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엔 내쉬는 숨결 속에 자기 이름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 있었지. 그는 그들이 저기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밀정보망, 비밀외교 루트, 전문가들, 군 소속인물들, 그는 세계 테러체제라는 새로운 문화 속으로 던져진 것이었고, 그들은 그에게 제2의 자아, 하나의 영생, 장 끌로드 쥘리앵의 정신을 주었다. 그는 컴퓨터 정보처리 장치 속의 디지널 모자이크였으며 마이크로필름에 새겨진 유령처럼 생긴 활자의 획들이었다. 그들은 그것들을 조합하여 그의 데이터를 불가사리 모양의 위성에 저장하고 그의 이미지를 달에다 반사시켰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죽음을 지나 먼 우주의 변방으로 흘러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이제 자신의 육신은 망각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제 파동 속으로 사라져 컴퓨터 회로를 위한 또 하나의 약호, 너무 의미가 없어서 해결할 필요도 없는 미미한 범죄의 기억이 되버렸다. - P172
"이 모든 일이 너무도 믿기가 어려워서 나는 도대체 믿을수가 없네."
"하지만 우리는 믿고 있지 않나. 믿어야만 하기도 하고, 논리나 자연법칙에 결코 위배되지는 않을 테니 말일세. 피상적인 의미에서만 믿을 수가 없을 뿐이지. 피상적인 사람들만 믿을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지. 자네와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 우리는 현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잖나. 한 인간이 방 안에 앉아서 하나의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이 세상 속으로 붉게 퍼져나가는 거지. 모든 생각이 다 허용되는 거니까. 게다가 사고와 행위 사이에 도덕적, 공간적 구분이 이젠 더이상 존재하지도 않으니까." - P201
(...) 불명료하고 과포화된 사회에서는 테러가 유일하게 의미있는 행위입니다. 모든 게 너무 많아졌고, 우리가 천번의 생애를 되살면서 음미해도 남을 만큼 메씨지와 의미들이 도처에 널려 있지요. 무기력-히스테리아. 역사가 가능한가요?
진지한 사람은 어디 있지요? 우리가 누굴 진지하게 여기는가요? 신앙을 위해 죽이고 죽는 죽음의 신도밖에 없지 않습니까. 다른 모든 것들은 흡수해버리지요. 예술가도 흡수돼버리고, 길거리의 광인도 흡수돼서 관리되고 편입돼버리지요. 돈 몇푼 집어주고 텔레비전 광고에 내보내니까 말입니다. 테러리스트만이 체제 바깥에 서 있지요. 문화는 아직도 테러리스트를 동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겁니다. 그들이 선량한 시민을 죽이면 혼란이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들이 주목을 받기 위한 언어, 서구세계가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가 아닌가요.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보는가는 그들의 방식으로 결정하지요. 끝없이 쇄도하는 이미지의 물결을 지배하는 그들의 방식을 보십시오. - P240
"내가 왜 소설의 가치를 믿는지 아시오? 그건 소설이 민주적 함성이기 때문이지. 누구나 위대한 소설, 하나 정도의 위대한 소설은 쓸 수가 있소. 길거리의 아마추어라도 말이오. 난 이걸 믿소, 죠지. 이름없는 막노동꾼이나 꿈도 하나 키우지 못한 무법자라도 앉아서 자기 목소리를 찾을 수가 있고 운이 좋으면 소설을 쓸 수도 있는 거지. 천사 같은 그 뭔가가 우리 입을 벌어지게 한단 말이오. 재능의 물보라, 생각의 물보라. 모호함, 모순, 속삭임, 암시. 이게 바로 당신들이 파괴하려는 것들이란 말이오."
그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소설가는 재능을 상실하면 민주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 누구나 볼 수가 있으니까, 세상에 백일하에 드러난 희망이 없는 쓰레기 산문을 말이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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