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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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소프트 커버의 작은 책 느낌을 준다. 그래서 펼치기도 편하고 손에도 가볍게 잘 잡힌다. 몇 번이고 선 채로 앉은 채로 다시 읽게 되는 책이다.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의 차별점은 명사와 함께 읽는 철학동화에 있다. 주제와 관련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느낌과 조목조목 핵심을 짚어주는데 어떤 경우에는 친숙하지 않은 작가보다는 명사가 누구인가에 따라 관심정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바로 나는 해파리입니다가 그렇다. 이지유 선생님의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시리즈를 너무 좋아하기에 명사 이름을 보고 반가움이 컸다.

 

표지에는 형광 주황빛의 해파리가 헤엄치는 모습이 보인다. 해파리와 소녀의 수영복, 제목이 같은 주황색으로 푸른 바다와 시원한 대조를 이룬다. 이렇게 화려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면지는 동일한 밝은 주황색 바탕에 온갖 바다생물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양새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바닷속 풍경을 상상하게 해준다. 막 태어난 작은 해파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짧은 문장으로 잘 보여주는데 역동적인 그림과 함께 생생하게 다가온다. 해파리가 자신을 소개하고 해변가 소녀에게 촉수도 뻗어보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가 되고 만다. 성난 소녀의 아빠가 바로 그물로 건져 해변에 던져놓았기에 점점 뜨겁게 말라가는 중이다.

 

발들은 나를 한참 구경하더니, 지겨워졌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떠요.” 해파리 시선으로 그려지는 장면이 인상깊다. “무례하고 사나운 발들과 오히려 은근하고 상냥한 촉수의 대조는 이기적인 인간의 관점과 자연의 관점 차이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또한 그물로 올린 것은 해파리였지만 정작 딸려온 것은 쓰레기가 한 가득이다. 글로 지적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으로만 보여주는 장면이 오히려 독자들을 멈추고 돌아보게 만든다. 다행히도 해파리를 바다로 돌려보내주는 소녀.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의 해후까지 소녀의 행동은 아픈 지구, 바다 생태계에 어떤 행동이 치료제가 되어줄 것인가를 내비친다. 최장기간의 장마와 물난리를 겪고, 전염병 확산의 시간을 여전히 감당하고 있는 요즘,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과 이기심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듯 두렵다. 해파리와 소녀의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처럼 자연스럽고 행복한 관계가 조금씩 쌓여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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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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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너무도 유명한 작품 전쟁과 평화를 이제야 비로소 완역으로 읽었다. 기라성같은 작가들이 이 특별한 역사소설이자 전쟁소설에 바쳤던 많은 분석과 찬사를 역자의 세심한 해설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곤차로프의 살아 있는 거장이 쓴 러시아판 일리아드입니다.(4581p)”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작품인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러시아다.(4583p)”라고 했던 투르게네프의 글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4권의 에필로그 제 2부는 작가의 집필기간동안 참고 자료들로 완전한 하나의 도서관을 이루었다(4544p)고 술회한것에 걸맞게 본격적인 전쟁관, 역사관, 민족관 등을 집대성한다. 전쟁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사고와 행동, 변화와 성장, 후회와 깨달음, 관계와 선택의 문제 등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가며 시간이 흐른 것처럼 인생의 굴곡은 한 인간을 저마다의 결을 갖춘 채 형상화 한다.

 

나이와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페테르부르크 상류사회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모여들었다.(122p)” 안나 파블로브나의 화려한 객실에서 장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안드레이 공작은 왜 전쟁에 나가려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나의 삶이,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55p)이라고 답한다. 행동의 동기, 선택의 원인은 모두 다르고 각자의 마음 속 목적을 간직한 채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는데 부지불식간에 참여한다. 선두에 서서 역사의 궤도를 조정하는 인물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 사이를 촘촘하고 빼곡하게 메꾸고 있는 개인적이고 민감한 에피소드들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또 다른 공기를 호흡하게 함으로 길고 긴 시간이 마치 꿈처럼 흘러감을 느끼게 된다.

 

혹시라도 바보짓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자기를 지도해주는 사람들의 의지(1158p)”에 맡기겠다 결심하고 안나 미하일로브나의 시선을 쫓던 피예르는 베주호프 백작이 된 후에도 반복해서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추구할 대상을 찾느라 신경을 곤두세운다. 첫 번째 결혼 또한 분위기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실현될 것이라는 강박적인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대체 언제 시작되고, 언제 이렇게 됐단 말인가?(1409p)” 이 결혼은 오래 그를 괴롭힌다. 정확한 마음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때, 들었을지라도 외면했을 때 아무리 스스로 합리화 할 지라도 그만큼 오래 댓가를 치르게 된다. 나를 돌아볼때도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때 이랬더라면······이런류의 자문은 얼마나 자주 되풀이되는지 계속 멈추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삐예르가 훗날 포로 생활 중에 만난 플라톤 카라타예프는 추구하고 따를 최고의 선으로서 남게 되고 독자에게 상징하는 바 역시 크다.

 

전쟁 한복판은 때로 슬로모션 정밀묘사가 초단위로 모든 순간을 읽어낼 것 같아진다. 아군과 적군으로서의 집단적 대결 국면과 그 안에 개별적 인간들이라는 원소는 삶과 죽음을 따로 취하고 홀로 부조리 앞에 드러난 채 당혹감을 느낀다. 호두를 흩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곁 병사가 쓰러지고 들것에 실려나가는 찰라들, 전쟁이 현실인 한 니콜라이 로스토프의 눈에 들어온 도나우강과 하늘과 태양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멀리 도나우 강 뒤쪽에 푸르게 보이는 산들, 수녀원, 신비로운 골짜기, 우듬지까지 안개가 낀 소나무 숲은 더한층 훌륭했다······저곳은 고요하고 행복에 가득차 있다······‘내가 저기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중략) 그런데 여기에는······(중략) 아아, 바로 저것이, 저것이, 지금 내 머리 위와 내 주위에 있는 저것이, 그렇다, 죽음이다······눈 깜짝하는 순간에 나는 저 태양도, 저 강물도, 저 골짜기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1290p)” 처음 죽음에 근접할 때 감정은 반복해서 그려지고 독자 또한 위태로운 가운데에서 묻기 시작한다. 삶이란, 죽음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꺼내들게 된다. 안드레이 공작은 마음을 정한다. 그러나 만약 죽음밖에 다른 길이 없다면? (중략) 글쎄,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죽음을 맞으리라.(1321p)” 그 다운 각오다. 그는 처음 죽음에 직면한 전장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다 부질없다는 것과, 뜻을 알 수는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가 확실히 위대하다는 것뿐이다.!(1564p)“ 라는 결론을 얻고 이 깨달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겪을 일들을 통해 가장 완결에 가까운 볼콘스키 사고의 성숙으로까지 나아간다.

 

4, 15361, 에필로그 228장의 장면과 55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니 상상을 넘어선다. 완전한 단편의 형식을 갖추는 각각의 장은 완벽히 연결되어 거대한 장편소설을 완성한다(4583p)는 해설에 백배 공감한다. 책장을 넘기고 다음 권으로 들어간 후에도 계속 어떤 장면의 인상은 뚜렷하게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안드레이 공작과 투신의 장면, 꾸투조프의 뚝심, 군을 시계의 장치에 비유하거나(1497p) 데니소프와 로스토프의 지갑 에피소드(1249p), 인생을 지탱하는 너무도 중요하지만 헛돌기만 하는 한 개의 나사 앞 인간의 무력감을 절감하는 삐예르(2112p), 로스토프가의 겨울 숲 속 꿈만 같았던 늑대사냥 장면(1386p), 공작영애 마리야와 노공작의 죽음(3217p), ‘공공의 복지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라스톱친 백작의 잔혹함(3517p), 꾸투조프가 한 말들(4289p) 등 끝이 없다.

 

전쟁은 계속 진행중이고 틈틈이 작가의 목소리 또한 이해하기 쉬운 어조로 드러난다. 전쟁이라는 상황에서도 개인은 자신의 실리를 분명히 하고, 피할 길을 내고, 모함하거나 모른척하거나 덮어씌운다. 이 모두를 꿰뚫어보지만 대응하지 않는다는 선택으로 일관하거나 기꺼이 일정량의 수모를 감당하는 인물도 있다. 일종의 식후 기분(352p)에 너무 오래 빠지는 인물도 있다. 전쟁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 대입하더라도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은 닮아있고, 다양하게 맺는 관계들이나 관계 지속을 위한 조건 감수, 스치는 듯 짧은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짙은 감동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간은 의식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생활하지만, 역사적이고 전인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의식적인 도구 역할을 한다. 일단 실행된 행위는 돌이키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른 이의 무수한 행위와 합쳐지며 역사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단계의 높은 곳에 설수록,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해 더 큰 권력을 갖게 되고, 또 개개 행동의 숙명과 필연성이 더 명백해진다.(317p)”

 

물론 그들은 나타샤 속에서 빛나고 있는 보물을 털끝만큼도 이해 못하지만, 시적이고도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돋보이게 하는 실로 완벽한 배경이 되는 사람들이다!(2333p)” “그러나 이런 흥과 몸놀림은 모방할 수도 배울 수도 없는 러시아적인 것이며, 아저씨도 그것을 그녀에게 기대하고 있었다.(2424p)” 안드레이 공작에게 없는 특별한 세계, 희열이 넘치는 세계, 별세계(2333p)를 간직하고 있는 나타샤는 쾌활함으로 반짝일 뿐 아니라 현명한 딸이기도 하기에 니콜라이와 백작부인의 소냐로 인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도, 백작부인의 생명 절반을 앗아갔다고 표현한 슬픔을 위로하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약혼을 파기하고 자신과 안드레이 공작에게 상처를 주지만 운명의 수레바퀴에 감사해야 하나, 공작의 마지막을 지키며 온전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그녀가 소냐와 공작영애 마리야와 안드레이 공작과 베주호프 백작 등과 맺는 관계는 사려깊기도 진심을 다하기도 해서 아름답다. 불편한 인물로는 소냐도 꼽을 수 있다. 희생을 강요당한 적도 없고 자신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면서도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나타샤가 부럽다고 고백하는 소냐(452p). 그녀는 어릴때부터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인다. 오래전 기억으로는 니콜라이의 변심을 탓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 소냐라는 인물의 정체성을 나타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4404p) 있는 것마저 빼앗기는 없는 사람, 어쩌면 이기심이 없는 사람, 딸기와 같은 헛꽃, 마치 고양이처럼 사람이 아니라 집에 애착을 가지는 그녀의 특성들에 대해서.

 

수많은 죽음과 그를 감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 선 아들과 딸, 마냥 사랑스런 어린 막내아들의 죽음을 맞는 어머니, 바실리 공작의 두 자녀는 악을 끼치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죽음을 맞기도 한다. 기억해야 할 죽음이라면 단연 볼콘스키 공작의 죽음일 것이다. 생각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신비로움까지 느껴지는 그러나 결코 감상적이지 만은 않은 바로 그 다운 죽음이다. 그는 빗장을 걸어 닫기 위해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간다. 문을 제때 닫느냐 못 닫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4102p)“ 그가 꿈 속에서 바깥쪽에서 밀어대는 문을 닫으려 애쓰나 결국 막지 못해 들어오고 만 죽음“. 그날부터 안드레이 공작은 잠에서 깨어나는 동시에 삶에서도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아온 시간에 비해 삶에 대한 각성의 시간이, 꿈꾼 시간에 비해 잠으로부터의 각성의 시간보다 느리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4103p)“ 그에게 가장 가까운 추억인 육체를 남기고 떠난 그를 나타샤와 마리야는 애도한다. 죽음의 과정을, 애도의 방식을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들은 안드레이 공작이 점점 더 깊이, 천천히, 조용히 그들을 떠나 어디론가 내려가는 것을 보았고, 그래야 하고, 그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4104p)“ 그래야 하고, 그것이 좋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서게 될 때 나 역시 인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포로생활을 통해 삐예르는 소중한 것을 배운다. 전에 그의 모든 지적인 구축을 파괴했던 왜? 라는 무서운 의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왜?라는 의문에 대해 그의 마음속에는, 신이 있기 때문에, 그의 의지 없이는 머리카락 한 올도 사람의 머리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4321p)” 나의 상황이 매끈하지도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그저 복잡하고 불만족스러워서 어쩌다 내가, 아무것도 의도치 않았던, 아무 잘못 없는 내가 바로 이런 모양으로 굴러 떨어졌나 싶을지라도 원망하지 말고 당면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감당하겠다는, 그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안드레이가 피예르가 나타샤가 기꺼이 감당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마치 목욕탕에서 나온 사람처럼 산뜻하고 반질반질하고 생생해지셨어. 마리도 느꼈어?-정신적인 목욕탕에서, 그렇지?(4348p)” 전쟁과 평화는 독자에게 바로 이런 정신적인 목욕탕을 경험케 해준다. 익숙한 감정과 재회하고 그 안에서 지금껏 깨닫지 못했던 낯선 보석을 캐내고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며 내면의 평화를 향하는 설레이는 여정, 다시 걷고 싶은 길이 된다.

 

 

 

책 속에서

-이따금 피예르는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싸움터에서 적의 포탄 아래 엄폐호에 있는 병사들은 아무 일이 없을 때 그 상황을 조금이라도 쉽게 견디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피예르에게는 모든 사람이 다 이 병사들처럼 생활에서 도피하려는 것처럼, 누구는 허영으로, 누구는 카드놀이로, 누구는 법안 작성으로, 누구는 여자로, 누구는 술로, 누구는 국무로 도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2478p)

-그들이 권력자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그들을 위해 천재론이 위조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전투의 승리에 기여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대오 속에서 틀렸다! 혹은 우라! 하고 외치는 자들이고, 이러한 대오 속에서야말로 나는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것이다!(384p)

-인간은 행동을 할 때 언제나 그 행동의 목적을 생각해내려고 한다. 천 베르스타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천 베르스타 앞에 뭔가 좋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움직이는 힘을 얻기 위해서는 약속의 땅이라는 관념이 필요하다. (4182p)

-“그렇죠, 슬픔이 없는 가정이 있겠습니까?” 피예르는 나타샤를 향해 말했다. (4336p)

 

 

-난로 위에 누워 지내도 인간은 어차피 죽는 법입니다.(1131p)

-밤샘 뒤에 이렇게 훌륭한 러시아 차를 마시는 것처럼 기운을 회복시켜주는 것도 없습니다.(1167p)

-의논은 아내와, 이야기는 장모와 하라지만, 친어머니처럼 좋은 건 없지요!(476p)

-땀이 밴 손은 넉넉하고 건조한 손은 인색하다 (4152p)

-몸이 어떠냐고요? 병에 걸렸다고 울고불고하면 하느님이 제대로 죽게 해주시지 않습니다. (4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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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명품 독서 20선 - 초등 교과서 연계 우수 도서
이유미 지음 / 사이언스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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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많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그럴 때 검증된 도서목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꼭 필요한 책, 중요한 책을 읽히기 위한 필독 도서목록을 찾으면서도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아이 명품독서 20은 교과서와 연계되었으면서 한층 깊게 접근하는 책들을 추천한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적극적인 독서로 이끄는 20권의 도서를 제공한다. 서두의 책 사용 설명서에서 블룸의 6단계 인지과정 중 상위 수준인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연마하기 위하여 인지적 스킬의 세부항목들에 눈을 돌린다. 추천하는 20권 도서에 접근할 때 다양한 아이콘으로 방향을 잡도록 안내하고 있다.


20권의 추천 도서는 인문학, 사회, 과학, 교실 밖 세상 읽기까지 네 가지 주제로 다시 묶인다. 치우침 없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에 개인적 기호에 따른 편독을 예방한다. 책 소개 후에 선정 이유를 살피게 되는데 교과 연계과목 및 단원, 학습 목표를 점검하고 해당 도서의 추천 이유 세 가지를 읽다보면 무엇에 집중하고 읽어내야 할지 초점을 분명히 하게 된다. 도서 전체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Best Pick 3 코너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미리 살펴봄으로 완독을 권한다.


이렇게 활용해 보세요코너는 다양한 독후활동 예시를 제안하는데 어떤 전략을 포함하는 활동인지 아이콘으로 한 눈에 보여주므로 좀 더 충실하게 적용하게 된다. “과학 블로그 3”를 읽은 후 유명 인물들의 업적 작성하기나 건축 양식을 표현하며 콜로세움 색칠하기 등은 흥미로운 연계활동이다. 특히 워드 클라우드 사이트를 이용한 작업이나 사업계획서 작성하기 등은 시각화를 통해 성취도를 높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생각을 펼침으로써 긍정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컬러플한 사진 자료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양서를 만나 다양한 자극을 받고 독서의 즐거움을 축적해 갈 좋은 가이드 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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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클래식 클라우드 22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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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특별히 작가편은 늘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스물 두 번째로 『헤세×정여울』 출간소식을 듣고는 오히려 이제야 나온다니 의아했다. 벌서 5년전, 2015년에 나에게 올 한 해 최고의 책이란물었을 때 베스트 3 안에 이름을 올렸던 헤세로 가는 길을 떠올리며 그 행복을 다시 한 번!’ 되뇌일 수 있었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아이콘처럼 생각되는 서두의 펼침면 지도를 살피면서 내가 지금부터 떠날 여행을 상상한다. 꿈만 같은 문학기행을 책으로나마 간접경험 할 수 있어서 설레임 가득이다. 사진 한 컷 한 컷이 특별하다. 그저 멋진 사진, 단순히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일곱 가지 이름은 매우 적절하며 나 또한 작품 연결하기에 참여해 본다.

 

                            

 

 

부럽게만 생각했던 작가의 취재여행을 훨씬 생생하게 체감하기 시작한다. 정다운 이름, 헤세의 고향 칼프부터 마지막 정착지였던 스위스 몬타뇰라까지 그의 흔적을 따라, 작품 속으로 떠난다. 모든 발자국이 행복한 도전이었고 그 이정표는 헤세의 문장들이었다는 말에 귀기울인다. 오래 전 내가 읽었던 헤세가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정여울 작가를 통해 시간 여행이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빛깔의 보석 찾기를 시작한다. “수레바퀴 아래서내면의 황금을 배운다. 나는 이제 누군가가 내게 맡긴 내면의 황금을 잘 보살피는 황금의 메신저가 되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타인의 고민을 완전히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그의 곁에서 온 힘을 집중하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우리는 황금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83p)”는 문장에 밑줄을 치면서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헤세의 작품세계는 크게 『데미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82p)“ 나 또한 데미안 이전의 작품들에서 쇼팽의 녹턴과 같은 아름다움을 느꼈다. 내게 있어 데미안은 처음 만난 후부터 지금까지도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내적 성장에 이르는 두 가지 길인 사회화와 개성화에 대해 사회화를 통해 우리는 밖으로 드러나는 성격인 페르소나를 만들어가고, 개성화를 통해 안으로 숨는 내면의 상처인 그림자와 만나게 된다.(100p)“고 설명한다. 싱클레어는 외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대신 끝없이 자기 내면의 부름에 응답함으로써 피스토리우스에 저항하고, 아프락사스를 꿈꾸며, 순수하게 에바 부인을 사랑하여 마침내 데미안에 가 닿는다.(148p)“ 자기 내부에 별을 지니게 된 것이다.

 

 

황야의 이리에는 가면무도회가 등장한다. 어렴풋이 기억 나는 듯하다. 하리 할러의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잠시나마 엿본다. 당신이 아직 웃을 수 있다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삶의 모든 어처구니없는 불행들을 때로는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거라고.(237p)” 왜 그동안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자문하게 된다. 헤세의 삶과 작품 속 인물들을 관통하며 작가는 어떻게 헤세를 내 구체적인 일상으로 아끼고 적용하고, 실제적으로 동행했는가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헤세는 더 선명해지고, 나도 내 안의 구원자를 되찾겠다 용기내게 한다.

 

 

부록처럼 실린 헤세 문학의 키워드 10가지와 헤세 생애의 결정적 장면은 소중해서 아껴 펼쳐 볼 선물 같다. 나도 가이엔호펜 헤세 박물관에 가봤으면, 뭔가를 기념품으로 가져오기보다는 그냥 그곳에 있어봤으면 꿈을 꾼다. 나의 독서는 헤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를 생각하며 매일 구름을 보았고 그가 본 것처럼 구름을 보고 싶어했다. 볼품 없는 솜씨 따위 아랑곳 없이 연필로 베껴 그린 초상화를 코팅해서 늘 가방 안에 넣고 다녔다. 데미안의 표지가 낡을까봐 테이핑을 하고 또 했다. 헤세 명언집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많은 문장 발췌집을 소중히했다. 노발리스를 비롯한 헤세의 작가들을 선망했다. 헤세의 싸인을 연습하거나 그저 그의 이름을 무한 반복 쓰고 또 썼다. 그는 나의 스무살이다. 이제 다시 헤세를 읽고 만나고 내 영혼에 되찾고 싶어진다. 꽤나 다른 모습일 수도, 아마도 더 근사할 것이다. 이 책은 그 길에서 내내 함께 할 친구처럼 있을 것 같다.

 

책속에서>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첫 번째는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두 번째는 자신의 무의식이라는 내면의 자궁 안에서, 두 번째 탄생은 오직 의식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다. 마침내 어머니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또 다른 나를 새로이 잉태하는 그날까지, 의식의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무의식의 희망인 아프락사스가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며 비상하는 그날까지. 내가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 결국 고통에 빠진 나 자신을 스스로 구원하는 이야기, 내가 나의 멘토가 되고, 내가 나의 스승이 되어 그 누구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데미안』이다.(1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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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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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아쉬움을 간직한 채 이윤기 역자의 수기와 장미의 이름의 열쇠인용글까지 중요한 무언가라도 발견해야 할 듯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는 서문을 다시 읽어야 제대로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크 수도원 출신의 (베네딕트회 수도사) 아드소의 수기는 중세의 산중 수도원 한 가운데로 독자를 초대한다. 아드소는 박식한 윌리엄 수도사의 필사 서기 겸 시종으로 곁에서 모시고 배움을 시작하게 된다. 어렸던 그가 기억을 되새겨 수기를 기록한 시점은 수도원 사건 뿐 아니라 그 자신 생의 모든 시간을 마무리하는 죽음을 눈앞에 둔 생의 종말이었다. 기록이 발견되고 번역되고 읽히기 까지 길고 어려운 과정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황제로부터 밀명을 받고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가 수도원에 도착한 후 7일 동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표면적인 중심축은 수도원 연쇄 살인사건이다. 처참하게 반복되는 살인사건이 요한의 묵시록(요한계시록) 심판을 연상케 하기에 추론과 해석을 반복하며 진실에 접근하고자 애쓴다. 그 과정에서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은 가짜 그리스도, 이단재판, 우월의식 등이 가장 권위적인 집단에서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 숨죽이게 한다. 이런 일들이 과연 가능했던 사실일까 싶어지는 장면들도 꽤 등장한다. 마지막에 비밀은 드러나는데 지금껏 구축해온 기대와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윌리엄 수도사와 호르헤 노인의 대화는 비극의 전말을 독자에게 보여주며 한 사람의 눈먼 악행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나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868)” 윌리엄 수도사는 기호학자인 작가를 대변하며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시종일관 질문한다. 때론 여유롭게, 때론 유머스럽게 고정관념과 일반론을 극복해야 함을 강조했으나 막지 못했던 희생 앞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869)”


지식의 향연과 같이 변화무쌍하고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사고의 과정, 개념 전개, 서술 등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모두의 자랑거리인 수도원, 그 중에서도 장서관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본체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인간과 자연으로부터 서책을 지키는 장서관 사서계 수도사가 진리의 원수인 파괴와 망각의 도구와의 전쟁에 삶을 바치며, 그 목적을 위해 접근을 차단하는 미궁의 외관을 취하고 있다. ‘장미의 이름의 앞 뒤 면지에 실린 수도원 평면도는 너무 간략해서 읽는 내내 자세하고 정확한 구조를 보고 싶다는 바램을 키웠다. 이 또한 집착일까, 불꽃으로 사라지고 마는 결말은 더 많은 목소리를 전하는 듯 싶다.


부록의 장미의 이름을 여는 열쇠중에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들을 작품에 영향을 끼친 문헌으로 꼽아 놀라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립 도서관장을 지냈던 보르헤스의 모습이 부르고스 사람 호르헤의 모습으로 등장했다니(900) 시력을 잃은 말년의 보르헤스,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라고 노래했던 그를 오랜만에 떠올린다. 작품의 마지막 문장에서 비로소 제목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883)” 아주 오래 전 먼 곳에서 일어난 나와 상관없는 그들의 일일까? 모든 것을 불구하고 이것만은 지켜내겠다 싶은 나만의 장서관, 나만의 서책이 분명 있다. 육신의 눈 뿐만 아니라 정신의 눈을 가리는 비뚫어진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때, 내 틀의 파기를 허용할 때, 조금이나마 자유함 속에서 진리 편에 설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진정한 배움이란,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야. 할 수 있었던 것, 어쩌면 해서는 안되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184)

-진리는 때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280)

-하지만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우리 있는 곳 일이나 생각하도록 하자꾸나.(295)

-마찬가지로 과도한 사랑은 서책을 병들게 하고 마침내 그 병으로 명을 다하게 하는 것··. 그러면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서책을 독서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보존의 대상으로만 삼아야 마땅한가? (337)

-우리 시대 사람들은 이름은 사물의 궁극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창세기>는 이 점을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631)

-, 내가 보고 싶은 서책은, 당신이 거기에서 읽어 보고는 훔쳐서 이곳으로 가져왔고, 당신은 읽었으면서도 다른 수도사에게는 읽지 못하게 했고, 여기에다 감추어 두었고, 남들에게 죽어라고 읽히지 않으면서도 죽어도 파기는 못하겠다고 버티어 온 그 서책입니다. (825)

-이 영감아, 악마는 바로 당신이야! (중략)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이런 게 바로 악마야! (844)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그물, 아니면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목적을 지닌 질서이지. 그러나 고기를 잡으면 그물을 버리고, 높은 데 이르면 사다리를 버려야 한다. 쓸모 있기는 했지만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되니깐 말이다. (870)

-그래, 유용한 진리라고 하는 것은 언젠가는 버려야 할 연장과 같은 것이다.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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