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헌신은 겉치레란 말인가요?"

"우리의 겉치레가 헌신이죠. 누군가는 믿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우리가 진실한 믿음과 진실한 신앙을 고백하는것 못지않게 우리 삶은 진지해요. 믿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수록, 사람들은 누군가 믿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 어느때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해요. 토굴에 사는 눈빛 형형한 사람들, 검은 옷 입은 수녀들, 묵언 수행하는 승려들을 말이죠. 우리는 믿는 일을 하도록 남겨졌어요. 바보나 아이들도 그래요. 믿음을 저버린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의 존재를 믿어야만 해요. 그들은 자신들이 믿지 않는 게 옳다고 확신하지만, 믿음이 완전히 시들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죠.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가 바로 지옥이니까요. 믿음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있어야 해요. 바보들, 천치들, 환청을 듣는 사람들, 방언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우리는 당신네들의 미치광이예요. 당신네들의 불신을 가능하게 하려고 우리는 우리 삶을 포기하죠. 당신은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면서도, 누구나 당신처럼 생각하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바보들이 없다면 진실도 없어요.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고 촛불을 밝히고 성상 앞에서 건강과 장수를 비는 우리는 당신네들의 바보요, 당신네들의 미친 여자예요." - P5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