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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선 K-포엣 시리즈 2
안도현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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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K-포엣poet으로 만나게 되어 기뻤던 아시아ASIA의 <안도현 시선>.
얇은 두께와 핸디한 사이즈로 가방에 넣어 다니며 펼쳐보기 좋은 시집이다. 오랜만에 따스한 볕 아래서 안도현 시인의 서정적인 시를 읽는 즐거움을 누린 어느 가을날의 조각을 꺼내 본다.

 

 

  

 

 

 

아시아는 이미 계간 문예지로 만난 적이 있어 이번 시선집이 더 반갑고 궁금했다. 2017년 여름호로 만난 계간 아시아는 기존 문예지와 차별화된 감각적인 디자인에 영자 번역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점, 풍성하고 흥미로운 읽을거리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K-픽션>에 이은 시선집 <K-포엣> 시리즈의 기획 역시 아름다운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한 걸음 앞당기는 의미 있고 고마운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도현 시선 외 고은, 백석, 허수경, 김소월, 이육사, 정지용, 윤동주, 이상, 김용택, 도종환, 박소란 시선 등 수십 권이 시리즈로 기획되었다. 시집 부심을 지닌 동지들이라면 책장에 채우고 한 권씩 꺼내 보는 즐거움도 클 것이다.


<안도현 시선>은 안선재 교수가 번역을 맡았는데 고은 시인의 시를 비롯해 국내 시와 소설을 다수 번역하신 분이어서 그런지 번역이 매우 간결하면서도 가슴에 와닿았다. 사실 어느 작품이든 번역의 완벽함에 대해선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오래전 읽었던 어느 시집은 국내 시인이 엮어서였는지 직역과 함께 필요에 따라 의역이 잘 되었던 느낌이었는데, 국내에서 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번역된 외국 시는 박진영이 오디션 참가자에 했던 말 중 '노래 부르는 기계'에 비유할 만큼 감정이 전혀 녹아들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의역도 직역도 아니고 시도 산문도 아닌 글자의 나열을 보며 종종 가슴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고의적인 띄어쓰기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시인들인 만큼 칼질로 여길 수 있는 의역에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에게 아무런 감동을 전하지 못 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시인들도 영어 공부를 해서 직접 영문시를 쓰고, 해외의 시들을 번역해 들여오는 일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산문을 주로 다루는 번역가들은 녹여낼 수 없는 시인만의 감성의 영역이 있기에, 다른 문학은 몰라도 시는 시인이 번역해주었으면 하는 오래된 바람이 있다. 번역본을 읽는 우리의 마음이 그렇다면 해외 독자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강 작가의 선전을 지켜보며 번역의 중요성을 다 같이 실감하기도 했지 않은가.


요즘 신춘문예 당선 시집을 보면 파격을 넘어 난해한 시들이 보여 거슬릴 때가 종종 있다. 시적인 미는 전혀 없이 불필요한 기교에 젖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너무 깊이 빠져 타인은 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하는 시들 말이다. 한편 개인 출판의 활성화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책을 출간하는 시대가 되면서 SNS에는 굳이 힘들게 등단하려 애쓰지 않는 어린 작가와 시인이 난무하고 더불어 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잡문과 단순한 감정 배설에 불과한 수많은 글들이 시詩라는 이름으로 쉽게 생산되고 있다. 시대에 맞추어 시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백 번 동감하나 문학으로서 지켜져야 할 부분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가 쉽게 쓰이는 일이 부끄럽다던 윤동주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고개 숙이게 되는 요즘이다. 말장난 같은 짧은 글짓기로 SNS에서 관심을 받고 자칭 장사꾼에 어울리는 별명을 쓰며 시를 팔아 돈을 벌고 방송에 나와 몸으로 뛰는 예능을 하고 있는 어떤 분을 보면서 혼자 화가 치밀기도 했다. 덕분에 시를 문학이 아닌 돈벌이로 여기는 분위기가 높아졌다.  너도 나도 책을 내고 작가가, 시인이, 작품을 구상하며 피를 토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뚝딱 찍어낸 일기장을 들고 장터에 나가 호객행위를 하고, 돈을 흥정하고, 책을 팔며 SNS에 홍보한다. 이것이 우리 문학의 앞날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열변이 길었나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 때문이었다.  모두 열거하기 어렵지만 하나같이 '시정신'을 지켜내고 있는 시인들이다. 그들의 연륜이 묻어난 예스러운 시도,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낸 시도 좋아한다. 나이 지긋한 시인도 좋아하고 젊은 시인과 작가도 좋아한다. 고통을 피로 토해낸 시도, 따스하고 잔잔한 시도, 울컥울컥 차갑고 쓸쓸한 시도 좋아한다.


일상의 작은 사건이나 관찰에서 비롯된 시들도 좋아하는데 안도현 시인의 시도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모든 시가 그럴 것이다. 시인의 경험과 분리된 시가 어디 있으랴.  그중에서도 안도현 시인은 여린 것들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힘을 지녔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스며드는 것- 중에서


이 시를 읽고 더 이상 간장 게장을 먹을 수 없게 된 이도 있다던가. 꽃게를 맛있게 먹는 사람이 아니라 뱃속에 알을 품고 있는 어미 꽃게의 심정을, 울컥 쏟아지는 간장에 새끼가 다칠까 끌어안으며 죽어가면서도 새끼를 다독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시에서 작고 낮은 것들 편에 선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간격- 중에서

나무와 나무의 간격으로 비로소 유지되는 숲의 알레고리를 통해 사람의 관계를 표현한 시로 역시 가슴에 와닿는다. 산불의 현장에서 깨닫고 후회했던 일련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나방이 왔다 풍뎅이가 왔다 매미가 왔다
형광등 불빛 따라와서 모기장 바깥에 붙어 있다
오지 말라고 모기장을 쳐 놓으니까 젠장, 아주 가까이 와서
나를 내려다보며 읽고 있다

영락없이 모기장 동물원에 갇힌
나는 한 마리의 슬픈 포유류

책을 덮고 생각 중이다
저 곤충 손님들에게는 내가
모기장 안쪽에 있는가
바깥쪽에 있는가』

-모기장 동물원- 중에서

사물과 현상을 '낯설게 하기'에 충실한 시가 아닐까. 이런 시상이 떠오르기까지 모기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눈씨름 했을 장면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면서도 씁쓸해진다.   
  

주로 여류 시인과 작가들을 좋아하지만 이런 잔잔한 감수성을 녹여내는 남성 시인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이문재 시인과 안도현 시인을 좋아한다. 시로 인해 매일의 삶이 좀 더 의미 있고 깊이 있어진다면 내 행복의 총량도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아름다운 우리 시 한 페이지와 함께 따스한 하루 이어가시기를 빌어봅니다 ^^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생각과 일상을 공유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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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 Digital Nomad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이들을 유목민에 빗대어 일컫는 용어로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통해 고정된 업무 공간이 아닌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는 직업이라기 보다 생활 방식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오늘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노마드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출근 없이 일하는 회사,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닌 지극히 당연한 업무 환경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고 의료 발전으로 늘어난 수명까지 노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즘, 1인 기업의 인기와 함께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평생직장을 고집하기 보다 잡노마드 job nomad로 살아 보는 건 어떤지 권하는 책이 바로 이 책 <디지털 노마드>다.

일을 찾아 직장을 옮겨야만 하는 일종의 사회적 부작용 현상을 일컫는 '잡노마드'가 이제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직업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한동안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영국 남자>라는 채널을 구독하며 즐겨 보았다. 한국말 잘 하는 한 영국 남자가 외국인들에게는 낯선 한국 음식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먹여보고 다양한 리액션을 찍어 올린 것이었는데 재미도 있고 반응이 궁금해서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핫한 케이블  방송에 <영국 남자>라는 프로가 생긴다는 방송 예고를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본방송을 아직 보진 못 했지만 예고 방송에 흘러나온 것은 이미 오래전 유튜브로 보았던 익숙한 장면들이었고 등장인물은 정확히 내가 즐겨 보던 채널의 크리에이터였다. 취미가 일이 되고, 취미로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음을 피부로 느끼며 디지털 노마드 사회의 좋은 예를 목격한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누구나 명문대 강의를 안방에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 (코세라), 여행, 데이트, 출퇴근 등에만 부정기적으로 이용하며 유지비를 줄일 수 있는 자동차 렌탈 서비스 (쏘카), 내 소유의 집 없이도 방을 장기 렌트한 뒤 단기 임대하며 고가의 숙박비를 받고 원래 집주인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를 내며 차액을 벌어들이는 홈 렌탈 서비스 (에어비앤비), 그밖에 게임 방송을 통해 대신 게임해주는 유튜브 채널, 대신 먹어주는 먹방 개인 방송 모두 인터넷 사이트나, 특정 플랫폼, 앱 APP 등의 디지털 매체를 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고 있다.

앞으로의 변화무쌍한 시대가 불안 요소 가득한 암흑의 시대가 될지, 반대로 황금 같은 기회가 될지는 우리가 디지털 매체의 단순한 사용자로 남느냐, 아니면 수익을 남기는 이용자가 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 중에서도 이 책은 특히 디지털 '마케팅'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어 다소 아쉬운 면도 있었는데, 오래전 인터넷 쇼핑몰 창업 강좌에서 들었던 검색어 활용법을 마주쳐 새삼 반갑기도 했고, 수익이 높다는 티스토리의 구글 광고 활용법 등 익히 알려진 인터넷 활용 수익 창출 법과 그 외 제휴마케팅을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수익 통로를 보여주고 있어 마케팅에 특히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 경우 네이버 카페 개설하는 법, 페이스북 페이지와 그룹의 차이점과 개설 방법에 대한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유용한 정보들이 아주 많았네. ^^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은퇴 없는 일자리는 누구에게나 희망이 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나도 잡노마드의 꿈을 안고 달려야 하나... 코앞의 미래도, 막막한 노후도 걱정뿐인 밤을 또 보낸다. 두 번째 월급통장을 만들 날을 나 또한 기대하며 한 발짝 나아가야겠다.

 

-책 속으로


항상 보는 사람들만 보고 똑같은 말만 듣고 살게 되면 더 이상 발전 있는 삶이 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매달 몇 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지 세보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새로운 인생도 펼쳐지지 않는다. (59-60)

직장에 오래 버티며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해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 나 자신을 스스로 고용하지 않으면 평생을 끌려다니며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연봉과 가치가 매겨지게 된다. 끌려다니는 인생이 아닌 스스로 일을 찾아 미래를 만드는 인생을 살자. (62)

파도를 잘 타려면 파도 앞을 올라타야 한다. 지금 다가오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 보자. 세상에 없던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5)

페이스북에 16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여행에 미치다> 페이지는 3년 만에 국내 최대의 여행 커뮤니티가 됐다. 현재 각종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미디어 역할까지 하면서 여행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 자본 없이 본인의 여행 후기를 올리는 단순한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사업으로까지 연결된 모델이다. (...) 미팩토리의 '돼지코팩'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 콘텐츠가 고객들에게 입소문을 타 성장한 회사이다. (...)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매각되기까지 겨우 13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회사였다. (...)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직업, 새로운 매체를 접하면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한발 앞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 오히려 사람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것들에 시간을 투자하자. 그것이 머지않아 당신을 전혀 다른 곳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96-97)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신념, 무언가를 갖겠다는 신념. 이것은 거듭할수록 매우 강력해진다. 사람은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 이 믿고 있는 대로의 사람이 되어갈 수 있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신념이다. (117)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유명한 책을 쓴 로버트 기요사키의 저서 중에서 '돈의 언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다. 많은 사람이 영어는 공부하는데 돈에 관한 공부. 즉, 돈의 언어는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평범하거나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돈의 언어를 제대로 공부해서 기존의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것의 출발점은 바로 마케팅을 공부하는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구멍가게에서도 마케팅을 배워야만 물건을 많이 팔 수 있으며 충성고객을 확보하여 생계유지를 할 수가 있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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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은 모 아니면 도 일 수 있어 경계하는 편이지만 그때문에 제공되는 발췌부를 더 꼼꼼히 읽고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지 판단 하에 선택하므로 실패 확률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새롭지 않을 거란 우려와 달리 신선한 이론과 사례, 정곡을 찌르는 문구들이 결론적으로 내 안의 불안 요소와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동기부여해 해결 방안을 찾도록 사고의 전환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내게는 좋은 책이었다.

 

 

나는 환경이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다 말하는데, 정확히 사회 생활 전후로 성격이 180도 (지극히 부정적으로) 변한 케이스다.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감정을 낳았을 테고 그것이 무의식 중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  추락한 자존감으로 늪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 했다. 그토록 오래 내 상황의 모든 원인을 주변으로 돌리며 원망을 키우고 살았는데 달라진 것이 뭐란 말인가. 결국 이 캄캄한 늪에서 나를 건져올릴 수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뿐이었다는 걸 이제야 통감한다.

 

 

 3장의 목표설정법 파트는 통째로 외우거나 필사해두고 싶은 내용들로 가득했다. 책에서는 훈련으로 긍정적 사고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닌 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행동할 것, 목표를 설정할 땐 "-하지 말 것" 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피하고 무엇을 하라는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할 것, 기록하고 뇌를 비울 것 등을 요구한다.

 

 

실제인 것처럼 상상하는 것과 실제의 차이를 뇌가 구분하지 못 할 지도 모른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긍정적 상상이 내가 이미 이룬 경험 처럼 인식되어 자신감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인데, 오래전 유행한 시크릿이란 책의 논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 싶을 즈음, 우리가 막연히 기대하는 신비나 비밀은 없으며 '끌림의 법칙'은  목표에 대한 긍정적 확증편향을 신비롭게 표현한 용어일 뿐이라는 속 시원한 발언을 마주하게 된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긍정적인 것을 찾게 되고 부정적인 것을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읽은 시크릿덕에 막연히 상상하면 자석 처럼 좋은 것들이 달라붙을 거란 착오에 빠질 뻔했는데 '실제적 행동'이 없는 긍정적 상상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이 책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일이든 하면서 실제로 긍정적 사고를 뒷받침해야 한다.
즉 긍정적 일을 해야 한다.
(p.83)

 

 

 

 

글을 읽으며 내 부정적 습관들에 반하는 긍정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긍정적 행동을 하니 긍정적 결과를 경험하게 되고, 긍정적인 것들만 찾고 생각하게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실제로 행동을 취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p.110)

 

 

 

 


모든 일은 그저 일어날 뿐이다.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기를 원하는지 선택하는 것은 당신 자신에 달려있다.
(p.251)

 

 

 


주변에서 부정적 기운과 영향을 주었을 지언정 늪으로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 하는 건 나 자신에 원인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드디어 길이 보이는 듯하다.  언제나 긍정의 말이 가득 차 넘칠 수 있기를...

현실을 뚫고 나아갈 용기가 필요하다면, 나쁜 습관을 간절히 고치기 원한다면, 목표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원한다면, 긍정적인 사고를 습관화하는 법을 알고 싶다면  기꺼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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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 KBS <TV, 책을 보다> 선정 도서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송병선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아름다운 퇴장



2015년  3월 1일 (현지시간). 지구 반대편 남미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에서 개최된 대통령 이. 취임식이 전파를 탔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재임에 성공한 타바레 바스케스를 환영하는 한편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의 퇴임에 진한 아쉬움을 표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고 그를 스치는 인파는 열광에 출렁였다. 임기말 레임덕을 찾아볼 수 없는 65%의 높은 퇴임 지지율은 새 수장의 당선 지지율보다도 높은 것이었다. 우루과이에 연임 금지법이 없었다면 국민들이 그를 떠나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반응이었다.

이 땅에선 감흥을 자아낸 적 없던 행사가 반대편 저곳에선 어떤 연유로 슬픔 뒤섞인 환호의 장이 돼 버린 것인지 자못 궁금했다. 여러 영상들을 통해 시민의 인터뷰를 접하고 난 후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다.



" 대통령이요? 그는 제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제 스스로를 믿듯이요."

" 그는 우리가 가졌던 최고의 대통령입니다. 그가 퇴임하는 것이 슬퍼요. 타바레 대통령도 좋지만 페페는 페페잖아요."

  


무대에서 내려오는 대통령을 향해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국민이 있는 나라,

그리고 이러한 범국민적 신뢰를 이끌어낸 전례 없는 대통령에 바야흐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는 행복한 농부입니다



호세 무히카. 그의 이름 앞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따른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원하기에 도무지 만족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자신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우루과이 인물사전에 등록된 프로필에서 그의 직업은 농부(화초 재배인)이다.

 

 

 

그는 수식어 만큼이나 독특한 행보로 유명한 인물이다.



˚ 우루과이 대통령의 월급은 1,300만 원. 그중 90%를 사회 복지 단체와 시민 주택 건설, 소속 정당에 기부하고 국민 평균 임금인 80만 원으로 살아가는 대통령

˚ 정치인이 너무 많은 돈을 받는다며 국민들과 함께 낮아지기 원했던 대통령

˚ 동급인 프란치스코 교황 할아버지에게 '현자'의 칭송을 받고

˚ 인권을 기반한 입법 노력과 투쟁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 두 번 올랐으며

˚ 전 재산은 트랙터와 28년 된 구식 자동차, 그리고 농기구 몇 점. 가치로 따지면 1,500만 원. 상원 의원으로 있는 부인의 재산을 모두 합쳐도 부부의 전 재산은 2억 뿐이다

˚ 매일 저녁 대통령 궁에서 사라져 부인이 기다리는 농장의 비좁고 허름한 집으로 향하는 남자

˚ 주말이면 시장에 나가 손수 기른 국화를 팔고, 이웃집의 지붕을 고쳐주는 남자

˚ 더운 날엔 발목이 짧은 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나타나는 대통령

˚ 대통령궁을 노숙인에게 내어주자 제안하고

˚ 실무자보다 먼저 현장에 나타나 일을 처리하며

˚ 말이 많아서 언론 노출이 잦은 잔소리쟁이 

˚ 금의 환향하는 국가대표 축구팀이 보고 싶어서 공항 어느 구석에 축축한 모습으로 혼자 기다리는 대통령   

˚ 경호원과 고급 차를 거부하고 200만 원 짜리 낡은 경차를 보물인 듯 손수 운전하며

˚ 대통령이 아닌 pepe (페페. 애칭) 할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믿을 수 없겠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정치인이다.


혹자는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이 아니냐며 그의 남다른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곁엔 경제공황으로 파산한 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꽃과 작물을 내다 팔며 희생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 어머니를 도와 땅을 일구며 살아왔던 무히카는 그저 늘 있던 곳에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산 것뿐이었다. 단지 대통령 당선 전과 후가 다르지 않은 한결같은 사람이었을 뿐이다.    



" 나는 나만의 생활방식이 있다. 대통령이란 이유만으로 이를 바꾸진 않을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부족할지 몰라도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벌고 있다. 그러니 이것을 희생이라 말할 수 없다. 이것은 의무이다."


" 흙덩이는 완벽한 실험실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정교해서 인간이 도저히 흉내 낼 수도 없습니다. 흙은 글을 쓰거나 읽을 줄 모르기 떄문에 성스러울 수 있습니다. 인간도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성스러운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글을 모르는 사람처럼 됩니다."


 

 


행복을 역설하는 철학가



" 내가 무언가를 살 때 그것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 시간에 대해 인색해져야 한다. 시간을 아껴서, 정말 좋아하는 일에, 우리에게 힘이 되는 일에 써야 한다."

 

 

행복에 쓰기 위해 시간에 인색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울리며 남다르게 다가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무히카 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열네 살에 투사의 삶을 선택한 어린 무히카는 독재정권에 맞서 가난한 이들 편에서 싸우며 끝이 보이지 않는 고독과 두려움 앞에 긴 세월을 바쳐야만 했다. 여섯 번의 총상과 혹독한 고문을 견디며 동료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 생사를 건 두 번의 탈옥, 그리고 13년의 외로운 수감생활. 그 오랜 고초 후에 자유의 몸이 되거든 기필코 땅으로 돌아가겠노라고 자위하며 어둠을 삼켰던 그는 그렇게 독방 한구석에서부터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에 집착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 인생은 기적이다. 인생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다."

" 내 라이프 스타일은 나의 상처가 낳은 결과이다."



눈치 보지 않는 소신으로 숨김없고 직설적인 화법이 인상적인 그는 한편으로 풍부한 은유를 구사할 줄 아는 시인이자 철학가와 같았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놀라운 행보만큼이나 대중의 입에 끊임없이 회자되며 희망이 실종된 세상 가운데 많은 이의 가슴속에서 살아갈 용기와 울림이 되어주고 있다.  



 

그 거리에 나도 있었네




가제본으로 만난 그의 책은 새로운 경험만큼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그의 육성이 대거 수록된 평전이었기에 한 문장도 흘리고 싶지 않았고 한 단어도 가벼이 넘기지 않았다. 우루과이의 정세를 몰랐던 내게 가벼운 공부는 그만큼 확실히 내용의 이해를 도왔다. 원문을 보진 못 했지만 번역의 수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을 만큼 훌륭했다. 책에 낙서가 많다는 짝궁의 말은 귓전으로 듣고 긴 밤을 하얗게 태우며 그렇게 나는 판도의 어느 퇴각로에서, 몬테비오의 어느 술집에서, 푼타 카레타스 교도소의 땅굴 속에서, 키 본 술집이 있던 하수도 관에서 그와 함께 가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곳곳에 넘치는 명언과 아름다운 은유로 맞이한 아침은 실로 가슴 벅차기까지 했다.

 

 

 

 

 

투사의 삶



"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은퇴란 없을 것입니다. 내가 상원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서가 아닙니다. 투사의 삶의 중독돼 있어서입니다. 나는 14살에 투사가 되었고 지금도 그 일을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거리의 투사에서 정계의 투사로 평생을 무언가와 싸우며 살아온 굴곡진 삶과는 다르게 그는 사람의 온기와 배신하지 않는 흙을 사랑하며 스스로 행복을 빚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끝나지 않는 투사의 삶은 인본(人本)에 요동치는 가슴이 있어 가능한 것이기에 대립돼 보이는 가치를 끌어안고 사는 그의 삶은 기실 전혀 어긋남이 없는 것일 테다.


인기에 영합하기는커녕 가톨릭 국가인 우루과이 내에서 상상도 못 할 사안들을 꿋꿋하게 추진하던 그가 무대를 내려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말로 그렇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권위를 주워 담지 않으려 했다.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의 품격




" 일자리를 만들어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세금을 낼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합니다. 정부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 돈이 많은 사람은 사치스런 삶을 살면서도 더 많은 것을 욕망합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


" 가난한 자는 힘든 일을 하면서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 위기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가치'의 문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뒤늦게나마 세계는 빈부격차 문제와 차별, 자본주의의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고 진정한 가치 아래 몸을 낮추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호세 무히카와 같은 남다른 리더들의 말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부에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다. 소득 불평등으로 세계 경제 시장이 위기이다. 정부에 의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골드만 삭스 자산운용社 짐 오닐 회장



호세 무히카는 검소한 삶과 인권의 가치를 역설하며 몸소 실천한 것으로 대외적으로도 높은 평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루과이 국민들이 무히카 대통령에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은 단순히 그의 검소한 생활방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집권 이후 우루과이의 빈곤율은 크게 떨어지고 소득은 증가해 매년 5%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니, 불평등 해소를 위해 싸운 무히카 정부의 성공적인 재분배 예시가 얼마 전 서평을 마무리했던 <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희망적인 대목이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련의 골치 아픈 사건들로 떠들썩한 국내 정계의 모습이다.  

지도자의 청빈이라는 가치가 갈수록 희미해지는 때에 대통령 무히카의 삶을 깊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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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 에세이 요리

 


북 21 (21세기북스)에서 선물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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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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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세 번째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가슴 한 켠 가둬둔 아픔이 없는 사람 있을까마는, 방 어느 구석에 꼬깃하게 뒹굴었을 말라붙은 휴지조각을 기어이 찾아 꾹꾹 눌러 지워낸 잔해를 또다시 대면해야 하는 시인의 숙명은 얼마나 가혹한가. 마루 밑에 굴러 들어간 실타래처럼 실마리를 당길수록 더 깊이 숨어버려, 고양이 발길질이라도 없다면 제 손으로 찔러야 했을 통점.



차가운 윗목에서 애달프게 몸부림치던 <앤디 워홀의 생각> 속 그녀는 어디로 숨은 걸까.



<뒷모습>이후의 8년. 거북이 헐거운 항문으로 온 힘 다해 생을 떨구듯 그렇게 온몸으로 버텨낸 문장들을 하나 둘 떨구어냈을 시간들.

생에 대한 담담하게 관조적인 시선이 인고의 훈장으로 다가오기보다 도리어 애잔하게 가슴 시린 건 왜일까.


 

"적당히 들켜줄 걸 그랬어"



꼭꼭 숨은 벽 뒤에서 누군가 제 몸 건드려주길 기다리며 슬픈 당신들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고 있진 않았을까.

고속도로로 뛰어들고야 만 고라니의 심정을 캐고 있진 않았을까.


 

아픔이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당신 덕분에, 내 부은 눈에 당신께서 썰어 올려준 생감자 덕분에

나 오늘 뿌리에 한가득 엉긴 흙덩이를 한결 덜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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