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클래식 클라우드 22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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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특별히 작가편은 늘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스물 두 번째로 『헤세×정여울』 출간소식을 듣고는 오히려 이제야 나온다니 의아했다. 벌서 5년전, 2015년에 나에게 올 한 해 최고의 책이란물었을 때 베스트 3 안에 이름을 올렸던 헤세로 가는 길을 떠올리며 그 행복을 다시 한 번!’ 되뇌일 수 있었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아이콘처럼 생각되는 서두의 펼침면 지도를 살피면서 내가 지금부터 떠날 여행을 상상한다. 꿈만 같은 문학기행을 책으로나마 간접경험 할 수 있어서 설레임 가득이다. 사진 한 컷 한 컷이 특별하다. 그저 멋진 사진, 단순히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일곱 가지 이름은 매우 적절하며 나 또한 작품 연결하기에 참여해 본다.

 

                            

 

 

부럽게만 생각했던 작가의 취재여행을 훨씬 생생하게 체감하기 시작한다. 정다운 이름, 헤세의 고향 칼프부터 마지막 정착지였던 스위스 몬타뇰라까지 그의 흔적을 따라, 작품 속으로 떠난다. 모든 발자국이 행복한 도전이었고 그 이정표는 헤세의 문장들이었다는 말에 귀기울인다. 오래 전 내가 읽었던 헤세가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정여울 작가를 통해 시간 여행이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빛깔의 보석 찾기를 시작한다. “수레바퀴 아래서내면의 황금을 배운다. 나는 이제 누군가가 내게 맡긴 내면의 황금을 잘 보살피는 황금의 메신저가 되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타인의 고민을 완전히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그의 곁에서 온 힘을 집중하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우리는 황금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83p)”는 문장에 밑줄을 치면서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헤세의 작품세계는 크게 『데미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82p)“ 나 또한 데미안 이전의 작품들에서 쇼팽의 녹턴과 같은 아름다움을 느꼈다. 내게 있어 데미안은 처음 만난 후부터 지금까지도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내적 성장에 이르는 두 가지 길인 사회화와 개성화에 대해 사회화를 통해 우리는 밖으로 드러나는 성격인 페르소나를 만들어가고, 개성화를 통해 안으로 숨는 내면의 상처인 그림자와 만나게 된다.(100p)“고 설명한다. 싱클레어는 외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대신 끝없이 자기 내면의 부름에 응답함으로써 피스토리우스에 저항하고, 아프락사스를 꿈꾸며, 순수하게 에바 부인을 사랑하여 마침내 데미안에 가 닿는다.(148p)“ 자기 내부에 별을 지니게 된 것이다.

 

 

황야의 이리에는 가면무도회가 등장한다. 어렴풋이 기억 나는 듯하다. 하리 할러의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잠시나마 엿본다. 당신이 아직 웃을 수 있다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삶의 모든 어처구니없는 불행들을 때로는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거라고.(237p)” 왜 그동안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자문하게 된다. 헤세의 삶과 작품 속 인물들을 관통하며 작가는 어떻게 헤세를 내 구체적인 일상으로 아끼고 적용하고, 실제적으로 동행했는가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헤세는 더 선명해지고, 나도 내 안의 구원자를 되찾겠다 용기내게 한다.

 

 

부록처럼 실린 헤세 문학의 키워드 10가지와 헤세 생애의 결정적 장면은 소중해서 아껴 펼쳐 볼 선물 같다. 나도 가이엔호펜 헤세 박물관에 가봤으면, 뭔가를 기념품으로 가져오기보다는 그냥 그곳에 있어봤으면 꿈을 꾼다. 나의 독서는 헤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를 생각하며 매일 구름을 보았고 그가 본 것처럼 구름을 보고 싶어했다. 볼품 없는 솜씨 따위 아랑곳 없이 연필로 베껴 그린 초상화를 코팅해서 늘 가방 안에 넣고 다녔다. 데미안의 표지가 낡을까봐 테이핑을 하고 또 했다. 헤세 명언집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많은 문장 발췌집을 소중히했다. 노발리스를 비롯한 헤세의 작가들을 선망했다. 헤세의 싸인을 연습하거나 그저 그의 이름을 무한 반복 쓰고 또 썼다. 그는 나의 스무살이다. 이제 다시 헤세를 읽고 만나고 내 영혼에 되찾고 싶어진다. 꽤나 다른 모습일 수도, 아마도 더 근사할 것이다. 이 책은 그 길에서 내내 함께 할 친구처럼 있을 것 같다.

 

책속에서>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첫 번째는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두 번째는 자신의 무의식이라는 내면의 자궁 안에서, 두 번째 탄생은 오직 의식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다. 마침내 어머니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또 다른 나를 새로이 잉태하는 그날까지, 의식의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무의식의 희망인 아프락사스가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며 비상하는 그날까지. 내가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 결국 고통에 빠진 나 자신을 스스로 구원하는 이야기, 내가 나의 멘토가 되고, 내가 나의 스승이 되어 그 누구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데미안』이다.(1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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