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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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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남자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재미있게 볼 만한 책이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데 더해 스티브 잡스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일론 머스크는 내게 어떠한 실제적 흥미도 유발하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사람일 뿐이었는데, 그런 내가 책장을 덮는 밤이 아쉬웠다면 분명 재미있는 책이 맞다는 생각이다. 닷컴 기업, 로켓, 미래 자원, 화성 이주 등에 일절 관심 두기 싫은  내게도 (게다가 갑부의 돈 번 이야기는 더욱더) 거부감은커녕 책이 꽤 흥미롭게 읽힌 데는 미사여구로 분칠되기 십상인 자서전이나 전기류에 대한 통념을 뒤집은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다. 300여 명의 지인을 인터뷰하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과 없이 담아낸 일론 머스크에 대한 주변의 혹평과 잡음들이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비좁은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고 YMCA 회관에서 샤워를 하며,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등의 현실적인 고난 스토리가 동종 업계의 몰락 속에서도 홀로 승승장구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맞물려 적절히 어우러졌다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전기라기보다 간간이 인터뷰집 내지는 픽션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 책이다. 특히나 이 책은 경영 가운데 끊이지 않던 트러블과 도전을 비중 있게 담아내고 있어 읽고 깨닫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좋건 나쁘건 간에 그에 대한 평판에 동요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성공 가도를 달린 인물들에게 남다른 점이야 분명 있을 테지만 그중에서도 일론 머스크는 조금 더 특별한 것 같다. 뛰어난 통찰로 매번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도하는 배짱과 집요한 열정이 특유의 사업 수완과 맞아떨어지며 시너지를 발하곤 했는데, 한 마디로 사업가는 기질적으로 타고 나야 한다는 생각을 내게 정립시켜준 인물이 일론 머스크다.   

 

   어릴 적부터 괴짜로 불리던 일론은 또래 아이들의 극심한 괴롭힘과 가족을 힘들게 하는 아버지로부터 떠안은 상처와 방어기제를 품고 살아간다. 친구 하나 없이 누가 봐도 허점 투성이였던 어리숙한 괴짜 소년의 가슴을 어루만져 준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속 공상 과학 세계에 대한 열망이 꺼지지 않고 타올라준 덕분이었을까. 지금도 그는 어릴 적 꿈꾸던 먼 미래를 더 가까운 현실로 일구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스티브 잡스가 '인류의 일상'을 바꿨다면,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인류의 환경'을 바꿀 결정적 인물이다." -동아일보

" 일론은 스스로 원하는 일을 치열하게 실행합니다. 그것이 일론의 세계이고 우리는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전 아내, 저스틴 머스크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선의 (세계가 옳은 길로 나아가길 원하는)를 갖추었다며  의중을 떠벌리고 다니기로도 유명하다. 자화자찬으로도 보이고 어찌 보면 꽤 폼이 죽는 모양새인데 굳이 의도를 매번 설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정말로 진심이기 때문이 아닐까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색안경을 낀 이들에게 자신의 옳은 심성을 알릴 방법은 답답하지만 스스로 언급하는 방법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괴짜 일론에겐 말이다.  모 아니면 도 식의 무모한 도전에 대한 결과가 단지 행운 때문이었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미궁에 뛰어든 다른 사업가들과 일론은 분명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음을 지나온 역사가, 그리고 현재가 증명하고 있다.  그의 행보는 인터넷으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 책이 아니면 접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에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 <구글은 SKY를 모른다> 중, 사람들은 근무 시간에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구글의 무료 체육관에만 관심을 갖고 그곳의 직원들은 24시간도 '기꺼이'일하는 사람들이란 걸 간과한다는 시골 출신 구글러 이준영 씨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성공이 거저 따라오지 않듯, 아니 성공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가슴에서 꿈틀대는 무엇을, 생을 온전히 느끼며 살기 위해 나의 하루도 좀 더 치열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2015-08-01

글.사진 ⓒ무꽃

筆名. 청연(淸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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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3 1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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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집중력 혁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하버드 집중력 혁명 - 일과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1% 차이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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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오롯이 집중하는 법을 알려준 책

<하버드 집중력 혁명>

 

 

 

사무실 책상에서 인터넷 브라우저 창을 여러 개 띄워 놓고 언제든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주의를 옮기기 용이한 환경에 빠져있는 레스는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어 자신의 재능을 성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케이스다.

 

진은 거절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타인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점철된 하루를 산다.

 

애슐리는 생각이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 창고 같은 사람이지만 어느 것 하나 완수하지 못하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벌지만 '불안 유전자'를 물려받은 잭은 가공의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과 불안에 지배당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만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파트에 근무하는 메리는 다른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삶에 지쳐있다.

 

샤론은 자신을 패배자, 한심한 인간 등의 단어와 동일시하는 행위에 집착한다. 그런 혹독한 자책이 무능함에서 빠져나오는 길이라 믿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책에서 다룬 여섯 인물의 특징이다. 간략화하자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화면 중독 (전자기기 중독)

 

멀티태스킹

 

생각이 이리저리 튀는 사람

 

걱정이 지나친 사람

 

주변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사람

 

ADHD

 

 

 

  이 책은 사실 출간 당시 제목 앞에 유행처럼 붙었던 '하버드'란 명칭 때문에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피 대상에 올려둔 책이고, 읽고 싶은 목록에도 넣지 않았던 책이다. 얄팍한 상술에 의미가 바랜 단어들이 몇 있는데 인문학, 하버드 같은 말들이 때아닌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 해도 그 명성에 대한 조건반사처럼 동공이 커지고 귀가 솔깃해지는 명사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읽고 보니 다른 이유 없이 단지 저자가 하버드대 교수라는 이유에서 따온 듯하여 김이 빠지긴 하더라. 원제는 <Driven to Distraction at work - how to focus and be more productive>로 일터에서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찾아내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집필한 책인듯하지만 꼭 직장인들만을 위한 책으로 규정해 버리기엔 내게 돌아온 소득이 너무 크고 많았다. 특별히 '직장과 생산성'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다시 말해 누가 읽어도 꽤 괜찮은 책이다. (제목은 다시 생각해도 NG다.)

 

  책 속 인물 가운데 마지막 사례자 (실제 ADHD 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ADT 유형에 속하는 사례이다. 가장 극단적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ADHD, '주의력 결핍 장애'를 ADD, 비약적 기술 발전을 이룬 현대 사회의 흔하고도 특징적 현상인 '주의력 결핍 성향'을 ADT로 정의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부터 분리된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대인들 대부분이 ADT 성향을 분명히 갖고 있으리라 여겨지기에 여러모로 도움받을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비록 가공이긴 하지만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뒤섞어 만든 인물들이므로 실제와 다름이 없는 인물들이다. 더욱 마음이 끌렸던 것은 인물들의 불안정한 성향의 깊숙한 곳에 저마다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자리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책 내용은 스포를 우려해 작성하지 않는 취향인데,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사례를 조금이나마 언급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 다루어 보기로 했다.)  레스와 같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제약이 없는 인터넷 공간에 접속해 있는 '느낌'만으로도 자유를 향락할 수 있다. 그 순간만은 고통스러운 일상에 둔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상황과 사람을 받아들이며 남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진은 자신이 부모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쏟으며 특별한 만족감을 느낀다. 자식을 엘리트 왕국에 들어서기 위한 열쇠쯤으로 여기는 엄마에게 여러 자식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식이었던 애슐리는 엄마의 부정적 성향과 늘 맞서야만 했고,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할아버지가 제안한 '신뢰 게임'에서 지울 수 없는 충격을 받은 잭은 평생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5살짜리 손자에게 자신이 잡아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계단 8층에서 뒤로 넘어져 보라는 제안을 한다. 어린 잭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찧었지만 할아버지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교훈을 남겼을 뿐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법을 배운 영리한 아이 메리의 나이는 고작 4살이었다. 위험의 경고 신호를 파악하고 상대의 분노를 잠재우는 기술을 익히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였다. 샤론은 자신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차갑고 비판적인 엄마로부터 평생 자신감을 짓밟혔다.   

   

  이 책을 읽으며 난데없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정신이 혼미했다. 한참을 정체성(正體性)의 바다에 표류하다 물 밖으로 몸을 던지고 보니 지긋지긋한 정체성(停滯性)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삶의 원인을 불현듯 깨우쳤달까. 마치 청이와의 재회 순간 심학규의 눈이 거짓말처럼 뜨였듯 말이다. 너무 깊이 침잠한 나머지 보이지 않았던 상처를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 이 와중에 한 마디 사족을 달자면 누구도 기억에서, 특히 상처로 남은 기억에서는 결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니 훗날 누군가 생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당신의 존재가 원망으로 명명되지 않으려면 상대가 아무리 어리고 연약하다 해도, 친구, 형제, 부모, 자식, 동료, 하다못해 성조차 모르는 남일지라도 그들의 인생에 함부로 개입해 쑥대밭을 만든다거나 반대로 자신의 삶을 학대하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관계로 얽힌 세상에서 개인의 삶은 단지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같은 공간에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으므로. 상대의 움푹 팬 홈에 끊임없이 간섭하며 서로 밀고 밀려나야 회전하는 톱니바퀴처럼 아무리 개인주의를 외친대도 궁극엔 타자의 삶에 개입되는 것이 인간의 삶인 것이므로.-

다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가공의 인물들에 깊은 감정이입이 되는 단계를 넘어 나 또한 ADHD의 극단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음을 고백한다. 성인의 경우 과잉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니, 내 경우는 소극적인 ADHD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한동안 마음이 잡히지 않고 공기 중의 먼지처럼 붕붕 떠다니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성인 ADHD 환자 중 75%가 자신이 ADHD인 줄도 모르고, 정확한 진단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 한다. 성인의 경우 진단을 확실히 받아 치료 과정을 거치면 인생이 확연히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는 말을 들으니 당장이라도 의사 앞에 의자를 끌고 가 손을 붙들고 싶었지만 ADHD를 확실히 진단할 수 있는 의사는 세계적으로 몇 없는 데다 보통 ADHD 진단에 야박한 편이라고 하니 내 고민을 누구와 상의해야 할지 아직까지 막막하다. 제시된 해결책들도 (저자가 인정한 것처럼) 어찌 보면 지극히 뻔한 것들이어서 무언가 획기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만 같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내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니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풀지 못한 데는 지극히 뻔한 방법 조차 대입해보지 않은 이유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 경우 '체계'를 세우지 못 하는 결정적 문제를 통감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고, 가장 많은 필사를 했던 부분에서 유추할 수 있었듯, '지나친 걱정과 불안'이 내 삶의 전부를 대변하는 단어라 해도 과하지 않음을 또한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도 '네 문제는 이거야'라고 말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입에 극약을 문 독하지만 진실한 친구 하나를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답은 뻔하고 유일한 한 가지만 남았다. "깨달았으면, 실행하라."

 

 

p.s. ​읽는 내내 번역이 참 좋다고 느꼈다. 박선령 님의 다른 번역서나 저서가 있다면 찾아 보고 싶은 마음에 성함을 따로 적어 두었다.

 

2015-07-25

글.사진 ⓒ무꽃

筆名. 청연(淸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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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7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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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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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본주의, 이대로 괜찮을까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만약 미국의 최저임금이 지금까지 생산성이 향상된 추세대로 함께 상승했다면, 현재 시급은 17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높아진 생산성으로 생겨난 이익은 노동자가 아니라 주로 기업의 수익과 주주, 경영진에게 흘러들어갔다.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들에게 경제발전의 과실을 나누어준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발언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생산성 향상이 모든 배를 더 높은 수위의 바다에 띄워준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 -114쪽

 

 

어느 옹호론자만큼이나 자본주의를 편애하는 마케팅의 대가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들고 일어섰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밝힌 만큼 전체적으로 탄탄한 내용의 구성과 가독성을 자랑한다. 경제분야에 초짜인 내가 밑줄을 눌러 넣으며 이토록 심취해서 읽었다면 누구에게도 쉽게 읽힐 책이지만 그렇다하여 내용적으로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다. 혹자는 여타의 자본주의 비판서와 다를 게 없다는 의견을 비추기도 하지만 이 시대 자본주의가 처한 상황과 총체적 문제를 구체적이면서도 폭넓게 다루고 있어 커다란 그림을 통해 보기 좋은 책이라 권할 만하다. 다만, 제시하고 있는 해결책들이 그다지 신선하거나 획기적인 것은 아니어서 저자만의 통찰로 살필 수 있는 방안이라 단언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돌덩이가 가슴에 얹히는 느낌이었다. 고작 최저임금제 상한을 두고 입씨름 하기 바쁜 이 나라에서는 갈 길이 너무 멀다 못 해 실낱같은 희망조차 꿈꿀 수 없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빈곤 임금이라 칭해야 더 어울릴 만한 임금 수준은 기계처럼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 푸어를 양산하며 산업혁명기를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기계는 기름칠이라도 하며 돌린다지만 사람으로 나서 기계만도 못 하게 산다며 푸념을 안주 삼아 반주를 들이키던, 2교대 시절 남편의 피골 상접한 낯이 이 순간 눈앞에 촉촉하다.)  공과금을 겨우 내고 허리띠를 졸라 식료품을 구입하며 한 달을 근근이 버티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도 닥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잠재적 빈곤층'이 바로 '서민'의 이름으로 미화된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중산층이 몰락하고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시대에, 독식된 부는 만인 앞에 공평히 놓여야 할 기회조차 박탈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고있다. 부의 규제를 돈으로 무마시키는 자본주의 관행은 민주주의 정치 이념마저 위기로 몰아넣고 있지만 늘 그렇듯 기득권 계층은 움켜쥔 손의 쌀 한 톨도 놓칠세라 자신들의 입지를 정당화하기에만 급급하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이 사회가 임금 노예와 그들을 거느리는 자본가의 2계급으로 수축. 퇴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선진국에서 일부 노동 착취에 반대하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기업도 있다지만 아직은 미미하다는 생각이다. 기계가 사람을 거의 완벽히 대체하기 시작한 이 시대에 한 땀 한 땀 혼을 새겨 넣던 장인은 사라지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처럼 적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신생기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은 창고 정리를 자동화하기 위한 기업 인수에 성공한 데 이어 드론(무인 항공기)을 통한 배송체계 구축에 애를 쓰고 있다. 미래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황량해질지 마음이 혼란스럽지만 일부 슈퍼리치들의 부의 환원 노력과 개선된 형태의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하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재앙 자본주의라 불릴 만큼 '초불평등'한 분배 문제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간디의 금언처럼 해결하지 못 할 일도 없을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라 외치는 이들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비관론자도 벼랑 끝에 다다르면 낙관의 힘을 빌려보고 싶은 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인가 보다. 죽음이 목전에 이르러서야 사랑을 말하는 이들의 뜨거운 심장이 마지막으로 힘차게 파닥거리듯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전 세계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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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1 1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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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케이스스터디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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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읽어야 길이 보인다

 

 

케이스스터디. 경영 학도라면 무수히 접했을 용어일 테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케이스스터디(Case Study)는 간단히 작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사례 조사 연구쯤으로 정의될 수 있다.  작은 집단이라 함은 개인이나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어떠한 특정 집단이 될 수도 있는데 특히 사회 전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닌, 통념을 벗어난 현상을 분석하기 좋은 연구법이란 점에서 케이스스터디를 통계학과 구분하여 이해한다. 주류 경제학에서 경영학 연구의 표준으로 삼고 있는 통계학은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수치화하여 일반적인 법칙을 이끌어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연구법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일명 '블랙스완'이라 일컫는 일반적인 통설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들도 우리 사회에 분명 목격되고 있기에 이러한 일탈 사례들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연구가 요구된다. 수치화된 통계가 아닌, 특정 결과를 야기한 사례의 '맥락(상황. 정황)'까지 파고들어 전후를 살피는 연구법이 바로 케이스스터디라 할 수 있다. '누가. 무엇을.어디에' 는 명확히 하지만 '어떻게'와 '왜'는 설명하지 못 하는 통계학적 서베이 조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어 케이스스터디를 통계학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설이다.

 

 

 

 

책에서는 경영학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AMJ (미국경영학회지,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실린 최우수 논문 중에서도 이러한 '일탈 사례'를 다룬 논문에 주목하며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맥락을 읽는 법을 조목조목 전수하고 있다. 예언이 빗나갈수록 오히려 믿음이 강해지는 종교집단의 예처럼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들을 관찰하고 풀어나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사례연구법을 일상에 혹은 조직에 적용해 새로운 시도나 예측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책에서는 조직 혁신이나 인재 채용, M&A 등을 다루고 있지만 통념을 깨는 사례들은 의외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까이는 최근 '한국 호흡기 증후군'으로 개칭되어 불리며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는 메르스 여파부터 조선시대 사대부가 집필한 음란한 사설시조 논란 *1) 까지 말이다. 또한 업계 1위는 PB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통념을 깬 유한킴벌리의 일탈 사례 *2) 와 경제대국에서 스타가 나온다는 룰을 깨고 스타를 만들어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무데뽀 정신으로 한류를 선도한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역발상 *3) 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블랙스완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함께 각 분야의 선구적인 안목과 식견을 엿볼 수 있다. 블랙스완을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전례가 되는 사례들을 내 앞으로 끌어와 케이스스터디를 적용하기 위한 기초 동작이 되는 것이니 시작이 반인 셈 아닌가. '백조는 희다'는 통설을 깨고 검은 백조가 출현하기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기며 마음 편히 구석에 밀어 놓았던 가능성들을 직시해보자. 실전에서 통설을 깨는 남다른 도전은 무모한 실험이 될 수도 있지만 충분한 사례연구를 통해 결과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조직의 혁신을 시도하거나 레드오션을 개척해볼 심산이라면 더욱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케이스 스터디는 특정 사회 현상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현상의 맥락을 바로 내 앞의 상황에 대입해 결과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단순히 우리 자신을 보아도 어떤 행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특정 시점의 정황이나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모든 현상을 통계수치에 맞춰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맥락이 없는 정보는 거짓 정보라는 말에도 힘이 실리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조직 안에서 또 어떤 이는 개인의 삶 가운데 케이스스터디를 부지런히 적용해 보리라 여겨진다. 주변의 어떤 사례가 본보기가 되어줄지, 내 상황과 고민들을 날 것 그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1) http://blog.daum.net/insabee/17437305

*2)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706906

*3) 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view.asp?bcode=T30001000&artid=A201503260324

 

 

 

 

 

 알라딘 공식 신간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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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8 2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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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 기업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의 비밀
벤 웨이버 지음, 배충효 옮김 / 북카라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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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走馬看山) 격 데이터 활용 사례집

<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제목만 보면 (최하단의 작은 부제를 주의깊게 보지 못 했다면 더욱이) 구글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철저히 짚어보며 구글이라는 신화적 기업의 탄생과 존속의 비밀을 파헤칠 것만 같은 책이나, 내용이 중반부를 향하도록 구글의 사례가 일언반구도 없어 목차를 되짚어보니 후반부 하나의 챕터에서 구글을 다루는 것 같았다. 해당 챕터를 펼쳐보았지만 역시나 다른 이야기의 나열 속에 실제적으로 구글에 배당한 지면은 한 페이지 남짓이었다고 기억한다. 의도적인 제목 선정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목에 오를 단어로 채택이 됐다면 그만큼의 지면 할애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므로 독자의 입장에선 씁쓸함이 남는 책이었다. 그 정도 정보는 웹서핑을 통해서도 쉽게 얻을 법한 것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제목의 배신은 차치해 두더라도 소제목과 내용 간의 끈끈한 연결성마저 아쉬운 이유는 자료의 취사선택 실패 때문으로 여겨지는데 그로 인해 글의 힘이 떨어지고 핵심이 모호해짐을 여실히 느꼈다. 곳곳에 흥미로운 내용이 배치되긴 했지만 굳이 이 책에서 많은 쪽수를 할애해 다루어야 할 이야기인가란 의문이 줄곧 들었다. '기업의 탄생'이란 소제목 아래 유인원에 대한 설명을 일곱 페이지나 할애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간의 행동분석과 관련이 있을 거라 연관 지어 보려 해도 내 부족한 지식과 이해력으론 의문만 더욱 커질 뿐이었다. 더욱이 '그 시기에 인간은 조직이라 부를 만한 집단을 이루었다는 사실만 짚고 넘어가자'라는 식의 결론에 당황스러웠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메시지의 무게는 많이 떨어지게 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언가 많이 풀어놓긴 했지만 결국 요는 '소시오 메트릭 배지' 활용 예시와 빅데이터의 미래 전망으로 모아지는 듯 보인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소시오 메트릭 배지는 그가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있는  '소시오 메트릭 솔루션스' 와 관련 있는 제품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이 결과는 조직의 의사소통 패턴을 연구하는 보스턴의 소시오메트릭 솔루션스사가 50개 기업과 계약을 맺고 실시한 센서 배지 연구결과 중 하나다."- 2013.03.13일자 한국일보 기사 中)  책 출간에 제품 홍보의 목적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어찌 됐건 빅데이터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독자들에겐 충분히 흥미로울 내용들이니 참고가 될 만하다. 

 

 

 

구글의 성공적인 합병 성공률이 보여주는 수치 이외에도 버락 오바마의 선거전략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광고 시스템, 독감 확산의 예측, 대형 매장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익 증대, 테러범 검거 등 빅데이터 활용의 광범위한 성공 사례에 동종업계가 한껏 고무된 듯 보인다. (사례 정보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좀 고리타분한 데다 관련 분야에 무지하기까지 해서 그럴 테지만 개인적으로 빅데이터 사회의 도래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개인 정보 보호 대책을 강구한다 한들 얼마나 지켜질지, 이 사회와 기업들에 그다지 신뢰를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메일 내용은 물론 화장실 출입과 동료와의 대화 및 접촉 등을 분석해 인사에 반영한다는 사실이 꺼림칙하다. 기업의 생산성에 얼나마 영향을 끼칠까 싶은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혈안 될 바에야 애초에 누가 봐도 좋은 직장을 만들면 될 일 아닌가. 행동분석을 통해 직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좋은 직장을 구현하는 첫걸음이라는 이유를 댈지도 모르겠으나 굳이 그런 복잡한 과정을 끼워 넣지 않아도 열린 구조를 통해 소통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직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다는 순목적을 변질시키지 않고 데이터를 구조 혁신에 적극 반영할 기업이 몇이나 될까 싶다. 목숨줄인 듯 가슴팍에 센서를 달고 생업에 매달리는 하위 집단에 대한 공공연한 감시장치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생각이다. (무지한 나의 생각은 그렇다.) 이제 설문조사와 같은, 데이터가 부족하고 부정확한 행위에 노력을 쏟는 기업은 사라지고 사회 각 분야가 빅데이터에 의해 움직일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편의와 이익이라는  효용에 방대한 개인 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 마련과 윤리의식의 제고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구글이 지금의 명성을 얻은 데는 비단 빅데이터 활용을 잘 한 까닭뿐 아니라 기업을 이끄는 경영인의 남다른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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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6 1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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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6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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