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로 보는 중국역사
김지환 지음 / 학고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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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유럽에서는 ˝문명의 진보˝를 상징하는 문명의 이기로서 칭송받던 철도였지만 중국인들에게 철도의 도입은 그리 유쾌한 것이 못되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국에 철도 부설권 및 운영권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였는데 이는 자국의 군사, 상품 운송을 수월히 하고, 타국의 군사, 상품 운송을 통제해 중국 내에 자국의 세력권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이다.
특히 이 책은 만주에서 있었던 일본-러시아 간 패권 경쟁에 많은 내용을 할애한다. 철도를 둘러싼 러일 간 패권 경쟁이 러일전쟁을 잉태했고, 러일전쟁의 승전으로 인해 획득한 남만주 철도를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는 만주사변,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초창기에는 제국주의 세력들에게 철도에 대한 이권들을 빼앗기기만 했던 중국이지만 신해혁명 이후 민족주의 운동이 거세지면서 철도국유화 움직임이 보인다. 이는 중국 내에 많은 이권을 가지고 있었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불만을 불렀고, 그 중에서도 남만주를 넘어 북만주로까지 철도 이권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던 일본의 불만이 컸다.
일본이 중국의 철도 국유화에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중국은 일본 철도들에 대한 평행선들을 건설, 싼 운임을 이용한 만주 내 일본 철도들의 이익을 떨어뜨렸고, 마침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웠던 일본은 이를 큰 위기로 간주해 결국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완전히 자신의 세력권 내에 두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만주사변 이후 소련이 자신의 소유였던 중동철도(동청철도)를 만주국에 판매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일본은 쇼와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안유지법을 통해 공산주의 이념을 적대시했다. 그런 일본에게 소련이 자신들이 만주에 가지고 있던 이권을 상징했던 ˝중동철도˝를 판매한 것은 2차대전 초기 독일과 소련이 불가침조약을 맺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것만큼이나 불가사의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놀라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1909년 간도협약에 의해 일본에게 부설권이 주어진 길회철도가 사실상 중동철도의 평행선이었기 때문에 이윤이 계속 감소하고 있었다는 점, 중국 내의 철도국유화 운동에 의해 소련이 언제까지 중동철도를 보유하고 있을지 불확실했다는 점, 소련이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는 점 등을 들며 소련에게 있어 일본이 왜 매력적인 거래상대로서 보일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한다.
경제와 외교에 있어선 국가 간 감정이나 이념 간 대립보다도 실리가 우선되는 것이 역사가 움직이는 원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최근 중국에 건설되고 있는 고속철도 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다. 20세기에 ˝외세의 침략˝을 상징해오던 철도가 21세기 중국인들에게는 ˝조국의 부국강병˝이라는 희망 찬 개념으로 접근해 올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21세기 중국인들에게 있어 철도는 어떤 것이 될 것인가? 중국사를 공부하는 이로서 앞으로의 중국 철도의 행보가 기대된다.



아쉬운 점:
1.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책에 몇몇 오자가 보인다. 특히 연도 표기에서 1800년대를 자꾸 1900년대로 표기하는 오류가 종종 보인다.
2. 일관성 없는 고유명사 표기 원칙이 아쉬웠다. 어떤 쪽에서는 고유명사를 한글로 표기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고유명사를 한자로만 표기하는데 책을 읽는내내 종종 혼동을 주는 점이었다. 특히 일본의 지명이나 일본인 인명은 한자로만 표기하지 말고 한글로 표기하든지 아니면 가나 표기를 해주었으면 한다 일본어 한자는 단어마다 읽히는 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3. 1935년 소련의 중동철도 매매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의 중국 철도사에 대해서 실려 있지 않다. 현재 중국 고속철도 사업 현황이 마지막에 나오지만 갑자기 1935년에서 2014년으로 책에서 서술하는 시간대가 바뀌니 마치 중간에 무엇인가 빠진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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