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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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재능 있는 딸에게 절대 유명해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어머니가 있다. 학창 시절 딸에게 전교회장 후보로도 나서지 말라고 만류하는 이 별난 어머니에게 딸은 왜 유명해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말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길 가다가 넘어질 때도 있는데, 너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

이옥선 작가는 독보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로 요즘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이다. 김하나 작가는 인생에 대해, 심지어 자식에 대해서도 거창한 야망이나 바람이 없는 어머니 덕분에 부담 없이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안에 가훈처럼 내려오는 지령이 '만다꼬'(뭐한다고)일 정도로, 세간의 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가정을 경영해온 이옥선 작가가 첫 단독에세이를 펴냈다. 책 제목은 '즐거운 어른'.

매사에 쫓기듯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대인과 젊은이들에게 이옥선 작가는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당부한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붙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 자유로운 어른은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방비를 단단히 한다 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올 일은 오고야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그렇다면 미리 알고 전전긍긍할 것도 못 되니 차라리 맘 편하게 내 꿈은 개꿈이려니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p105

인생살이에서 보통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제일 좋지 않나 싶다.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금수저로 태어나면 거기에 상응하는 뭔가가 되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진다. 그렇게 좋은 환경과 뒷받침에도 별 볼일 없는 존재에 머무른다면 그 또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누구나 자기가 짊어져야 할 생의 무게가 있는 법이다. p113

"죽음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육지를 바라보며, 오랜 항해 끝에 마침내 항구에 들어가는구나 생각한다네. 하지만 노년의 마지막날이 정해진 바가 없는 고로, 의무의 과업을 돌보고 수행하며, 그러면서도 죽음을 가볍게 여겨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삶을 이어가는 것이 노년의 올바른 삶이네. 그렇게 노년이 청년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해지는 것이지" 라든지 "누구도 나를 눈물로 배웅하거나 통곡으로 채우지 말라" 또는 "이 세상의 소란과 홍진을 떨쳐버리게 되는 날은 얼마나 아름다운 날인가!"처럼 기원전 106년에 태어나 기원전 43년에 죽은 키케로의 말은 현대를 살고 있는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한다. p177


생각해보면 나는 참 운 좋게도 그냥저냥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겪었을 여러 인생살이와 이런저런 사건사고와 경제적 결핍과 허약 체질과 남편과의 불협화음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익명으로 살 수 있었던 자유로움과 처치 곤란한 재물 때문에 머리를 썩여야 할 일이 없음에도 감사한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자유롭다. 관습과 도덕으로부터, 또 종교와 신념으로부터, 이런저런 인간관계로부터도 거의 자유롭다. 다만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으며 지금까지 먼 길을 온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 p213~214

98세에 타계한 중국의 석학 지셴린 선생이 95세에 펴낸 에세이 '다 지나간다'라는 책이 있다. 제목은 도연명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선생은 인류의 체인에서 내가 할일은 고리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라 했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어가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p244~245

어제 늦은 오후,

김씨가 "연휴가 다 갔네~"한다.

분명 아쉬움이 담긴 표정과 목소리였는데

속으로 난 아이들 오랜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맞는 날처럼

해방을 느꼈던 것 같다.


아침부터 투탕거리며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윗집 소음을 피해

일찌감치 집을 나서 별다방을 찾았다.

잠깐 따뜻한 커피를 주문할까 하다가 아아를 주문했더니

한기가 들고 기침이 난다.

에어컨 바람을 피해 나름 사각지대(?)에 앉고서야

기침이 멈췄다.

연휴 앞두고 구입한 책 '즐거운 어른'

따님이 무려 김하나작가라고 들었는데

책으로 모든걸 배우는 내게 인생의 선배(?)로

'돈 많은 어른도, 존경받는 어른도,

거창한 유산과 말을 남기는 어른도 아닌

다만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오랜 독서력에 더해 맵싸한 유머로 진도가 술술 나간다.



가끔은 우리세대만 하는 '쉘부르', '오비스캐빈',

개그린 버스라고 불리던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추억여행도 하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지난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환갑'이라는 단어에 압박을 느끼며 뭔가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조바심을 냈던 것 같다.

나또한 앞으로의 남은 인생은

즐거운 어른으로 살고 싶다.

자기만 옳다고 편협해지지 않으며

인생살이에서 보통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길

또한 기도한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좋았던 날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지만,

그런 날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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