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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9월
평점 :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로 통쾌한 인문학의 재미를 선사했던 조이엘 작가가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다. 제주에 살고 있는 부부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제의 인스타툰 ‘독신주의자와 결혼하기’의 주인공 ‘기인 선생’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내와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우리가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랑’에 물음표를 던진다. 또한 자신의 경험에 탄탄하고 해박한 지식을 더해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사랑을 재정의한다.
우리는 깨어있는 한 사랑을 한다. 나 자신을, 부모를, 자녀를, 친구를, 반려동물을.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을 합친 분량과 두께로 연인을 사랑할 때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 작가는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면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본질은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통찰을 선물하며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인문학자이자 사랑꾼인 작가가 인문학에서 건져 올린 64개의 문장과 그만의 사랑법을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익숙함은 권태를 불러들이는 뒷문이고, 권태는 바이러스인듯 제가 속한 존재를 찢어가면서 덩치를 무한 증식시킨다. 그렇게 익숙함이 갈등이 되는 순간, 파국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상대방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랑은 뒷걸음질 친다.
사랑하는 이의 참된 모습을 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과 발견되어야만 하는 것들, 다시 발견되어야 할 것들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이 상대방 속에, 상대방 주위에, 그리고 상대방 너머에 무한히 깔려있다는 믿음에 대한 상상력 말이다. p26~27
사랑은, 결혼은, 극단까지 나를 밀어붙이는 숭고한 작업이다. 자잘한 습관에서 자아 정체성까지 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할 때 아름답게 완성된다. 그래서 사랑과 결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내 여인은, 남들은 줘도 안 가질 빈털터리 기인에게서 그런 용기를 발견했나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와 수소가 만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물이 되듯이, 산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소로 나를 선택했다.
내 여인은 승부사였다. p56
"빨래가 뭐 힘들어 세탁기랑 건조기가 다 해주는데."
맞다. 하지만 더럽혀진 옷은 제발로 세탁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주머니 이곳저곳 들어있는 휴지조각도 제 발로 나오지 않는다.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뒤집어쓰는 것은 언감생심, 스스로 문 열고 나와줘도 땡큐다. 세탁이 끝난 후 건조기로 옮기거나 세탁기와 건조기 필터에 낀 찌꺼기를 비우는 일도 스스로 하지 못한다. 깔끔해진 옷들을 무릎 꿇고 앉아 각 잡고 갤 때 그 무릎도 제 무릎이 아니다. '82년생 김지영'도 비슷하게 했던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말 할 수 수없다. 속으로만 한다. p106
“대장부가 마땅히 천하를 청소해야지, 어찌 방 한 칸을 청소하겠는가.”
중국 한나라 선비 진중거가 한 말이다. 천하도 청소하고 돌아와선 방도 닦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돌리면 아내가 너무 좋아하지 않을까? 개념이 행동을 규정한다. 개념이 이상하면 이상하게 산다. p110
프란체스코 교황이 말했다.
“고통 자체는 미덕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고통을 대하는 자세는 미덕이 될 수 있다.”
거대한 고통을 홀로 맞고 있으면 그림자조차 씻겨나갈 때가 있다. 부부는, 서로의 고통에 뛰어들어 심장을 묶은 뒤 함께 버텨내는 사람들이다. 한 가닥 고통에 행복이라는 다른 가닥을 꼬아 실을 자아내고, 그 실로 한 땀 한 땀 삶을 직조한다. 그렇게 고통을 다루어낼 때 우주는 두 사람 이야기로 충만해지고, 부조리와 모순을 살아냄으로 극복한 두 사람은 서로의 눈에서 신의 광채를 발견하게 된다. 오직, 부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p114
내 자존감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뛰어난 성취를 한다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고,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내 승낙없이는 누구도 열등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나 자체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존엄을 믿어야 한다.
상대방의 자존감은 어떻게 높여줄 수 있을까?
상대방을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매일 표현할 때 상대방은 물론 내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그렇게 부부는 닮아간다. p169
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까?...
그 질문에 대답을 기대하며 읽게 된 책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아주 오랜전 군산에서 강의할 때 일이다.
쉬는 시간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남학생 한명이 다가오더니
"샘, 외로워보이세요.
남편도 계시고,
자녀도 있으신데?..." 하더라.
내대답.
"니들이 결혼생활의 외로움을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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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외롭다... ㅠ.ㅠ
"빨래가 뭐 힘들어 세탁기랑 건조기가 다 해주는데."
이 문장에 빵 터지며 옛생각에 또 만감이 교차한다.
몇년전 이렇게 내게 얘기하던 김씨가
입원을 앞둔 내게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게 왠일인가 싶었지만 결론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도 단 한번도 김씨는 빨래를 한 적이 없다는 것... ㅠ.ㅠ
그래도 조금은 그 사람이 변할 줄 알았다.
무려 다섯시간의 긴 수술을 받은
난 아직 회복중의 환우이니까 조금은...
독신주의자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이란 다짐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글들은
내겐 부러움이었고 환상이었으며 한편으론 반성으로 다가왔다.
상대방을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매일 표현할 때 상대방은 물론 내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그렇게 부부는 닮아간다.
며칠전 만난 친구가 말했듯이 결국 내 옆에 남을 사람은 그다.
그럼에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그 마음을 매일 표현해 보자.
힘든 풍파가 밀려오면 더러 흔들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고...
난 또 이렇게 이 순간을 견디어 내리라 다짐했던...
우리 인생도 이렇겠지.
풍파가 밀려오면 너무 버티지 말고 그냥 흔들리자.
땅에 단단히 박힌 하체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흔들리던 상체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오니까.
세상 풍파 불어올 때 같이 있어주는 게 부부라면 견디기가 좀 수월하다. p237