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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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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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쓰려면 생각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p17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이를테면 고통. p44~45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05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누넹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오른쪽 어깨 위, 스웨터 올 사이로 가칠가칠했던 아마의 두 발이 떠오른다. 내 왼손 집게손가락을 횃대 삼아 있던 아미의 가슴털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아보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p109

모르겠다. 이것이 죽음 직전에 일어나는 일인지.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결정이 된다. 아무것도 더이상 아프지 않다. 정교한 형상을 펼친 눈송이들 같은 수백 수천의 순간들이 동시에 반짝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모든 고통과 기쁨, 사무치는 슬픔과 사랑이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동시에 거대한 성운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빛나고 있다. p137~138

무섭지 않았어. 아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 고통인지 황홀인지 모를 이상한 격정 속에서 그 차가운 바람을, 바람의 몸을 입은 사람들을 가르며 걸었어. 수천개 투명한 바늘이 온몽에 꽂힌 것처럼, 그걸 타고 수혈처럼 생명이 흘러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심장이 쪼개질 것같이 격렬하고 기이한 기쁨속에서 생각했어. 너와 하기로 한 일을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고. p318

데려온지 한참이 지난 책,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내겐 너무 힘든 책이었던 탓인지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도 그때의 강렬했던 문장들과

피냄새가 나는 것 같아 몇번을 읽다가 덮었다.

마음이 힘든 책을 굳이 읽어야할까도 싶었지만

그 다음이 또 그 다음이 궁금해서 꾸역꾸역 읽어냈던 것 같다.

난, 그 시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체류탄이 도서관에서까지 터지던 그날,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학교를 빠져나오던 날도

나는 무관심으로 일괄했던 것 같다.

책때문은 아니겠지만,

요즘 잠 못드는 밤이 많아져서

따로 약처방을 받았다.

마음의 병

불면증

.

.

.

여기까지만 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즐거운 책만 읽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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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명상록 - 마음의 평화를 찾는 가장 쉬운 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필로소피랩 엮음 / 각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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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모든 사람이 읽었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철학서는 더욱 그러한데, 난해한 용어와 문장, 그리고 시대적 맥락의 차이가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시 『명상록』을 펼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질문들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초역 명상록』은 로마 제국 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을 위해 남긴 사색의 기록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초역'이라는 이름처럼, 원문의 본질은 지키면서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삶에 깊게 스며들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아우렐리우스는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본 인물이다. 전쟁, 전염병, 반란, 음모가 끊이지 않았던 혼란의 시대에도 그는 매일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늘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는가?" "남의 악행에 흔들리지 않고 내 원칙을 지켰는가?" "죽음을 앞둔 지금, 후회 없이 살고 있는가?"

『초역 명상록』은 한 인간으로서, 또 제국을 이끈 황제로서 아우렐리우스가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한 기록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도, 아니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더욱 절실한 이야기를 전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래서 『명상록』을 읽는다는 것은, 철학이 삶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직접 느껴 보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멀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잘 사는 법'을 찾는 도구로서의 철학을 말입니다. 특히 아우렐리우스가 탐구했던 스토아 철학은 일상의 감정과 태도를 다듬는 데 초점을 둔 실용적인 학문으로, 오늘날에도 쉽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렇듯 『명상록』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는 살아 있는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p6~7

걱정을 버린다

과거의 일은 이미 끝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직 현재만이 당신의 통제 아래에 있다. 그러니 모든 걱정을 한꺼번에 짊어지지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마음의 평화를 지켜라. [명상록 제8권 36장]

걱정은, 이미 지나가버린 일과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마음속 방황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붙잡고 끊임없이 마음을 소모하지요.

하지만 그 어떤 걱정도 과거를 바꾸지 못하고,

미래를 보장해 주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진짜로 손댈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입니다.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성실히 임하는 것만이

불확실한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걱정은 오히려 행동할 힘을 앗아갈 뿐입니다.

마음이 불안할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현재에 머무는 습관이 들면, 막연한 점차 잦아들고

평온과 명료함이 자리 잡기 시작할 것입니다. P18

자연이 알려 주는 미니멀리즘

자연은 자기가 가진 것만으로 만족하고, 더 많은 것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자연은 낡고 쓸모없어진 것들을 버리는 대신,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켜 다시 활용한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완전한 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명상록 제8권 50장]

자연을 천천히 관찰해 보세요.

강물은 자연스레 흘러 바다로 돌아가고,

계절이 바뀌면 나무는 잎을 내려놓습니다.

아무런 집착도, 저항도 없이 말이지요.

이와 달리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복잡해졌을까요?

필요 이상의 물건들로 공간을 채우고,

쓰지도 않을 값비싼 소유물을 위해 더 큰 집을 찾습니다.

옷장 속 입지 않는 옷들,

서랍 속 쓰지 않는 도구와 수집품들,

마음속 쓸모없는 걱정들처럼,

당신의 삶에서 과잉을 덜어 내고 본질만 남겨 보세요.

자연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P58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경솔함과 위선을 버리고, 마치 지금이 최후의 순간인 것처럼 행동하라. 그렇게 살 때에야 비로소 마음은 진정한 휴식을 얻는다. 신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 이상은 아니다. [명상록 제2권 5장]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충동적인 결정과 가식적인 행동을 내려놓고,

진심과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면,

불필요한 걱정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집착은 자연스레 흐려집니다.

겉치레와 허영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되지요.

외부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화,

그것이야말로 죽음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현명한 삶의 비결입니다.

삶은 복잡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단순합니다.

이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그 외의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P148





벌써 2년...

지난주 초음파와 3D영상 검사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다녀왔다.

걱정했던 결과는 모두 이상없음! ㅠ.ㅠ

갱년기이후 모든 여름이 힘들었지만

이번 여름은 덥기도 너무 덥고 평소보다 맥박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려 잠들기가 힘들었는데

의사샘은 단호하게 타목시펜 때문은 아니라며

불안이나 걱정이 있어서일꺼라는 말씀과 함께

평소처럼 타목시펜과 비타민D를 처방해 주셨다.

앞으로 남은 3년 잘 지내보자라는 다짐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찾는 가장 쉬운길

초역명상록'을 읽고 있다.

1.감정을 다스린다

2.다른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다

3.가진것에 만족한다

4.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간다

5.생각과 행동을 바르게 한다

6.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

7.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인다

8.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감정을 다스린다'로 시작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로 끝나는

총8부로 나누어져 있는 책에는

걱정은, 이미 지나가버린 일과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마음속 방황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끊임없이 마음을 소모하지만

그 어떤 걱정도 과거를 바꾸지 못하고,

미래를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본성에 충실히 살아가는 것...

앞으로 내가 살아갈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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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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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애란이 『바깥은 여름』 이후 팔 년 만에 새 소설집으로 돌아왔다. “사회적 공간 속을 떠다니는 감정의 입자를 포착하고 그것에 명료한 표현을 부여하는 특유의 능력을 예리하게 발휘한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2022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홈 파티」와 2022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좋은 이웃」을 비롯해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된 『안녕이라 그랬어』는 강력한 정서적 호소력과 딜레마적 물음으로 한 세계를 중층적으로 쌓아올리는 특장이 여전히 발휘되는 가운데, 이전보다 조금은 서늘하고 비정해진 김애란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소설집의 주인공은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희곡 속 사건은 ‘초대’와 ‘방문’, ‘침입’과 ‘도주’로 시작됐다”(「홈 파티」, 42쪽)라는 소설 속 표현처럼, 이번 책에서는 인물들이 누군가의 공간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곳은 집주인의 미감과 여유를 짐작하게 하는 우아하고 안정적인 공간이거나(「홈 파티」), 값싼 물가와 저렴한 체류 비용 덕분에 한 달 여행이라는 “생애 처음으로 누리는 사치”를 가능하게 하는 해외의 단독주택이다(「숲속 작은 집」). 또는 정성스레 가꾸고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새 집주인을 위해 이사 준비를 해야 하는 전셋집이거나(「좋은 이웃」), 회사를 관두고 그간 모은 돈을 전부 털어 문을 연 책방이기도 하다(「레몬케이크」).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그곳이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으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삶 그 자체와 같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방 한 칸’이 가지는 의미를 남다른 통찰력으로 묘사해온 바 있는 김애란에게 어떤 공간은 누군가의 경제적, 사회적 지표를 가늠하게 하는 장소이자 한 사람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긴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장소이다. 때문에 이번 소설집에서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은 서로의 삶의 기준이 맞부딪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달리 말하면 나로 살아온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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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정말 타인을 시시콜콜 판정했는데...' 지난 세월, 시간의 물살에 깎이고 깨지며 둥글어진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이십여년간 이연이 여러 인물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며 깨달은 사실은 단순했다. 그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해와 갈등이, 드라마가 생겼다. p23~24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 p39~40

실제론 내게 별 관심 없는 이들에게 내 인생을 매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의 활력소처럼 가볍게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삶의 권태를 어느 정도 그렇게 견디는 것뿐이라고 여기려 애썼다. 자기 방의 벽지를 바꿀 수 없을 땐 남의 집 현관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되니까. 그게 남 뒷얘기 하는 이들 못지않게 속물적인 태도란 걸 알면서도 그랬다.p78


물론 나이들어 좋은 점도 있었다. 젊은 시절 여기저기 빵가루처럼 지저분하게 흘리고 다닌 말과 마음들, 담백하지 못한 처신들,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낸 뒤 엄습한 부끄러움 같은 건 이제 많이 줄었으니까. 경험이 많다는 건 ‘경험을 해석했던 경험’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냄새는, 헛구역질이나 트림은 ‘해석’이나 ‘의지’로 잘 막아지지가 않았다.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거였다. 기태는 자신이 늙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안다 믿었던 것조차 실은 아는 게 아니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p175~176

고통이 나를 압도할 때 나는 일부러 집밖으로 나가 수백 년 된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엄마 아빠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듯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공원을 지나간다. 마치 거길 다 통과하면 내가 더 자라나기라도 할 것처럼. 그런 뒤 집으로 돌아와 세상에 고통을 해결해주는 자연 따위는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곤 이미 아는 걸 한번 더 깨달으려 다음날 다시 같은 장소로 나간다. 내 고통에 무심한 자연 앞에서 이상하게 안도한다. p204

‘삶은 대체로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의 어쩔 수 없음, 그 빤함, 그 통속, 그 속수무책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인생의 어두운 시기에 생각나는 건 결국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고 했다.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 싫증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p249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 앞에서 매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마치 살면서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p250

한국어가 모어가 아닌 이가 건넨 정중한 문장이라 한국의 그 어떤 행정 언어나 법률 언어보다 더 정직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던 말. 그제야 지수는 자신이 그동안 누군가로부터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더불어 그 답 또한 얼마나 기다렸는지도. 하지만 대답 따위 아무도 들려주지 않을 테지.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지수가 절망적인 얼굴로 뭔가 결심한 듯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방금 전 낙숫물에 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이 집에 일부러 흘리고 간 단어마냥 툭툭. 안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지수의 두 뺨 위로 빗방울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p293~294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

'안녕이라 그랬어'

내게 온지는 좀 되었는데 다른 책에 밀려 오늘에서야 꺼내 들었다.

집에서부터 읽기 시작해서 지금은 별다방이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비 좋아하는 아줌마로 궁금했던 '빗방울처럼'을

방금 읽었다. 내가 생각했던 빗방울과는 사뭇 달랐지만

빗물같은 눈물이 뭔지 알 것 같아서

울적한 마음이 든다.

이번 책은 집과 방,

공간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한때 로망이기도 했던 해외에서 한달살기

선도지구로 선정될만큼 낡은 아파트에서

삐그덕 거리며 안열리는 문과 싸우며

십년후쯤엔 나도 최신식(?)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행복하기보단 왜 이리 아픈건지.... ㅠ.ㅠ

비가와서인가보다.

내일은 좀 괜찮아지길...

마치 누군가 이 집에 일부러 흘리고 간 단어마냥 툭툭.

안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부디 살라고 얘기하는 물소리가.

지수의 두 뺨 위로 빗방울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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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자는 고백 - 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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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작가와 명사 37인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났다. 책발전소 ‘이달의 큐레이터’ 레터로 책발전소북클럽 회원들에게만 유료로 발송되고 봉인되었던 작가들의 책편지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작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한 권의 책을 살려내고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썼던 책편지들에는 작가들의 책과 인생에 대한 특별한 시선과 애정이 스며 있다.

책발전소북클럽의 대표이자 엮은이 김소영은 책 서두에 길고 곡진한 편지 한 통을 새로 쓰며, 왜 이런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북클럽을 시작했는지, 왜 작가들에게 편지라는 형태로 책과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 그리하여 이 편지들이 그 자신의 인생과 삶에 어떤 힘과 용기와 계기로 자리잡았는지를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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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른의 삶과 아이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행복 또한 어른의 행복과 아이의 행복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아주 단순하게 이해해서, 즐겁고 신나고 재밌고 맛있으면 행복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행복의 조건은 그것보다 더욱 단순합니다. 어른들은 일단 마음속에 걱정거리가 없어야 행복합니다. 마음에 에걸리는 것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의 평안이자 행복이라고들 하지요. 이것이 바로 어른의 삷이요 행복의 조건인 것이죠. p39~40

첫 마음, 이라는 간결한 의미의 두 음절에 불과하지만 왠지 저에게는 매우 다채롭고 복잡한 단어처럼 느껴집니다. 처음을 대할 때 인간이 으레 품게 되는 설렘과 두려움, 신체적 긴장까지 모두 포괄한 표현이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어느덧 7년차 작가가 되어 글쓰기가 노동의 동의어가 되어 버렸지만 처음 작가가 되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신인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벨, 처음 소설을 발표할 할때의 설렌, 첫 원고료를 받았을 때 온몸에 퍼지던 따땃한 온기... p91

일상은 아무리 즐거워도 너무나 자주 권태롭고, 이따금 떠나는 여행은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 밖은 아니고,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라도 완전히 이해 할 수 있는 관계는 없어서 우리의 의이해와 경험은 여전히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데요. 그럴 때, 아니 니그래서 필요한 것이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늘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p110~111

앞으로도 저는 끊임없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제가 왜 많은 걸 경험하고 싶어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 경험들이 어떻게든 제게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만 있을 뿐입니다. 경험이 쌓이고 쌓여 그 언젠가 이들이 제게 어떠한 답을 해주겠죠. 어쩌면 저 역식 편지를 통해 여러분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76

여기 이 인물들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우리의 인생, 삶은 단 한 번뿐이며 시간은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가혹한 전제조건 위에서 때론 혼잣말하듯 때론 고백하듯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죄책감과 씁쓸함이 삶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비춥니다. 인생은 이토록 알 수 없는 일투성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우리로서는, 묵묵히 먹먹히 따라 읽어갈 수 밖에요. '그때 만약 ~했더라면'의 시차가 주는 아득함을 함께 누려주세요. p258

어제는 비교적 안깨고 잠을 잘자서인지

오늘 컨디션은 좋았다.

그래서인지 공황약을 다시 먹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이젠 그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날 불안하게 했던 기말시험도 끝나고

시험뒤로 미뤄두었던 약속도 이제 어느 정도 끝나고

아! 그리고 여행 떠난 꼬맹이까지 무사히 돌아와서인지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정리할 마음도 생긴다.

37편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편지...

베스트셀러들이 살짝 시큰둥 해지는 시기여서인지

필자들이 정성껏 소개한 책한권 한권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글 잘쓰는 사람들의 짠밥이라는 건 이런거구나. 부럽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도덕

배려의 말들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어머니를 위한 여섯까지 은유

비둘기

스웨덴 장화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이있다 - 우아하고 유쾌하게 나이 든다는 것

.

.

.

날씨는 덥지만 내일은 도서관에 다녀와야겠다.

읽고 싶은 책이 잔뜩생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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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 for BEAUTY - 향기로운 오일이 된 식물들의 모든 것
심나래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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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는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하며 신과 인간을 이어주고 몸과 마음을 치유해 온 존재였으나, 최근에는 단순히 향기를 지닌 식물, 향의 원료로 축소되어 소비되고 있다. 권위있는 아로마테라피 기관인 영국 IFA, 미국 NAHA뿐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국제 자격증 모두를 취득하고 11년간 관련 교육과 컨설팅을 이어 온 저자는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76가지 허브를 중심으로 각 식물에 담긴 역사와 치유적 효능을 살펴보며 오늘날 밝혀진 과학적 효능과 그에 기반한 오일 활용법까지 통합적으로 소개한다.

과학적 아로마테라피를 중시하는 '도미닉 보두 컬리지' 전속 강사이기도 한 저자는 오랜 연구와 방대한 참고문헌을 토대로 화학적 구성 성분과 이를 바탕으로 한 활용한 적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그동안 논리적 근거가 부족했던 활용법까지 철저히 검증함으로써 허브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돕고, 독자들이 허브를 단순한 오일의 원료가 아닌, 에센셜 오일을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존재로 깊이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분야의 권위자 도미닉 보두는 이 책을 접하고 "오늘날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허브의 과학적 효능과 활용법을 함께 조명했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식물학부터 문화사, 화학까지 허브의 폭 넓은 분야를 아우르며, 21세기 과학이 밝힌 허브의 효능과 현대적 활용법을 담은 이 책은 독자들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있어 믿고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로마테라피 안내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우디와 발삼은 조금 차이가 있는 두 계열의 나무 향을 하나의 소제목으로 구성했다. 발삼은 나무의 수지에서 추출한 것으로 따뜻하고 달콤하면서 깊이 있는 향으로 프랑킨센스, 미르 등이 있다. 같은 발삼 향이어도 세부적인 느낌과 향이 다른데 미르는 달콤한 느낌보다는 조금 더 건조한 느낌의 나무 수지향을 지녔고 프랑킨센스는 따뜻하면서도 스파이시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우디는 나무 자체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깊이 있는 향으로, 사이프러스, 퍼, 파인, 히노끼, 스프루스 등의 오일에서는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피톤치드 향을 느낄 수 있다. 우디와 발삼계열의 향들은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다른 느낌을 지녀 스펙트럼이 넓은데 땅에 발을 단단히 디딘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과 평온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향으로 그라운딩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P15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오레가노 잎을 피부 상처 치료나 근육 통증 완화에 사용했다. 오레가노를 약용 식물로 가장 먼저 기록한 인물은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로, 피부 감염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오레가노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요리에 꼭 필요한 향신료이다. 오레가노는 그리스 오레가노, 튀르키예 오레가노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특유의 톡 쏘는 매콤한 향 때문에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오레가노는 특히 토마토와 잘 어울려 스파게티와 피자 소스에 들어가 피자 맛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P57~59

호주 원주민들은 티 트리를 그들의 언어로 치유 또는 치료와 관련된 의미를 가진 '칼라라'라고 부르며 티 트리가 자라는 습지를 '치유의 호수'라 칭했다. 그들은 티 트리나무의 잎을 으깨거나 태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감염, 화상, 상처 등을 치료하는데 활용했다. 칼라라나무에 ' 티 트리'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18세게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다. 그는 뉴질랜드와 호주 남동부 해안을 항해 하던중 티 트리를 발견하게 됐고 차대용품으로 사용했는데, 이후 티 트리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항해에 동행했던 식물학자인 조지프 뱅크스는 자신의 식물 표본에 티트리를 포함시켰다. 티 트리는 괴혈병 예방의 목적으로 활용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애던에서는 티 트리 오일이 군용 응급키트에 포함돼 부상자의 치료와 감염 예방을 위한 방부제로 쓰이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됐다. P109~111

베르베르족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피부와 모발을 보호하기 위해 아르간 오일을 사용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그 방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아르간 오일에는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비타민 E가 약 8%함유되어 있어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끈적임 없이 빠르게 흡수되면 피부에 보습효과를 주어 건조하거나 갈라진 피부에도 효과적이다. 아르간 오일은 다른 오일보다 입자가 작아 머리카락의 큐티클층에 더 쉽게 스며들어 헤어 오일로도 특히 잘 알려져 있는데 열을 가하는 스타일링 기기를 사용하기 전에 모발과 두피에 발라주면 열 손상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P339

지난 주말,

발리로 여행을 떠났던 꼬맹이가 한아름 선물을 들고 다녀갔다.

환승차 들렸던 싱가폴에서 커피 좋아하는 엄마 생각나서 샀다는

그 유명한 바샤커피를 비롯해서,

스퀘어나 라운드 썬글라스만 쓰던 내게

유행하는 디자인의 베디베로 썬글라스(마치 사오정 같기도 함. ^^;)

또 마침 다쓴 디올 립글로스와 비 갠 4월의 토스카나를 느낄 수 있다는

아쿠아 디 파르마의 향수 본조르노까지....

꼬맹이는 평소 좋아하던 우디향의 향수를 구입했고,

난 바질향과 로즈마리향을 좋아해서 본조르노를 사온 듯 하다.

오래전 개봉한 영화 '향수'를 보며 막연히 영화상영하는 동안

4D체험처럼 향이 났으면 했었던 기억이 나던

요리나 향수, 화장품 등 허브의 세계에 흠뻑 빠진

책 한권을 소개 할까 한다.

'향기로운 오일이 된 식물들의 모든 것

HERB FOR BEAUTY'

빵공부하면 처음 접했던 오레가노도 반갑고

아이들 사춘기시절 여드름 땜시 항상 쟁여두던 닥터 브로너스 티 트리,

이제는 헤어오일에 대명사가 된듯한 아르간

열심히 키우고 싶었지만 이내 내곁을 떠난 각종 민트와 유칼립투스 등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함께 하고 있는

허브들의 역사와 효능들에 대해

폭넓게 알게 되어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HERB FOR BEATY

저자는 책제목인 허브 포 뷰티가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외에

허브가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집에 돌아가면 가지고 있는 오일들을 모아봐야겠다.

시원한 물 한잔에 레몬오일 한방울 넣어 디톡스도 하고

큰딸 오기전에 라벤더오일로 꿉꿉한 냄새도 없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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