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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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세 번째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가슴 한 켠 가둬둔 아픔이 없는 사람 있을까마는, 방 어느 구석에 꼬깃하게 뒹굴었을 말라붙은 휴지조각을 기어이 찾아 꾹꾹 눌러 지워낸 잔해를 또다시 대면해야 하는 시인의 숙명은 얼마나 가혹한가. 마루 밑에 굴러 들어간 실타래처럼 실마리를 당길수록 더 깊이 숨어버려, 고양이 발길질이라도 없다면 제 손으로 찔러야 했을 통점.



차가운 윗목에서 애달프게 몸부림치던 <앤디 워홀의 생각> 속 그녀는 어디로 숨은 걸까.



<뒷모습>이후의 8년. 거북이 헐거운 항문으로 온 힘 다해 생을 떨구듯 그렇게 온몸으로 버텨낸 문장들을 하나 둘 떨구어냈을 시간들.

생에 대한 담담하게 관조적인 시선이 인고의 훈장으로 다가오기보다 도리어 애잔하게 가슴 시린 건 왜일까.


 

"적당히 들켜줄 걸 그랬어"



꼭꼭 숨은 벽 뒤에서 누군가 제 몸 건드려주길 기다리며 슬픈 당신들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고 있진 않았을까.

고속도로로 뛰어들고야 만 고라니의 심정을 캐고 있진 않았을까.


 

아픔이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당신 덕분에, 내 부은 눈에 당신께서 썰어 올려준 생감자 덕분에

나 오늘 뿌리에 한가득 엉긴 흙덩이를 한결 덜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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