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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 ㅣ 푸른역사 주니어 1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세계 여러 나라의 현실을 통해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이해하고, 평등과 존중이라는 가치를 배우도록 돕는 책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지도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단순히 세계사를 배우는 교양서가 아니라, 인권과 평화, 공존을 주제로 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책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첫 번째 편지는 미국에서 온다. 보통 우리는 미국을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배우지만, 이 책은 그 뒤에 가려진 원주민의 아픔과 흑인 노예 제도의 상처까지 함께 보여 준다. 미국 독립의 영광 뒤에 누군가는 땅을 잃고, 자유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역사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이런 역사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고 담담히 보여 주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두 번째 편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야기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제도적 차별은 오랫동안 사람들을 나누고 억눌렀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처럼 용서와 화해를 선택한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평등의 길이 열릴 수 있었다. 이 장면을 읽으며 독자는 ‘진짜 평등은 법과 제도가 바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의 마음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그 깨달음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전달한다.
세 번째 편지는 이란에서 전해진다. 종교적 이유로 여성들이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현실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동시에 충격을 준다. 자유롭게 웃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단순히 억압의 문제만 강조하지 않고, 문화적 배경을 함께 설명해 주어 편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이끈다.
네 번째 편지는 베트남의 소수 민족에서 온다. 관광지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그곳에는 자신들의 언어와 전통을 지켜 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의 웃음을 ‘햇빛춤’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는 대목은 특히 인상 깊다. 작은 이름 속에도 존중과 사랑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며, 독자의 마음까지 환하게 비춰 준다. 이 순간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이라는 제목이 다시 한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슬픔과 상처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와 연대는 책의 모든 편지 속에서 흐르고 있으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책이다.
또한 지도와 삽화는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세계 지도를 따라가며 각 편지를 만나는 경험은 ‘나와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같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이웃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 지도 위의 작은 점 하나가 곧 누군가의 삶이며, 그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결국 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어떤 세상을 꿈꾸니? 차별이 계속되는 세상일까, 아니면 평등이 자리 잡는 세상일까?”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이 질문은 오래 마음에 남아, 스스로 답을 찾도록 만든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으며, 특히 교실에서 함께 읽고 토론한다면 교육적으로 큰 의미를 줄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상의 지도는 경계와 차별로 나눠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위에 평등과 존중의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은 바로 그 다리를 놓는 첫걸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