통 우리는 미국을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배우지만, 이 책은 그 뒤에 가려진 원주민의 아픔과 흑인 노예 제도의 상처까지 함께 보여 준다. 미국 독립의 영광 뒤에 누군가는 땅을 잃고, 자유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역사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이런 역사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보여 주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두 번째 편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야기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제도적 차별은 오랫동안 사람들을 나누고 억눌렀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처럼 용서와 화해를 선택한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평등의 길이 열릴 수 있었다. 이 장면을 읽으며 독자는 ‘진짜 평등은 법과 제도가 바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의 마음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그 깨달음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전달한다.

세 번째 편지는 이란에서 전해진다. 종교적 이유로 여성들이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현실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동시에 충격을 준다. 자유롭게 웃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단순히 억압의 문제만 강조하지 않고, 문화적 배경을 함께 설명해 주어 편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이끈다.

네 번째 편지는 베트남의 소수 민족에서 온다. 관광지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그곳에는 자신들의 언어와 전통을 지켜 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의 웃음을 ‘햇빛춤’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는 대목은 특히 인상 깊다. 작은 이름 속에도 존중과 사랑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며, 독자의 마음까지 환하게 비춰 준다. 이 순간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이라는 제목이 다시 한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슬픔과 상처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와 연대는 책의 모든 편지 속에서 흐르고 있으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책이다.

또한 지도와 삽화는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세계 지도를 따라가며 각 편지를 만나는 경험은 ‘나와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같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이웃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 지도 위의 작은 점 하나가 곧 누군가의 삶이며, 그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결국 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어떤 세상을 꿈꾸니? 차별이 계속되는 세상일까, 아니면 평등이 자리 잡는 세상일까?”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이 질문은 오래 마음에 남아, 스스로 답을 찾도록 만든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으며, 특히 교실에서 함께 읽고 토론한다면 교육적으로 큰 의미를 줄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상의 지도는 경계와 차별로 나눠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위에 평등과 존중의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바로 그 다리를 놓는 첫걸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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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 - AI를 도구를 넘어 무기로 만드는 질문의 힘
박용후 지음 / 경이로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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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성된 이미지생성된 이미지https://img.freepik.com/premium-vector/thinking-man-with-question-mark-man-thinking-looking-up-brainstorming-silhouette_690577-1116.jpg?w=740https://thumbs.dreamstime.com/b/digital-connection-concept-glowing-network-question-mark-symbol-360583086.jpgAI가 우리 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금, 인간이란 존재의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됩니다.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책입니다. 기술을 어떻게 다루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독자는 단순히 지식 전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강렬한 질문을 마주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질문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마지막 무기”라고 강조합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내놓을 수 있지만, 새로운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는 못합니다. 반면 인간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유할 수 있고, 그 질문이야말로 창조적 사고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훈련하고 체화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는 결국 질문을 통해 인간이 주체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강하게 일깨웁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관점’이야말로 인간다움의 핵심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각자가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고, 그 차이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저자는 거듭 강조합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관점의 고유함은 복제할 수 없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결국 질문과 관점이 결합될 때 우리는 기술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사고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메시지가 또렷하게 전해졌습니다.

책은 또한 사고의 안락함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AI가 대신 답을 찾아주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질문을 덜 하고, 생각은 점점 굳어지기 쉽습니다. 저자는 오히려 낯설고 불편한 질문을 마주해야만 우리의 사고가 확장된다고 말합니다.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마찰을 경험하는 순간에 비로소 깊은 통찰이 생긴다는 그의 설명은, 개인적으로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단순히 철학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고 훈련을 위한 실질적인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책 속에는 질문을 기록하고 되새길 수 있는 노트 형식의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독자가 읽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유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일방적 독서가 아니라 대화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다른 자기계발서와도 뚜렷이 구분됩니다.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는 바로 이런 ‘실천 가능한 사유의 기술서’로서 특별한 가치를 가집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오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무엇이었나?”라는 물음이 남았습니다. 단순히 정답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질문을 통해 사고를 이어가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기술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삶의 방향을 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됩니다.


총평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는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되찾기 위한 사고의 안내서입니다.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사고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질문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관점을 통해 차별성을 갖추며,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용기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결국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사유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청으로 귀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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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 - 분열의 정치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시간 서가명강 시리즈 41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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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강원택 교수의 『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는 단순히 정치사를 기록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게 만드는 정치적 경고장과도 같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느껴지는 긴장감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을 되돌아보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저자는 한국 민주주의가 겪어온 지난한 여정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쉽게 위기에 놓일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치열하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읽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민주주의가 결코 완성형의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1987년의 체제 전환을 통해 마치 새로운 민주주의가 굳건히 자리를 잡은 것처럼 여겨왔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균열이 생기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읽다 보면, 민주주의가 단순히 과거의 성취가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관리되고 보완되어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지점은 분열과 양극화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얼마나 위태롭게 만드는가이다.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면, 상대를 설득하고 협력하는 정치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상대를 적대시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언어가 넘쳐난다. 저자는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가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시민들을 냉소와 무력감에 빠뜨린다고 진단한다. 단순히 이념의 차이나 정당 간의 경쟁을 넘어서, 사회 전체를 두 갈래로 갈라놓는 적대적 구도가 굳어질 때, 민주주의는 더 이상 시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책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저자는 정치 제도의 개혁이나 헌법적 장치 못지않게, 정치 문화와 시민들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 있어도, 그 제도를 운용하는 정치인과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공허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결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제도와 문화, 그리고 시민의식이 맞물려 돌아갈 때 유지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또한 이 책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고민을 제시한다.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것을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만 민주주의가 다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탓하거나 상대의 책임으로 돌리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냉정하게 문제의 근본을 바라보고 새로운 합의와 상상력을 통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점은 ‘민주주의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를 선거라는 절차와 동일시하거나, 정치인들이 다루는 전문적 영역으로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껍데기에 불과하며,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결국 시민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요구하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살아난다고 말한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민주주의적 태도를 실천하고 있는지 되묻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니,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이 거창한 정치적 사건이나 대규모 개혁의 순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남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타협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길을 찾아가는 작은 습관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여전히 깊은 갈등과 분열의 그늘 아래 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다시 설계할 기회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무겁지만 희망적이다.

『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는 한국 현대정치의 굴곡진 역사와 민주주의의 성취를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며, 그것을 지켜내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사실. 이 책은 그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진실을 다시금 환기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민주주의의 주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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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케어 - 감정 치유 다섯 단계 REACH
백명 지음 / 포르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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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셀프 케어』(백명 지음) 리뷰

백명의 *『셀프 케어』*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 현대인에게 마음을 돌보는 다섯 단계의 실천을 제시하는 책이다. 단순히 마음을 다독이는 차원이 아니라, 불안을 인식하고 관찰하며, 받아들이고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치유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책을 읽으며 ‘셀프 케어’라는 말이 단순한 자기 위안이 아니라, 치유와 성장을 향한 구체적 훈련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불안과 직면하는 용기

책의 첫 장은 “마음 깊은 곳에 숨은 불안과 마주하기”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사소한 상황에서도 불안이 증폭되어 일상을 방해했던 과정을 담담히 고백한다. 예를 들어, 가족의 안전에 대한 과도한 걱정, 사랑하는 이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의 불안 등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일상 속에서 작은 불안을 키워 크게 느끼는 순간들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불안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첫 걸음”이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 REACH 다섯 단계의 힘

책의 중심은 REACH라는 다섯 단계, 즉 Recognize(알아차리기), Empathize(공감하기), Accept(받아들이기), Change(바꾸기), Heal(강해지기)다. 저자는 각 단계를 실제 경험담과 연습 방법을 곁들여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불안을 관찰하고,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점차 삶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특히 “감정은 흘러가는 것”이라는 구절은, 순간적인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그것을 지나가는 파도처럼 바라보라는 조언으로 깊은 울림을 주었다.


✦ 치유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지점은 감정 치유가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불안을 솔직하게 나누며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가 더 깊어졌던 경험을 들려준다. 배우자나 가족과 감정을 공유하며 상대가 이해하고 공감해 줄 때 불안이 완화되었다는 부분은, 나 또한 관계 속에서 치유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했다. 우리가 흔히 “셀프 케어”를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연결과 공감의 힘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 실천적 도구로서의 셀프 케어

책은 단순한 심리 에세이가 아니라, 구체적인 연습과 훈련을 담고 있다. ‘호흡에 집중하기’, ‘심호흡 숫자 세기’,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 등은 실제로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책을 읽는 중간중간 직접 따라 해보았는데, 특히 심호흡을 통한 불안 완화는 즉각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실천 과제들은 책을 단순히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생활 속에서 반복하며 내 것으로 만들도록 돕는다.


✦ 읽고 난 후의 여운

『셀프 케어』는 심리학이나 상담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경험과 연구에서 비롯된 깊이가 담겨 있다. 저자가 간호학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감정 치유 코칭을 해왔다는 배경은 책의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무엇보다, 불안과 우울을 단순히 ‘없애야 할 감정’으로 보지 않고, 나를 지켜주려는 마음의 신호로 이해하도록 이끄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덮고 난 뒤, 내 감정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기분이 들었다.


✦ 총평

이 책은 불안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에게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회복의 기술을 제공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기보다, 그것을 직면하고 이해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해준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나도 내 감정을 이렇게 돌볼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다. 『셀프 케어』는 자기 마음을 지키고 싶은 모든 이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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