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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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소프트 커버의 작은 책 느낌을 준다. 그래서 펼치기도 편하고 손에도 가볍게 잘 잡힌다. 몇 번이고 선 채로 앉은 채로 다시 읽게 되는 책이다.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의 차별점은 명사와 함께 읽는 철학동화에 있다. 주제와 관련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느낌과 조목조목 핵심을 짚어주는데 어떤 경우에는 친숙하지 않은 작가보다는 명사가 누구인가에 따라 관심정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바로 나는 해파리입니다가 그렇다. 이지유 선생님의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시리즈를 너무 좋아하기에 명사 이름을 보고 반가움이 컸다.

 

표지에는 형광 주황빛의 해파리가 헤엄치는 모습이 보인다. 해파리와 소녀의 수영복, 제목이 같은 주황색으로 푸른 바다와 시원한 대조를 이룬다. 이렇게 화려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면지는 동일한 밝은 주황색 바탕에 온갖 바다생물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양새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바닷속 풍경을 상상하게 해준다. 막 태어난 작은 해파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짧은 문장으로 잘 보여주는데 역동적인 그림과 함께 생생하게 다가온다. 해파리가 자신을 소개하고 해변가 소녀에게 촉수도 뻗어보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가 되고 만다. 성난 소녀의 아빠가 바로 그물로 건져 해변에 던져놓았기에 점점 뜨겁게 말라가는 중이다.

 

발들은 나를 한참 구경하더니, 지겨워졌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떠요.” 해파리 시선으로 그려지는 장면이 인상깊다. “무례하고 사나운 발들과 오히려 은근하고 상냥한 촉수의 대조는 이기적인 인간의 관점과 자연의 관점 차이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또한 그물로 올린 것은 해파리였지만 정작 딸려온 것은 쓰레기가 한 가득이다. 글로 지적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으로만 보여주는 장면이 오히려 독자들을 멈추고 돌아보게 만든다. 다행히도 해파리를 바다로 돌려보내주는 소녀.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의 해후까지 소녀의 행동은 아픈 지구, 바다 생태계에 어떤 행동이 치료제가 되어줄 것인가를 내비친다. 최장기간의 장마와 물난리를 겪고, 전염병 확산의 시간을 여전히 감당하고 있는 요즘,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과 이기심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듯 두렵다. 해파리와 소녀의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처럼 자연스럽고 행복한 관계가 조금씩 쌓여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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