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집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20
히포크라테스 지음, 여인석.이기백 옮김 / 나남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히포크라테스는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학파가 남긴 글들은 60여개에 이른다고 하며, 이 책에서는 유명한 선서(Orkos) 외에도 <공기,물, 장소에 관하여>, <신성한 질병에 관하여>, <전통의학에 관하여>,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등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대표적인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오늘날 의학의 관점에서 히포크라테스의 글을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히포크라테스 학파가 인간의 질병을 설명하는데 썼던 사체액설의 비과학성은 말할 것도 없고, 발작이 바람의 변화에 의해 생긴다는 구절은 우리를 아찔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의 글들은 의사학(醫史學)적인 목적 외에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 비록 근대 과학의 발전 이전의 의학이라 지식들이 과학에 근거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들은 항상 지적 탐구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들은 모든 질병을 신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경계했으며 그들 스스로 납득이 갈만한 이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그들의 탐구 자세는 철학자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었다. 철학자들은 환자를 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지만,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의사들은 직접 환자와 마주하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쌓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이론을 정립해 나갔다.
비록 그들의 이론은 오늘날에는 폐기되어 쓰이지 않지만,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심, 그리고 인본주의적 탐구 자세만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렇기 때문에 2500년 전에 쓰여진 이 텍스트들이 낡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고전(古典)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스키타이 남자 중 많은 이들이 성적으로 불구이다. 그들은 여자의 일을 하고 여자처럼 말을 하는데 이들을 아나리에이스(Anarieis)라고 부른다. 그 지역 사람들은 원인을 신에게로 돌리고 이런 사람들을 숭배하고 경의를 표하지만, 그것은 그들 각자가 자신이 그렇게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질병들은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신적이며, 어느 것도 다른 것보다 더 신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고, 모든 질병은 다 유사하며 다 신적이다. 이러한 질병들 각각은 자연적 기원을 가지며 어떤 질병도 자연적 기원 없이 생겨나지 않는다.

어떤 의사들과 지자들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자는 누구든 의술을 알 수 없고, 사람들을 제대로 치료하고자 하는 이들로서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철학에 속하는 것이다.

(중략)

의술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통해서도 [인간의] 본질에 관해 확실한 것을 알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온전하게 의술 자체를 제대로 파악할 때이고, 그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탐구로 내가 뜻하는 것은 인간이 무엇인지, 어떤 원인에 의해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 밖의 것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