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하고 내게 이아생트가 속삭였다.
"우리 둘이 벨뛸로 올라가야겠어. 널 데리러 갈게."
그 애는 내 곁에 바짝 다가서 있었지만 난 그 애 얼굴 윤곽을 알아볼 수 없었다. 겨우 희끄무레한 빛뿐. 그러나 그 애는 건초와 금작화, 그리고 젊은 피의 냄새를 풍겼다.
"콩스탕탱." 하고 그 애는 내게 말했다.
"난 이제 무섭지 않아...... 그만 돌아가......"
우리는 아무 탈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대번에 깊디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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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꽃같은 프라우 엘제를 본다. 그 불꽃은 세상사에 타버리고 죽어 가더라도 우리 모두를 비춘다. 와인이 우리의 핏속에 녹아들어 사라지듯이. 아름답고도 먼 그녀. 그리고 고독한 그녀... 이 마지막 말이 그녀의 가장 불가사의한 미덕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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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규칙들은 순수하게 이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관습화된 사회적 실천 곧 제도들이다. 결혼은 일반 규칙이지만, 문학 장르, 입양, 과세, 예술에 대한 좋은 취향도 일반 규칙이다. 일반 규칙들의 기능은 인위적으로 조제된 사회성을 통하여 본연적 공감을 확장하는 것이다. 들뢰즈에게, 이 설명의 결정적 특징은 그것이 적극적positive이라는 점이다. 사회는 이기심을 제약하거나(홉스), 자연적 인간 자유를 억지하기(루소)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임을 의미하는 것이 확충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창조하기 위해서 기능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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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비밀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박세형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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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이 문학적인 피조물들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 P95

문학은 철통같은 기계입니다. 작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죠. 때로는 작가라는 게 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문학에게는 훨씬 거대하고 강력한 적이 따로 있고, 결국에는 그 적이 문학을 정복하고야 말 것입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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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활짝 웃어 보였다.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막아 버렸다. 예전에 말할 수도 있었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들 중에서, 나는 이미 멀어져 간 정든 단어 하나를(내가 원하지 않았던, 다시 말해 듣고 싶지 않았던)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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