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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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 여름, 2차세계대전 중인 그 때에 미국의 뉴잉글랜드의 명문 사립학교 데번에서 열 여섯 살의 학생들의 이야기다.

 

-마치 최면과도 같았다. 피니어스라면 무슨 일을 저질러도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약간은 질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단짝 친구라 해도 살짝 질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나가자, 친구피니가 부르면, 내 본성 전체가 반발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는 반항할 생각을 못하고 따라 나갔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뛰어났고 만나는 모든 이를 매혹했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이 기뻤다. 그는 내 룸메이트이고 단짝 친구니까.

 

피니어스와 진은 단짝친구다. 피니어스는 스포츠와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뛰어나고 매혹적이기까지하다.

영민하고 분위기를 주도하며, 쉽고도 자연스럽게 언제나 힘의 중심에 존재한다.

진은 그런 피니어스에 대하여, 나는 노력해도 가지기 힘든 것들을 선천적으로 획득하고 있는 피니어스에 대하여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지게 된다. 사랑하고 동경하지만 미움과 질투, 적개심이 그 자리를 계속 침범해간다.

피니도 자신의 수석졸업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 진은 피니에 대한 미움을 합리화할 근거를 마련하고.

 

-헤아릴 수 없는 희열, 앞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기대가 나를 덮쳐와서, 혹은 그저 아침이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아름다워서 크게 소리쳐 울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가기엔 내 안에 너무도 큰 증오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선배들이 뛰어내렸다는 교내의 큰 나무줄기에서 아래 강물로 뛰어내리는 클럽을 만들어서

그 여름 내내 나무에 오르곤 했다.

피니와 진은 그날도 나무에 오른다. 그리고 진은 피니가 서있는 나무줄기를 흔든다.

피니는 그 사고로 다시는 이전처럼 아름답게 걷거나 뛸 수 없었다.

 

-“이것 봐, 친구. 내가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네가 나를 위해 해줘야지.” 순간 나는 자신의 일부를 그에게 넘겨주는 기분이 들었고, 샘솟는 해방감 속에서 애초에 그것이 내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피니어스의 일부가 되는 것이.“

 

사고 후에 피니와 진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진다.

전쟁이 특별히 제외되어있던 데본학교 안으로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친구들은 또다른 선택을 하고,

그것은 각자의 인생을 전혀 새롭게 만들어간다.

 

어렴풋이 자신의 사고에 대해 진을 의심했던 순간에도 피니는 곧바로 사과한다.

결국 사고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피니는 진을 용서한다. “난 널 믿어

 

수술실로 가기 직전에 친구를 용서한다. 그리고 수술 도중에 심장이 그냥 멈춰버린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하게..골수가 혈류를 타고 심장까지 흘러가 막아버렸다고...

-하지만 스탠플 선생이 내게 그 얘기를 한 이후로 매일의 모든 순간 그는 내 곁에 있었다. 피니는 그처럼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없을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피니어스가 죽었을까? 나는 그가 스스로의 죽음을 허락했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원천 같았던, 생명의 아름다움의 구체적 표상같았던 피니어스.

그리고 역시 뛰어나지만 그 빛에 늘 가리워지고 결코 같은 부류일 수는 없는 진.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통과하는 청춘들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이글을 다시 쓰고 있는 지금 또다시 새록새록 그 아픔을 경험한다.

 

또 하나의 평범한 인간이 천재를 죽이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진의 모습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을까...

 

비슷한 코드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데미안이다. 에밀 싱클레어와 데미안

내가 청춘일 때 수백번 더 되뇌었던 이름들이다.

그리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나의 학창시절도 하나의 인물, 근본적 줄기로 요약된다.

내 딸의 학창시절은 자신을 깊이 신뢰하고 초연한 상태로 친구와 교재하며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리한 바람일까 싶지만 기도한다.

 

사건의 전개와 묘사가 마음을 옥죄어온다.

작가의 필력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때의 나무, 그때의 태양, 그때의 쌓인 눈

마음의 고통에 반하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데본 학교의 모습

그리고 잊지 못할 이름들이다.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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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
배수아 글.사진, 베르너 프리치 사진 / 가쎄(GASSE)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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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필름에 담고자 애쓰는 독일 영화감독과 엘에이에서 함께 보낸 일주일간의 여행기록-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순수한 잠'을 촬영한다는 것이 특별한 발상이다 싶었다.

 

이 책의 목차들을 보면 자유로우면서도 다정다감하고, 경쾌하면서도 즐거운,

그리고 젊고 일상적인 여행을 상상할 수 있었다.

--LA 공항에서...선셋 대로...지진...여행지의 아침식사...모하비 사막에서....나무딸기 잼...황금색 드레스...--등등의 제목들이 나도 함께 가고싶다는 설레임을 준다.

그러나 이 여행은 특별한 여행이다.

 

 -자는 남자와 나는 최근 5,6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촬영여행을 떠나곤 한다. -

이렇게 잠자는 남자와 저자는 한국과 베를린에서 출발하여 LA에서 만나고 함께 글을 쓰고,

촬영을 하는 등 함께 또는 각자 작업을 한다.

여행을 몹시 좋아하거나,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한다거나, 우리가 일상적인 여행에서 그려보게 되는 그런 장면들은 없다.

 

이 특별한 여행에 독자로서 동행하는 내내 어떤 아쉬움이나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철저한 자유로움에 부럽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들, 불안과 재미의 공존,

생각하고 느끼고 기록하는 솔직함과 재능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이 여행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읽어나가는 도중에는 '이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인거같아..잠자는 남자는 가공의 인물이고....'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혼돈이 되기도 했었다.

이 사진들이 컬러의 사랑스러움이 함께 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이 최상이라고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나는 편리하고 쾌적한 호텔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편리하고 쾌적해서가 아니라, 고급 호텔이란 장소는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게 규격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장소에서 이야기는 스스로 성장할 힘을 잃는지도 모른다--

 

 

한번 읽기 시작한 후 끝까지 놓지 못할 만큼 흡인력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어렸을때 동경했던 실존주의의 작가들, 특히 시몬느 드 보봐르나 사르트르가 내내 떠오르기도 했다.

언젠가 LA를 가게 된다면 이 여행기가 선명하게 떠오를것 같다.

 

 

가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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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우리가족
로랑 모로 글.그림, 박정연 옮김 / 로그프레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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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인 [근사한 우리가족]이 도착했다.

하얀색 종이봉투에 은빛 둥근 스티커로 밀봉되어서 마치 성탄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어나갔다.


우리 가족은

정말 근사해요!


앞표지의 회색 면지에 적힌 글귀는

화자의 시선이 따스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해준다.


좌우 두면을 함께 사용하여 주인공의 시선으로 가족을 한명씩 소개한다.

짧은 소개글과 그 내용에 잘 맞는 동물이 사람들의 무리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가족의 특징이 부정적으로 표현될 때조차

애정어린 설명이 곁들여진다.

오빠, 남동생,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사촌들, 내 최고의 친구, 내 사랑

그리고 마지막에 나를 소개한다.

뒷면지에는


여러분은요?


라는 말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며

그 따스한 여운을 우리 가족에게로 전염시킨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징은 그림 보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의 모습으로 소개되는 가족 외에 화면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모두가 평화롭다.

 각각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장면일까를

상상하고 이야기해볼 수 있다.

화려한 원색이 사용되지만 통일성있고, 차분한 톤의 배경에서는 경쾌함이 살아난다.

아이는 키스 해링의 그림도 생각난다고 한다.

 


내 최고의 친구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학교 운동장 같은 곳에서 친구들이 다양한 놀이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노는 놀이와 비슷한 것들이어서 신기했다.


볼때마다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만들어지는 그림책을 통해서

풍성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LOGPRESS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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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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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독서치료를 한 학기 공부할 수 있었는데,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 가면 독서치료 관련도서를 찾아보곤 했는데, 다양하게 찾아보기가 어려워서 답답하곤 했다.

그러던 중에 [소설이 필요할 때]를 만나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었다.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삶이 아플 때 약이 되는 소설 751편!

 이라는 소개문구는 깊이와 방대함을 상상할 수 있게 했고, 설레임을 가득 안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공동 저자이자 막역한 친구이기도 한 엘라 베르투와 수잔 엘더킨의 소설처방들을 읽어가다 보면

그들의 지식과 소설에 대한 통찰력을 함께 느끼게 되고

치료로서의 독서와 현명한 책읽기의 비법들도 전수받게 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본문에 해당되는 '세상 모든 증상에 대한 소설치료법 A to Z'에서는

소설치료가 필요한 질병의 알파벳 머릿글자의 순서로 추천하는 책과

그 책이 처방되는 이유와 어떤식으로 읽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자연스럽게 작가와 작품의 배경과 의미를 다시금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죄책감을 느낄 때'편에서 소개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이 특히 좋았다.

지금도 나의 베스트중 하나인 이 책을 당장 다시 주문해야겠다.)

말미에는 '더 찾아보기'를 통해서 비슷한 질병을 찾아봄으로써 폭넓게 참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불안할 때'와 같이 정신적이고 근본적인 독서치료를 요할때도 있지만

'DIY를 할때(이부분은 정말 재미있다!)','치질일때', '아끼던 그릇을 깼을때'와 같이 제목을 보면서

'뭐 이런것 까지~'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짐작과는 달리 단순신체적이고 일차원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그 처방은 결코 우스개차원이라거나 농담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들은 문제를 가진 대상자들에게 친절하고 진지하게 감정이입하고,

그 사람의 삶의 질이 변화할 수 있도록 확신을 가지고 돕는다.


'소설 베스트 10'부분도 흥미롭다.

-감기에 걸렸을 때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비행기에서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가장 충격적인 소설 베스트 10

-악몽을 꾼 뒤에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등등...정말이지 필요한 목록들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환호했던 부분은 '독서질환'을 다룬곳이다.

-읽은 책인데도 기억하지 못할 때

-강박적으로 책을 사들일때

-바빠서 독서할 시간이 없을때

-책 더미에서 원하는 책을 못 찾을때

-새책을 사고 싶을 때

-소장 중인 책이 너무 많아 기겁을 할 때


너무 읽고 싶어지지 않는가?


시대를 초월해서 빛나는 작품들을 찾아내서 먼지를 털어내고

그 보물의 진면목을 펼쳐 보여주는 듯한

그녀들의 이 의미있는 작품은

어느곳을 먼저 펼쳐도 따뜻하게 말을 걸어오며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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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머신] 서평단 모집서평 이벤트



[서평 이벤트]


 1. 모집 기간: 12월 16일(화) ~ 22일(월)

당첨자 발표 : 12월 23일(화)

서평단에 선정되신 분은 12월 28일(일)까지 개인정보를 비밀 댓글로 적어주세요!

12월 28일(일)까지 확인이 되지 않으면 선정이 자동 취소됩니다.

서평 기간 : 12월 29일(월)~1월 9일(금)


2. 인원: 10명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 인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참여 방법


- 응모 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 방법 : 서평 기간 동안 알라딘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 후, 

<녹스 머신>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알라딘 개인 블로그와 그 외 블로그, 외부 채널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본격 미스터리와 본격 SF, 두 장르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탄생!” 

                  - 오모리 노조미(평론가, SF번역가)


시간여행과 같은 장르 장치에 그럴싸하게 들리는 현대물리학 지식을 총동원해 얹었다고 해서 《녹스 머신》에 실린 단편들의 SF적 속성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네 편의 현란한 모험담이, 퍼즐 추리소설에 대한 연구와 예찬이 극한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SF의 지평선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막힌 예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듀나(영화평론가, SF작가)


첫 장을 펴면서 가졌던 호기심이 작품 내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오히려 마지막 장이 아쉬워졌다.향만 피워도 가능해졌던 유치한(?) 시간여행이 진지하게 자기자리를 찾았고, 지끈지끈한 양자역학 문제 역시 기발한 미스터리로 변신했다. 내게는 최고의 미스터리인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을 작품 안에서 되살려준 작가에게 감사를!                                       

- 김상연(과학동아 편집장)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 등 화려한 수상에 빛나는,

  논리와 기발한 생각의 원더랜드!

 

《녹스 머신》은 2013년 3월 일본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을 뜨겁게 달군 그야말로 ‘핫한’ 소설이다. 많은 작품을 쓰지 않는 저자 노리즈키 린타로는, 신작을 펴내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등 미스터리 분야의 1~2위 상을 석권하는 거장 중 거장이다. 그 점에서는 《녹스머신》 역시 마찬가지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에 올랐으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절대적인 독자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착상의 기발함과 신선함, 논리적이고도 과학적인 추리, 허를 찌르는 반전 등 미스터리 소설이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매번 독자들은 ‘이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스토리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짜릿한 미스터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할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녹스 머신》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논리력, 추리력으로 무장한 SF 미스터리이다. 각 작품은 연작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녹스 머신〉과 〈논리증발 - 녹스 머신 2〉는 발표 직후 SF 미스터리의 역사를 새롭게 쓸 위대한 소설로 찬사 받은 바 있으며, 〈바벨의 감옥〉은 천재적인 작가의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 공전의 히트 탈옥소설이다. 〈들러리클럽의 음모〉는 불멸의 고전 추리물에서 주인공인 셜록 홈스와 에르큘 포와로의 조수로 등장하는 왓슨 박사, 헤이스팅스 대위 등 이른바 ‘들러리’들이 모여 추리소설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서로 합종연횡하며 미스터리의 최고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스토리로 신선함을 더해 준다. 

소설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퍼즐 조각이 펼쳐지고 작가가 걸어오는 두뇌싸움에 휘말린다. 각각의 작품들은 완벽하게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절묘하게 연결돼 있다. 촘촘한 논리의 구조 속을 헤치고 나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다시 첫 번째 소설의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 복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

                              ― 로널드 A. 녹스(Ronald A. Knox)


대표작품이자 표제작인 <녹스머신>은 이 문구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가톨릭신부이자 추리소설가였던 로널드 녹스가 쓴, 추리소설의 원칙인 〈녹스의 십계〉중 한 항목이다. 녹스는 모두 열 개의 탐정소설 규칙을 정리했는데, 그중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독특한 항목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제5항 “중국인을 탐정소설에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이다.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네 편의 소설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촘촘한 논리의 그물망을 치기 시작한다. 시간여행과 양자역학 그리고 미래사회에서의 소설읽기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상상력을 풀어나간다.


2058년 4월의 어느 날, 유안 친루 박사는 국가과학기술국으로부터 소환장을 받는다. 영국작가 로널드 녹스가 1928년에 발표한 〈녹스의 십계〉를 주제로 쓴 그의 논문에 양방향 시간여행의 난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실마리가 있다는 것. 유안은 녹스가 이 책을 집필하던 130년 전으로 돌아가 양방향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돌아오라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편집자 코멘트> 

200여 쪽의 짧은 소설집이지만 각각의 작품들은 서로 놀라운 반전을 거듭하면서 종에서 횡으로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라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여름 휴가지보다는 잠이 오지 않는 깊은 겨울밤의 독서를 추천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당신도 역시 일본 아마존에 남겨진 것처럼 “굉장한 소설이다. 이 한마디밖에는!”이라는 멘트를 내뱉게 될 것이다. 아, 밝혀둘 것이라면, 다음날 충혈된 눈은 보상할 수 없다. 또 이 작품 속에 언급되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하게 되는 것도.



▌책 속으로


불겅그레받이가 일곱 색깔 무지개로 빛나는가 싶더니 난로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거기서 끝없는 심연의 검은 구멍이 열렸다. 그 구멍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얼굴 전체를 덮은 희한한 모양의 헬멧을 쓰고 은색 잠수복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등에는 커다란 상자 같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녹스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헤벌쭉 입을 벌리고, 그 인물이 헬멧을 벗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늘게 찢어진 눈매의 동양인 남성이었다.

“자네, 대체 어디로 들어왔나?”

녹스가 억누른 음성으로 묻자 남자는 겨우 정신을 차린 듯 이쪽을 보고 되물었다.

“혹시 로널드 녹스 사제이십니까?”

직위인 사제와 경칭인 신부를 혼동하는 점만 빼면 동양인 특유의 어투가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발음의 영어였다.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젊은 남자로, 유약한 인상을 벗어던질 수는 없지만 눈동자에는 지성의 빛이 살아 있었다.

“그렇네만, 자네는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네.”

“죄송합니다. 그 질문에 답변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여기는 1929년 2월 28일 옥스퍼드입니까?”

참으로 이상한 질문을 하는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녹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사히 도착했군요! 집필 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녹스 사제님. 소개가 늦었는데, 제 이름은 유안 친루입니다. 2058년 중국에서 온 시간여행자입니다.”

  ― <녹스머신> 중. 본문 52~53쪽



밴 다인은 클럽의 긴급이사회에서 크리스티 여사에 대한 탄핵 연설을 했다. 들러리 클럽에 대한 모욕죄,

독자에 대한 사기죄 그리고 탐정소설 형식 자체에 대한 모독죄로 《에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죄상을 열

거하고는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탐정소설계의 규율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들러리클럽의 음모> 중. 본문 100쪽



고전 탐정소설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거린다 고모의 양자장서에 있던 애거서 크리스티 컬렉션이었다. 크리스티 작품을 다 읽고 추천 목록에 이끌려 황금기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빠짐없이 찾아 읽은 뒤 어떤 가상현실보다도 자신의 감성에 맞는, 미스터리와 논리의 이상향에 다다랐다. 그것이 바로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였다.

  ― <논리증발> 중. 본문 194~195쪽


▌저‧역자 소개


지은이_ 노리즈키 린타로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 일본 추리소설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신본격파(新本格派)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이다. 1964년 시마네 현에서 태어나 교토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명문으로 널리 알려진 교토 대학교 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현재 일본 추리소설을 이끌고 있는 아비코 다케마루, 아야쓰지 유키토 등과 함께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1988년에 쓴 첫 소설 <밀폐교실>을 눈여겨본 대작가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에도가와 란포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미국 추리소설의 거장인 엘러리 퀸에 매료되어 그녀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컨대, 천재 탐정이 등장해 단숨에 난제를 해결하는 현실성 없는 전개에 의지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치밀한 논리와 추리를 전개시켜 범인을 좁혀나가며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또 추리소설의 존재 의의나 밀실 구성의 필연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고뇌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엄격함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구축되는 추리소설을 쓰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장르의 근원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고 평가받는다. 

〈도시 전설 퍼즐〉로 제55회 단편 부문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로 제5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0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05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올랐다. 《킹을 찾아라》는 교환 살인을 소재로 도입부에서 범인과 동기를 밝히는 ‘도서(倒敍) 추리’를 도입한 형식으로 2013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 등 각종 미스터리 문학 순위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요리코를 위하여》, 《1의 비극》, 《또다시 붉은 악몽》,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눈 밀실》,《수수께끼가 다 풀리면》 등이 있다. 《녹스머신》은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에 선정되었다. 


옮긴이_ 박재현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상명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일한 통・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도서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했으며, 현재는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에 《유령인명구조대》, 《하늘색 히치하이커》,  《도망치지 마 미하루 씨》,  《움직이는 집의 살인》,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토막 난 시체의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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